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경영방침과 전략의 중요성

세계 최대 컴퓨터 소프트웨어업체인 마이크로소프트사가 최근 경영난에 시달리고 있는 애플 컴퓨터사에 대해 1억5천만달러 상당의 지분을 매입하는 형식으로 지원하고 앞으로 제품개발 등에서 협력관계를 맺기로 합의한 것은 세계 정보통신업계를 놀라게 한 커다란 사건이다.

오랫동안 경쟁관계에 있던 두 회사가 합의한 내용을 보면 마이크로소프트는 적어도 3년간 애플의 주식을 보유하는 한편 핵심 소프트웨어 제품에 대해서는 윈도와 매킨토시버전을 동시에 개발한다는 것이다. 애플은 마이크로소프트에 대해 제기했던 특허권 침해소송을 취하하는 동시에 매킨토시에 마이크로소프트의 「인터넷 익스플로러」를 기본 브라우저로 채용할 방침이라는것이다.

이에 따라 지난 93년 이래 내리막 길을 걸어오던 미국 애플 컴퓨터사가 회생의 전기를 마련할 수 있을 것인지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애플은 우수한 기술과 제품을 가지고 있으면서도 매각의 위기에까지 몰릴 정도로 실패한 기업으로 인식돼왔다.

지난 5년간 이 회사가 겪어온 여러가지 변화가 이를 잘 설명해준다. 93년 수익이 크게 감소하자 애플은 당시 존 스컬리 사장 겸 최고경영자를 해임하고 마이클 스핀들러를 새로운 최고경영자로 임명했다. 그러나 스핀들러 최고경영자가 조직재편, 대폭적인 감원 등의 조치를 취했음에도 불구하고 별 성과를 거두지 못하자 지난해 1월 길버트 아멜리오가 영입됐다. 경영의 귀재로 알려진 아멜리오 회장은 취임초 애플의 경영을 이른 시일내에 정상화시키겠노라고 호언했었다. 재임기간동안 아멜리오 회장은 경영합리화를 위해 인원을 감축하고 불필요한 제품라인을 정비하는 한편 수익성이 약한 사업을 분리하는 등 여러가지 혁신적인 조치를 취했다. 또 스티브 잡스의 넥스트사를 합병하기도 했다. 그러나 그의 처방에도 불구하고 애플의 경영상태는 호전되지 않고 올해 1.4분기에 1억2천만달러의 적자를 낸 데 이어 2.4분기에는 7천8백만달러의 적자를 기록했다. 결국 아멜리오 회장은 취임 1년 5개월 만인 지난달 자리에서 물러나고 말았다. 불과 5년 동안에 경영책임자가 3번이나 교체된 것이다.

애플의 경영이 계속 하강국면을 면치 못하고 있는 가장 큰 원인은 애플의 기술 비공개정책에 있다는 지적이 지배적이다. 애플은 그동안 컴퓨터기술을 공개하는 데 소극적인 입장을 견지해왔다. 그러다가 95년 매킨토시 제품의 시장점유율이 급격히 감소되자 애플은 마지 못해 호환업체를 허용하기에 이르렀다. 애플의 제품은 우세를 보여왔던 교육용 시장에서조차 윈텔진영 제품에 밀리기 시작한 것이다. 가령 96년 1.4분기의 경우 교육용 시장에서 애플이 35%를 차지한 반면 컴팩컴퓨터, IBM 및 델컴퓨터 등이 각각 5%를 점유했으나 1년후에는 애플이 26%로 낮아지고 반대로 델과 IBM은 각각 10.1%와 7.2%로 증가했다.

이같은 상황에서 마이크로소프트의 이번 자금지원 및 제휴가 애플의 회생으로 이어질 것인지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전문가들의 분석과 전망은 엇갈리고 있다. 일부는 긍정적으로 작용할 것으로 보는 반면 다른 편에서는 회의적으로 평가하고 있다. 하지만 이들은 모두 빌 게이츠와 스티브 잡스의 경영철학 차이가 쉽게 좁혀지지 않을 뿐 아니라 서로 속셈이 다를 것이라는 점에서는 의견이 일치하고 있다. 마이크로소프트는 무엇보다도 반독점법 위반시비에 휘말리지 않기 위한 방패막이로 애플을 「살려둘」 필요성을 느끼고 있는 반면 애플은 재기에 필요한 시간을 벌기 위한 수단으로 삼을 것이라는 분석이다.

따라서 마이크로소프의 지원에도 불구하고 현재로서는 애플의 미래를 예측하기가 어려운 상황이다. 애플이 어떻게 경영을 정상화시키고 명성을 되찾을 것인지 주목된다. 그러나 그보다도 우리는 이 회사의 경영실패의 원인이 어디에 있는지를 보다 깊이 분석하고 이를 타산지석으로 삼아야 할 것이다. 애플은 경영방침과 전략의 중요성을 일깨워주는 하나의 대표적 사례이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