현장감과 박동감을 크게 높여 현실인 듯한 착각을 불러일으키는 입체영상은 인간 사회에 TV로 대표되는 「화면」이라는 문화가 보급된 이래 지금까지 현실감을 높이는 표현방식의 하나로 주목을 받아 왔다.
입체영상은 특히 첨단기술의 집적체로 일컬어지는 게임기 분야를 중심으로 빠른 발전을 거듭, 이미 이를 채용한 첨단 게임제품이 시중에 나와 있는 상태이다.
양쪽눈 물체영상 인식 달라 그러나 입체영상 기술은 당초 특수 안경의 착용을 전제로 개발돼 왔다. 최초 기술은 한 쪽에 빨간색 셀로판테이프를, 또 다른 한쪽에 청색 셀로판테이프를 붙인 안경을 쓰고 입체영상을 즐기는 원시적인 방식이었다. 이후 기술이 발달하면서 셀로판테이프 대신 강유전 액정셔터를 장착한 특수 안경이 개발돼 한층 고도화한 입체영상을 즐길 수 있게 됐으나 안경을 써야 하는 불편함은 여전히 감수해야 했다.
이 때문에 최근에는 특수 안경을 착용하지 않아도 입체영상을 즐길 수 있는 디스플레이가 개발됐다. 그러나 이 제품은 단순히 특수 안경의 역할을 디스플레이에 집약시킨 것으로 눈의 위치가 정확하지 않으면 입체영상을 즐길 수 없다는 취약점이 있다.
일본 인피니티멀티미디어사는 최근 이러한 문제점을 모두 해결한 3차원 디스플레이를 개발했다. 이 디스플레이는 특수 안경의 기능을 디스플레이에 통합해 놓고 있어 안경을 착용하지 않아도 입체영상을 즐길 수 있을 뿐 아니라 다양한 각도에서 촬영한 28종류의 영상을 고속으로 표시하는 방법을 활용함으로써 눈의 위치에도 전혀 제약이 없다. 즉, 입체영상을 일반 TV를 시청하듯이 즐길 수 있는 것이다.
인간이 물건을 입체로 인식할 수 있는 것은 오른쪽 눈과 왼쪽 눈이 각각 다른 영상을 인식하기 때문이다. 연필을 얼굴 전면에 놓고 한쪽 눈만으로 이를 번갈아 바라보면 오른쪽 눈만으로 볼 때와 왼쪽 눈만으로 볼 때 미묘한 위치의 엇갈림이 있다는 사실을 확인할 수 있다. 이 2개의 다른 영상을 뇌가 고속처리함으로써 인간은 입체감 및 원근감을 느낄 수 있는 것이다.
한개 화면에 복수영상 표시 셔터를 부착한 특수 안경을 사용하는 현재의 3차원 디스플레이는 오른쪽 눈과 왼쪽 눈이 인식하는 서로 다른 2개의 영상을 짧은 시간차를 두고 표시, 입체감을 표현한다. 이때 오른쪽 눈은 오른쪽 눈용 영상만을, 왼쪽 눈은 왼쪽 눈용 영상만을 정확하게 전달받을 수 있도록 제어해야 한다. 이 때문에 나머지 영상을 볼 수 없게 하는 필터인 특수 안경이 필요한 것이다.
또 입체영상을 실현하기 위해서는 각각의 영상이 화면의 특정 위치에 미리 결정된 순서로 나타나게 해야 하는데, 이때 필요한 것이 액정셔터의 제어와 렌즈의 정확한 각도 설계이다.
일본 인피니티멀티미디어사의 디스플레이는 각각의 영상이 렌즈를 통해 28등분된 화면 중 어떤 한 부분에 영사된다. 이때 그 부분의 셔터가 열리면서 화면을 보고 있는 사람은 처음으로 그 영상을 눈으로 확인할 수 있게 되고 이와 동시에 오른쪽 눈과 왼쪽 눈용 셔터가 열려 화면이 입체로 보이게 되는 것이다.
이때 셔터는 브라운관의 입력신호로 제어한다. 이 신호는 어떤 시점에서 어떤 영상이 브라운관의 광원체에 영사되는가를 파악해 그 영상이 영사되는 장소의 셔터를 열게 한다. 이런 방법으로 셔터를 개폐함으로써 영상을 선별해 나간다. 이때 셔터 스피드는 재현하고 싶은 영상의 레벨에 따라 변경이 가능하다. 정지화면의 경우 셔터 스피드는 늦어도 상관없기 때문이다.
이번에 개발된 디스플레이의 또 하나의 큰 특징은 1개 화면에 복수의 입체영상을 동시에 나타낼 수 있다는 것이다. 따라서 이를 잘 활용하면 오른쪽 화면으로는 야구 중계를, 가운데 화면으로는 요리프로그램을, 왼쪽 화면에서는 만화를 시청할 수 있어 1대의 TV로 온 가족이 즐길 수 있게 된다.
이 디스플레이에 사용되는 영상은 대상물체를 여러 각도에서 찍어 제작한다. 예를 들어 차가 달리고 있는 영상을 3차원 영상으로 표현하기 위해서는 차의 정면은 물론 좌우의 여러 각도에서 찍은 영상을 준비해야 한다. 즉, 인간의 시선에 들어오는 모든 영상을 섬세하게 분할해 표현해야 하는 것이다. 이렇게 분할한 영상을 초당 60프레임 정도의 고속으로 순서대로 영사한다.
TV등 가전제품에도 응용 이는 영사하는 프로그램이 한 개이건, 두 개 이상이건 마찬가지이다. 두 개 이상의 프로그램을 영사할 경우 오른쪽이면 오른쪽에만, 왼쪽이면 왼쪽에만 해당 영상이 비치도록 순서를 결정해 놓으면 된다. 이 때문에 1개 화면에 복수의 입체영상을 표현할 수 있는 것이다.
일본 인피니티멀티미디어사는 우선 올해 안에 50인치 크기의 업소용 게임기 디스플레이로 이를 실용화해 나갈 방침이다.
이 회사는 또 2년후 실용화를 목표로 TV 등 가전제품에의 응용도 계획하고 있다. 실용화의 관건이 되는 제품 가격과 관련해 이 회사 관계자는 『이 제품 생산에 사용하는 셔터와 브라운관은 이미 영국 군용장치 등에서 실용화한 것이기 때문에 기존 디스플레이보다 약간 높은 수준으로 가격을 설정할 수 있다』고 밝혔다.
<심규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