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반인들이 세계 1위의 반도체 업체인 인텔을 언급할 때 업계 최고의 설계기술, 탁월한 마케팅 능력을 강조하고 있으나 이는 하나를 간과하고 있는 셈이다. 인텔은 이와 함께 업계 최고수준의 공정기술을 보유한 업체다. 사실 호환칩 업체들이 인텔에 뒤처지는 부분도 설계기술이라기보다는 공정기술 측면이라는 게 업계의 분석이다. 또 삼성전자가 메모리 부문에서 우뚝서게 된것도 다른 업체보다 월등한 수치를 자랑하는 공정기술을 바탕으로 한 수율 때문이라는 것이 정설이다.
최근 반도체 업체의 공정기술 경쟁이 더욱 치열해지고 있다. 설계기술은 개발하기 어렵다면 기술공여업체나 라이선스를 통해 얻을 수도 있지만 공정기술 노하우는 어느곳에서도 얻을 수 없기 때문이다. 또 업체간의 설계기술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제품 우열은 성능 차이보다도 수율과 미세공정에 따른 가격 경쟁력, 신뢰성면에서 더욱 강조되는 추세다.
공정기술은 장비에 크게 좌우되지만 이에 따른 설계툴 변경, 실제 라인에 적용하기 위한 전체적인 장비와 설계 툴의 조율은 소자업체들이 맡을 수밖에 없어 소자업체들의 핵심기술 보유여부가 매우 중요하다. 실제로 구리칩 기술과 관련해서는 장비업체보다도 소자업체인 IBM이 주도적으로 진행했으며 모토롤러의 신형 번인 테스터와 같이 소자업체와 장비업체가 컨소시엄 형태로 새로운 공정기술을 개발하는 경우도 크게 늘고 있다.
또 최근에 0.07미크론 미세공정기술을 발표한 텍사스인스트루먼츠(TI)도 회사내에 공정기술 인력을 대규모로 보유하고 있는 등 공정기술 인력 중요성이 크게 강조되고 있다.
공정기술과 관련해 소자업체들의 큰 관심을 끌고 있는 것은 미세공정기술과 웨이퍼 대구경화, 그리고 최근에 상용화되기 시작한 구리칩 연결기술을 들 수 있다.
미세공정기술은 그동안 국내 업체를 비롯한 메모리 업체들이 앞서왔던 분야다. 그러나 최근에는 이러한 도식은 의미가 없어졌다. 미세공정은 칩 크기와도 밀접한 연관이 있지만 데이터 처리속도를 개선하고 전력소모를 낮출 수 있다는 점에서 아날로그 분야를 제외한 모든 반도체 업체들이 서로 앞서가기 위해 총력을 기울이기 때문이다.
CPU업체 가운데 가장 앞선 미세공정을 적용하고 있는 업체는 IBM으로 이달초 구리칩 기술과 0.22미크론 공정을 적용한 파워PC 칩을 출시했다. 또다른 파워PC 칩 생산업체인 모토롤러도 현재 0.25미크론 공정에서 한세대 발전시킨 0.18미크론 공정을 적용한 새로운 파워PC 칩을 올 4·4분기에 발표할 예정이다.
또 IBM은 내년에는 0.18미크론 공정을 도입하고 모토롤러는 0.13미크론 공정까지도 도입할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
인텔은 자사 CPU제품뿐만 아니라 플래시메모리, 임베디드 프로세서까지 모두 0.25미크론 공정을 적용하고 있어 평균적으로는 가장 앞선 공정을 도입하고 있는 것으로 평가된다.
AMD도 자사 CPU를 모두 0.25미크론 공정으로 이전했으며 이달부터 사이릭스 CPU를 생산할 예정인 내셔널 세미컨덕터도 0.25미크론 공정을 도입해 미디어 GX나 M2를 생산할 예정이다.
한편 인텔은 내년 하반기에 0.18미크론 공정을 적용한 CPU인 커퍼마인을 출시할 계획이며 오는 2001년경 0.13미크론 공정을 도입한다는 계획이다.
주문형반도체(ASIC) 업체나 DSP 업체들의 미세공정 도입 움직임도 빨라지고 있다. ASIC 전문업체인 LSI 로직은 올해 상반기에 트랜지스터의 유효 채널길이(Leff)가 0.13미크론인 G12라는 시스템 온 칩 신기술을 발표해 큰 관심을 모았다.
G12의 특징은 이전세대 기술에 비해 40% 정도 처리속도가 빠르고 전력 소비량도 50% 가량 감소했으면서 로직의 집적도는 3배 가량 커진 것이다.
