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요특집] 수출 주력산업으로 급부상한 TFT LCD

박막트랜지스터 액정표시장치(TFT LCD)가 브라운관(CRT)을 대체할 차세대 평판디스플레이의 왕좌로 부상하고 있는 가운데 국내 TFT LCD산업이 급속한 성장을 거듭하고 있다. 특히 국내 TFT LCD산업은 짧은 역사에도 불구하고 규모 면에서뿐 아니라 기술과 부품, 소재의 국산화도 급진전을 보이면서 명실공히 기술자립을 통한 수출 주력산업으로 기대를 한 몸에 받고 있다.

지난 95년 3월 삼성전자가 국내업계로는 처음으로 TFT LCD의 생산에 나선 이래 불과 1년도 채 안돼 LG전자와 현대전자가 잇따라 이의 양산에 뛰어들었으며 최근에는 LG반도체까지 가세했다. 더욱이 국내에서 내로라 하는 대기업인 이들은 막강한 조직력과 자금동원력을 발휘, TFT LCD산업 진출에 머물지 않고 선발 일본업체들을 압도하는 공격적인 증설투자를 계속하고 있다.

국내업계는 지난 94년부터 오는 2000년까지를 1차 투자시기로 잡고 이 기간 동안 당초 총 5조여원을 투입한다는 계획이었으나 설비 대형화와 시장확대가 예상보다 빨라짐에 따라 총 투자규모가 10조원으로 늘어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삼성전자는 지난 95년 3월 기흥에 월 3만개의 유리기판을 투입할 수 있는 2세대 설비의 제1공장 가동에 들어간 데 이어 곧바로 제2공장 건설에 돌입, 지난해 하반기부터 월 3만개의 유리기판 투입능력을 지닌 3세대 설비의 가동을 시작했다. 삼성전자는 이어 천안에 제3공장 건설에 들어가 오는 98년에는 월 3만개의 유리기판을 투입할 수 있는 3.5세대 설비의 가동에 돌입할 예정이다.

내년이면 삼성전자는 TFT LCD 생산능력이 월간 유리기판 투입량 기준으로 지난 95년에 비해 3배로, 10.4인치 모듈 기준으로는 5배로 늘어나게 된다.

LG전자는 지난 95년 말 구미에 월 1만2천개의 유리기판을 투입할 수 있는 2세대 설비를 가동하기 시작한 이래 지난해 말까지 이 공장의 기판투입량을 월 2만개까지 늘렸다. 반도체부문을 함께 보유하고 있는 삼성전자와 달리 LG전자는 TFT LCD와 산업적 연관성이 큰 반도체산업 계열사인 LG반도체와 협력을 모색했다. 이에 따라 LG반도체는 구미에 유리기판을 월 2만개까지 투입할 수 있는 3세대 설비를 도입중이며 오는 98년부터는 본격적인 가동에 들어갈 예정이다.

LG전자와 LG반도체의 설비를 합치면 LG전자CU는 98년에 유리기판 투입량이 95년 말에 비해 4배로 확대되며 10.4인치 모듈생산량 기준으로는 6배로 늘게 된다.

현대전자의 증설행진은 더욱 빨라 지난해 말 월 1만2천개의 유리기판 투입능력을 지닌 2세대 설비의 제1공장 가동에 들어간 데 이어 올 9월에는 이 공장에 월 5천개 규모의 3세대 설비를 도입할 예정이다. 현대전자는 동시에 제2공장 건설을 서둘러 여기에 오는 98년까지 월 3만개의 유리기판을 투입할 수 있는 3.5세대 설비를 구축한다는 계획이다.

현대전자는 이에 따라 불과 2년 만인 오는 98년에 유리기판 투입량으로는 4배, 10.4인치 모듈생산 기준으로는 7배 이상으로 확대된다.

최근 국내 TFT LCD업체들의 움직임 가운데 가장 주목할 것은 차세대 설비투자의 선정에서 선발 일본업체들을 앞지르는 등 공격적이고도 적극적인 자세를 보이고 있다는 점이다.

