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 백신업체들, 안연구소 지분 매입 움직임

국내 바이러스 백신 시장에서 안철수컴퓨터바이러스와 경쟁을 벌이고 있는 대만계 미국기업인 트렌드가 안연구소의 지분을 매수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어 비상한 관심을 모으고 있다. 또 국내 직접 진출설이 나돌고 있는 미국의 맥아피사는 안연구소에 합작법인 설립을 제안한 것으로 알려져 외국계 백신업체들이 국내 시장 공략을 위해 안연구소와 직간접적인 관계를 형성하기 위한 노력을 전개하고 있다.

관련업계에 따르면 트렌드는 최근 스티브 창 회장이 직접 내한, 안철수 소장을 만난 자리에서 양사의 협력을 제안했으며 안철수 소장이 부정적인 의사를 내비치자 그 대안으로 안연구소의 주식을 매입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는 것이다.

안연구소의 한 관계자는 『트렌드의 협력 제안은 사실상 양사의 합병을 의미하는 것이었다』며 『그러한 형태의 협력은 고려치 않고 있다』고 잘라 말했다.

이 관계자는 또 『그 이후 트렌드가 안연구소의 지분을 갖고 있는 한글과컴퓨터, 삼성SDS측에 지분 매수의사를 전한 것으로 알고 있다』며 『양사도 우리의 뜻을 분명히 알고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에 대해 트렌드코리아측은 『본사에서 안연구소와 시장 공동개척의 차원에서 협력하자는 뜻을 전했으며 주식 매수 계획도 있는 것으로 안다』고 확인했다.

이에 대해 안연구소의 지분 25%를 보유하고 있는 한글과컴퓨터측은 『트렌드로부터 그런 제안을 받은 바 있으나 안연구소의 주식을 경쟁업체에 매각하는 일은 절대로 없을 것』이라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그러나 『한글과컴퓨터가 보유하고 있는 안연구소의 주식은 매각할 계획이며 몇몇 업체와 협의중』이라고 밝혀 주목된다. 이에 대해서는 현재 안연구소와 「바이러스월」을 공동개발하고 있는 ISS(대표 김홍선)가 적극적인 의사를 보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국내 진출설이 나돌고 있는 미국의 맥아피사는 안연구소에 합작법인 설립 의사를 타진해 온 것으로 확인됐다. 안연구소측은 『맥아피사로부터 제의를 받았으며 이에 우리의 조건을 제시하고 응답을 기다리고 있는중』이라고 밝혔다.

안연구소측은 「합작법인은 제품 연구 및 개발업체로서의 성격을 가질 것」, 「새로 나오는 제품은 안연구소가 판매를 담당하며 제품명은 V3를 쓸 것」 등을 제시한 것으로 알려져 맥아피가 이러한 조건을 받아들일지 주목된다.

외국 백신업체들의 이러한 움직임은 국내 시장 공략을 위해서 반드시 넘어야 할 안연구소의 벽이 의외로 크다는 것을 인식하고 있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트렌드코리아가 시장 공략을 위해 안연구소가 절대 우위를 점하고 있는 PC용 백신시장을 피하고 서버시장을 집중 공략했던 것도 그러한 이유였다.

올 1월 진출한 시만텍도 최근 발표한 하반기 전략에서 안연구소의 아성인 백신제품 보다는 「PC애니웨어」 등 유틸리티제품에 초점을 두고 있음을 비친 바 있다.

이와 함께 최근 들어 안연구소측이 서버용 제품을 속속 출시하며 자신의 약점을 보강해 나가고 있는 것도 외국업체들에 안연구소의 벽을 더욱 크게 만들고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

맥아피에 제시한 조건에서 볼 수 있 듯 외국업체에 배짱을 부릴 수 있는 몇 안되는 업체 가운데 하나인 안연구소가 최근 외국업체들의 움직임에 어떤 대응을 보이며 터줏대감의 입지를 굳힐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김상범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