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도 안산시에 소재한 A사는 음성합성 분야 전문업체. 2년여 동안 정부지원자금을 받아 비디오 음성인식시스템을 개발중이다.
A사는 정부가 지정한 개발기간이 임박하면서 상품화하기 위한 마무리 연구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지만 음성 인식율이 70%를 넘지 못해 애를 태우고 있다. 이회사의 K사장은 국내 음성인식 전문가들을 찾아 다니면서 자문을 구하지만 시원한 대답을 해주는 사람이 별로 없어 낙담할 수 밖에 없었다.
그러던 어느날 K사장은 우연히 신문지상에서 서울의 한 대학에서 「기업 비지니스닥터제도」를 운용하고 있다는 기사를 보고 곧바로 전화를 걸어 도움을 청했다. A사는 현재 이 대학에서 파견한 교수 비지니스 닥터의 도움으로 인식률이 90%를 넘는 첨단 음성인식시스템 상품화를 앞두고 있다.
기업 비지니스닥터는 이처럼 대학의 풍부한 역량과 잠재력을 국가나 기업의 기술발전에 적극 활용할 수 있도록 해주는 제도이다.
이같은 제도의 확산은 상아탑으로써 권위와 기초기술만을 고집해온 대학이 실용기술 개발에 관심을 보이고 있음을 실증하고 있는 것이다. 이제도의 확산에는 컴퓨터와 통신 등 첨단분야 중심으로 실용학문을 실천해온 젊은 교수들이 앞장서고 있다.
이들은 국가연구소나 기업연구소에서 일정기간 몸담고 있어 첨단분야의 시장 메카니즘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다. 숭실대 배명진 교수(정보통신공학과)는 『첨단분야의 라이프사이클이 워낙 짧기 때문에 기업자체적으로 연구개발 하기에는 어려움이 따른다』면서 『대학의 우수한 인력과 첨단기술을 기업이 적절하게 활용하면 기업성장과 국가경제에도 크게 이바지할 수 있어 산학연협력체제가 더욱 활성화 될 것』이라고 말하고 있다.
정부도 여기에 한 몫을 하고 있다. 정부는 특히 각종 프로젝트를 대학 단독보다는 산학협력 형태로의 참여를 유도하고 있고 기초기술 보다는 응용기술 쪽에 보다 큰 비중을 두고 있다. 컴퓨터와 통신은 기초 기술보다는 상용기술을 통한 기술혁신이 필요한 분야라는 인식 때문이다.
현재 기업비지니스닥터제도를 운용하고 있는 곳은 부산 동서대와 전남대 등 몇몇 대학에서 운용하고 있으며 많은 대학들이 잇따라 내부 검토작업을 끝내고 본격적인 도입 채비를 갖추고 있다.
동서대의 경우 부산 지방 법정공단인 신평장립공단과 「1교수 1사」 체제를 구축,신제품 공동개발에 나서기로 했다.동서대는 특히 지난해 초부터 신평장립공단에 공대교수들을 파견,업체의 연구개발을 상담해 주는 「현장 공개대학」강좌를 개설해오고 있다. 이 강좌가 기업들로 부터 높은 호응을 얻자 동서대는 최근 공대 및 경영계열 교수들이 1개의 특정기업을 맡아 신제품 개발은 물론 경영상담까지 해주는 1교수1사제도를 운용하고 있다.
전남대는 광주, 전남지역 중소기업청과 이 지역 중소기업의 애로사항을 해결하기 위해 지난달 「산학연 선진화사업」결연식을 갖고 1회사 1교수 1기관 체제를 출범시켰다.
전남대 공업기술연구소와 기업경영연구소 및 중소기업기술개발 지원센터 등에 소속된 1백여명의 교수가 참여한 선진화사업은 지역에 위치한 1천여개 중소기업을 대상으로 기술개발과 경영자문등 전반적인 기업운영에 자문을 해준다. 이학교 김태성교수(전기공학과)는 『홈닥터처럼 기업에 비지니스 닥터제도를 도입했다』면서 『중소기업들이 보다 쉽게 대학과 기관에 접근해 기술과 인력, 경영마인드 등에 관한 지원을 받을 수 있도록 적극 지원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대학이 권위에서 탈피,중소기업의 개술개발에 본격 참여함으로써 효과적인 산학연의 협력체제가 이뤄질 것으로 보이며 이같은실천학문 추세는 앞으로 더욱 활성화 될 것으로 전망된다.
<양봉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