LG반도체는 5백50×6백50㎜ 규격에 머물던 3세대 설비를 처음으로 5백90×6백70㎜로 대형화했으며 삼성전자가 업계 최초로 6백×7백20㎜ 규격의 3.5세대 설비를 선정한 데 이어 현대전자도 이 규격을 채택함으로써 일본업계를 깜짝 놀라게 하고 있다. 일본업체들은 3.5세대나 4세대 설비의 투자시기와 규격을 결정하지 못해 아직까지도 3세대 설비의 추가증설에만 머물고 있는 실정이다.

삼성전자, LG전자, 현대전자 등 국내 TFT LCD 3사는 실제 모듈생산량에서도 공장을 가동하기 시작한 지난해 총 81만6천개를 생산했으나 올해는 이보다 무려 1백38.6%나 늘어난 총 1백94만7천개를 생산할 것으로 예상된다. 국내 3사는 이에 따라 대형 TFT LCD 세계시장 점유율도 지난해에는 11.6%를 차지했으나 올해는 18.3%로 크게 높아질 전망이다. 국내 3사의 올해 TFT LCD 생산증가율은 1백38.6%로 전체 업계평균인 51.4%의 2.7배에 해당한다.

개별업체로는 삼성전자가 올해 생산규모 면에서 히타치를 제치고 DTI, 샤프, NEC에 이어 4위를, LG전자가 히타치에 이어 6위를, 현대전자가 파나소닉을 제치고 10위에 입성하는 등 대형 메이커로 발돋움하게 된다.

차세대 투자에서 앞서고 있는 국내 TFT LCD산업은 이 추세대로 간다면 오는 99년께에는 세계시장에서 30% 이상의 점유율을 거뜬히 기록할 전망이며 국내 4사는 일본 3대 업체와 어깨를 나란히 할 정도로 주요 메이커로 자리잡을 것으로 기대된다.

국내 TFT LCD산업이 이처럼 짧은 기간에 급성장을 이룩할 수 있었던 가장 큰 요인은 TFT LCD가 21세기 핵심산업으로 자리매김할 것이라는 확신을 가지고 공격적 투자를 감행한 국내기업들의 강력한 의지 때문이었다.

또다른 요인으로는 국내기업들이 TFT LCD산업을 육성하기 이전에 이미 세계 최대 브라운관 생산국으로 발돋움한 경험을 축적하고 있었다는 점을 들 수 있다. 30여년 만에 종주국이던 일본을 따라잡고 세계 최대의 CRT산업을 일구어낸 국내기업들은 디스플레이의 산업적 가치와 전자산업에 미치는 막대한 영향력을 충분히 인식하고 있었기 때문에 남들이 보기엔 무모하리만치 공격적인 투자를 감행할 수 있었다.

국내 TFT LCD산업은 또한 업계가 브라운관에서부터 체득한 기술의 중요성을 인식, 기술자립화를 위한 노력과 결실이 그 어느 분야보다 발빠르게 이루어지고 있다.

TFT LCD업계는 기술자립화를 위해 한국디스프레이연구조합을 중심으로 산학연 공조체제를 일찍부터 구축했으며, 기술의 취약성이 산업의 취약성으로 이어진다는 점을 메모리 반도체산업에서 뼈아프게 경험한 통상산업부, 과학기술처 등 관련부처에서도 업계의 이같은 노력에 지원을 아끼지 않고 있다.

관련부처는 지난 94년부터 5개년 계획으로 장비, 부품, 소재의 국산화를 위해 중기거점기술개발사업의 지원에 나선 데 이어 지난해부터는 차세대 TFT LCD의 경쟁력 제고를 위해 선도기술개발사업(G7)을 지원하고 있다.

또한 통상산업부는 취약한 국내 연구개발인력을 양성하고 기존 인력의 효율적인 활용을 위해 대학을 중심으로 거점연구센터제도를 운영한다는 방침이다. 업계와 학계, 연구기관들도 LCD 산업발전을 위해 LCD 패널과 모듈은 물론 부품, 소재, 장비 등 전후방산업에 이르기까지 기술자립을 위한 산학연 공동 연구개발에 몰두하고 있다.

특히 TFT LCD업계는 투자액의 10% 이상을 R&D에 쏟아붓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부품, 소재, 장비 등 관련산업의 발전을 위해 중소기업을 지원하는 열의를 보이고 있다. 기술자립을 위한 각 분야의 이같은 노력에 힘입어 국내 TFT LCD산업은 모듈, 부품, 소재, 장비분야에서 짧은 기간 동안 괄목할 만한 성과를 올리고 있다.