20×20㎜의 칩에 2억2천3백만개의 트랜지스터를 집적할 수 있다. 이 회사는 G12 기술을 적용한 시제품을 올해말 발표하고 내년 2·4분기부터는 본격 생산에 나설 계획이다.
DSP분야 1위 업체인 TI는 최근 0.07미크론 실리콘 제조기술을 업계 최초로 개발했다고 밝혀 앞으로 미세공정이 어느 정도까지 진행될지를 가늠케 해준다.
현재 0.18미크론 공정까지 선보이고 있는 TI는 이 기술을 적용할 경우 7계층까지 서로 연결된 한 개의 단일칩에 4억개 이상의 트랜지스터를 집적할 수 있고 1V 이하의 낮은 전압에서 1㎓ 이상의 동작 주파수를 가질 수 있다고 설명했다. TI는 이 기술을 오는 2001년 상용화해 자사의 고성능 DSP나 TI가 제조하고 있는 선마이크로시스템스의 울트라스파크 칩에 적용한다는 방침이다.
이와 관련, 올초 일본의 한 전문지가 미국과 일본의 엔지니어를 대상으로 조사한 바에 따르면 현재 기술을 그대로 적용할 경우 미세화 한계는 0.05미크론, 시기는 2010년경에 도달할 것으로 조사돼 흥미를 끌고 있다.
구리칩 기술 도입도 업계의 향후 행보와 관련해 주목받고 있다.
구리칩 기술은 현재 반도체 회로 합성물로 사용되고 있는 알루미늄을 대신해 구리를 실리콘 표면에 증착, 기존의 알루미늄 칩보다 40% 가량 향상된 신호처리 속도에 전력소모량을 크게 줄이는 한편 CPU 같은 다층배선 제품에서 제조비용을 현재보다 30% 가량 줄일 수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구리칩 기술의 선두주자는 IBM이다. 지난해 8월 구리칩 기술을 세계 최초로 발표한 이후 자체 ASIC에 적용하다가 이달부터 이 기술을 적용한 마이크로프로세서인 파워칩을 선보였다.
모토롤러는 S램에 구리칩 기술을 적용해 시제품을 선보였으며 0.15미크론 공정기술을 적용한 파워PC용 구리칩의 본격적인 샘플을 공급하기 시작했다.
또한 인텔 호환칩 제조업체인 AMD는 모토롤러에서 구리 제조 관련기술을 이전받아 자사 차세대 CPU인 「K7」에 적용, 오는 2000년부터 독일 드레스덴공장에서 본격적인 구리 CPU 양산에 착수할 방침이다. AMD의 이러한 결정에는 공정기술에서 항상 인텔에 뒤처져온 것을 일거에 만회하기 위한 전략이 담겨있다.
TSMC·UMC 등 대만 파운드리 전문업체들도 최근 구리칩 제조기술 도입에 착수, 두 회사 모두 내년 9월 샘플 출하를 시작해 내년 말부터 본격적인 구리칩 양산에 들어갈 방침인 것으로 확인됐다.
일본업체로는 NEC가 내년 하반기부터 자사의 ASIC 제품에 구리칩 기술을 채용할 계획이며 유럽지역의 필립스와 지멘스는 오는 2000년부터 구리칩 기술의 도입을 추진한다는 전략이다.
이와 관련, 인텔은 기존 알루미늄 기술로도 예정됐던 제품성능 개선작업을 진행할 수 있고 0.13미크론까지는 구리칩 기술이 그렇게 커다란 이점을 제공하지 못한다는 점을 들어 아직까지는 유보적인 입장이다.
그러나 자체적으로는 구리칩 기술을 연구해 오는 2001년경부터 자사의 마이크로프로세서에 적용할 것으로 알려졌다.
웨이퍼 대구경화 작업은 상당부분 미뤄진 상태다. 앞으로 반도체 시장전망이 불투명하고 소자업체들의 투자심리도 크게 위축됐기 때문이다. 특히 대구경화는 설비전체를 대부분 교체해야 하므로 엄청난 투자비가 소요되는 점이 업체들을 주저하게 하고 있다.
업계에서도 올초 모토롤러와 지멘스가 3백㎜웨이퍼 제조기술 개발을 위한 합작회사 설립을 발표한 것 외에는 별다른 움직임이 보이지 않고 있다.
다만 일부 업체들이 오는 2001년부터는 본격적으로 대구경화에 나설 것으로 예상된다.
〈유형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