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 SW개발사, 국내 컴·SW유통업체 토사구팽

외국 소프트웨어 개발업체들이 국내에서 직접영업체제를 구축하면서 그동안 제품을 판매해오던 국내 컴퓨터 및 소프트웨어 유통업체들과 거래를 끊거나 총판을 늘리는 방식으로 거래업체를 「토사구팽」하고 있다.

19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최근 외국 유명 컴퓨터 및 소프트웨어 제조사들은 국내에서 매출신장을 꾀할 목적으로 그동안 독점총판 역할을 해왔던 국내 유통사를 새 유통사로 전격 교체하거나 병행 총판업체를 추가로 선정하는 사례가 크게 늘고 있다. 특히 외국 개발업체의 지사가 국내에 속속 설립되면서 이같은 추세는 더욱 빠르게 확산되고 있다.

국내에 지사설립을 추진하고 있는 미국 맥아피사의 경우 국내 소프트웨어 유통사인 트라이콤이 작년 10월 경부터 총판역할을 담당해 왔으나 최근 시장확대를 노리면서 지난달 소프트뱅크를 또 다른 총판으로 선정하는 등 총판을 다양화하고 있다.

올해 1월 지사설립을 추진해 지난 4월 법인등록을 마친 시만텍코리아 역시 수년 전부터 삼테크와 독점총판 계약을 체결해오다 지난 1월엔 소프트뱅크, 9월 큐닉스정보기술을 새로운 총판으로 두면서 다채널화 전략에 시동을 걸었다.

또 캐나다 코렐사는 지난 91년부터 큐닉스정보기술의 전신인 인포텍과 국내 공급계약을 체결하고 「코렐드로」를 공급했으나, 95년 8월엔 소프트뱅크, 96년 7월엔 한컴서비스와 복수 총판계약을 맺은 바 있으며, 지난 93년부터 비비컴과 총판계약을 맺어온 어도비사 역시 7월 한국지사 설립에 앞서 올해 초 소프트뱅크와 제2 총판계약을 체결하면서 시장확대를 꾀하고 있다.

대만계 컴퓨터바이러스 방역 토털 솔루션업체 트렌드의 한국법인인 트렌드코리아는 지난 95년 한국시장 진출 이후로 아예 독점총판 개념을 없애고 다채널화 전략을 추진하고 있다. 현재 트렌드코리아가 제품을 공급하고 있는 업체는 LG소프트, 소프트뱅크, 인터링크시스템, 벽산정보기술, KNI, 한컴서비스 등인데 이들 모두를 총판사로 활용하고 있다.

이같은 추세는 하드웨어 유통업계로까지 확산되고 있다.

세이코엡슨사는 지난해 10월 한국엡손을 설립하면서 AS전문 법인임을 강조해왔으나 올해 초 스캐너 제품을 독자적으로 수입, 판매하면서 국내 스캐너시장 확대에 공을 세웠던 삼보컴퓨터와 시장경쟁을 벌이고 있다.

한국후지쯔는 최근 좌초된 태일정밀을 통해 하드디스크 드라이브를 공급해 왔으나 시장확대에 한계가 있다고 판단, 지난달엔 서통의 계열사인 에이젝스테크놀로지를 새로 선정했다.

유통업체의 한 관계자는 『국내 유통사들이 외산제품을 들여다 국내시장 기반을 잘 다져놓으면 한국지사가 생기면서 그 시장을 독식하려 들거나 새로운 유통회사에 총판권을 넘겨주는 식의 매정함을 보이고 있다』며 『국내 유통업체간의 총판권 획득경쟁이 치열해지면서 이런 추세는 계속 확산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최정훈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