모듈분야에서는 삼성전자가 세계 최고의 개구율 기술을 확립했으며 지난해 세계 최초로 최대 크기의 21.3인치 TFT LCD 모듈을 개발하는 데 성공한 데 이어 올해에는 세계 최고 해상도인 울트라(U)XGA급 모듈도 선보였다. LG전자는 광시야각 구현을 위한 자외선(UV) 배향에 독보적인 기술을 확립했으며 같은 크기의 프레임에 두께가 더 얇고 더 큰 유효화면을 채용할 수 있는 사이드슬림기술도 최초로 개발해냈다.

부품, 소재분야에서는 핵심이 되는 구동IC와 TAB, 컬러필터, 유리기판 등에서 국산화가 급속히 진전되고 있다. 삼성전자는 또 노트북PC용 TFT LCD를 구동하는 데 사용되는 게이트 구동IC와 소스 구동IC의 국산화를 이룩했으며 최근에는 이를 저전력형으로 개선하는 데 박차를 가하고 있다. LG반도체는 미 비비드사와 기술제휴, 노트북PC용 TFT LCD 구동IC를 생산한 데 이어 3.3V에서 작동하는 저전력형 소스 구동IC와 25V 내외에서 기능을 수행하는 게이트 구동IC 개발을 추진, 연말까지는 시제품을 선보일 예정이다.

한양대 권오경 교수팀은 기존 제품에 비해 소비전력을 75%나 절감할 수 있는 초절전형 12.1인치 TFT LCD용 구동IC 개발에 상당한 성과를 거두고 있는데 권 교수팀은 1W 내지 1.5W의 전력으로 액정이나 백라이트유닛을 구동할 수 있는 IC의 개발을 이미 끝내고 이의 설계와 제작에 돌입, 내년 상반기까지는 시제품이 완성될 것으로 보인다.

또 구동IC와 함께 IC 실장기술인 TAB의 국산화도 결실을 맺고 있다. 삼성전기의 계열사인 스템코는 선간 피치가 40미크론급인 TAB 설계 및 생산기술을 확보하고 양산설비를 도입, 조만간 생산에 돌입할 예정이며, 삼성전자 계열사인 스테코는 TAB필름에다 구동IC를 실장하는 생산설비를 이미 가동, 납품하고 있다. LG반도체 역시 최근 TAB필름에 회로를 형성시키고 이 위에 구동IC를 실장하는 패키징기술을 자체 개발하는 데 성공, 구미공장에 생산설비 도입을 마쳤다.

삼성전관은 TFT LCD에 없어서는 안될 컬러필터 생산기술을 확립하고 천안공장에서 이의 양산에 나서고 있으며, 새한에이켐과 신화물산 역시 광시야각 구현에 필요한 편광판의 생산에 돌입했다.

태산엔지니어링은 TFT LCD에서 가장 큰 원가비중을 차지하는 백라이트유닛을 국산화하는 개가를 올렸으며, 우영과 금호전기는 각각 백라이트유닛에 필요한 도광판과 램프의 개발에 성공했다. 중소형 백라이트유닛 제조업체인 신평물산도 노트북PC용 대형 백라이트유닛의 개발을 끝내고 양산준비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TFT LCD 투자에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는 장비의 국산화도 하나둘씩 결실을 맺고 있다.

국내에서 유일하게 후공정장비를 개발해온 신도기연은 최근 3세대용 셀갭 제조장비의 개발을 마치고 시판에 돌입했으며, 한일초음파도 최근 3세대용 LCD 세척장비의 국산화를 이룩했다. 한택은 5천픽셀의 해상도까지 검사할 수 있는 3세대용 8비트 LCD 검사장비 개발을 완료했으며 한맥전자도 LCD용 패러미터 측정기의 개발을 끝냈다.

삼성항공과 LG전자는 각각 TAB을 PCB기판에 접합시켜주는 아웃리더본딩(OLB)장비를 개발, 공급에 나섰으며 특히 삼성항공은 장비 중에서 가장 고난도로 꼽히는 노광장비를 3세대용으로 개발하는 괄목할 만한 성과를 거두었다.

<유성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