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당경쟁 양상으로 「공멸론」까지 제기되고 있는 이동전화사업자들의 이전투구에 대해 정부가 칼을 뽑아든 것을 놓고 논란이 그치지 않고 있다.
정부는 지난 4일 이동전화 5사 사장단이 참석한 가운데 이동전화 서비스 및 경영 개선대책을 논의했다. 핵심사안은 오는 7월로 예정된 이동전화 의무가입기간 폐지를 4월로 대폭 앞당기는 것과, 단말기 보조금은 오는 2000년부터 폐지를 원칙으로 올해에는 10만∼15만원선을 유지토록 한다는 것이다.
이동전화사업자들이 이같은 정부의 유도정책에 전폭적으로 찬성한 것은 아니지만 우리는 정부의 의지에 일단 공감한다. 정부가 밝힌대로 이번 논의사항은 이동전화부문의 과당 중복투자 방지를 위한 건전한 경쟁여건 조성과 통신 과소비 억제, 소비자의 보편적 권익보장이라는 대원칙에 충실한 것이기 때문이다.
더욱이 이같은 정책기조는 이미 남궁석 정보통신부 장관이 취임한 이후 『인위적 빅딜은 없다. 오히려 공정경쟁여건을 마련해 줌으로써 이동전화 5사가 모두 자립기반을 마련토록 하겠다』는 언급을 실무적으로 뒷받침하는 것이기도 하다.
그러나 여기서 짚고 넘어가야 할 것은 정부의 시장개입 수준과 한계다. 이번 사안에 대해 사업자들이 흔쾌히 동의하지 않은 것도 결국 이와 관련된 불만이 내재하고 있기 때문인 것으로 분석된다. 원칙과 대의명분에는 수긍하면서도 구체적인 정책수단을 둘러싸고는 비판과 논란이 제기될 수 있는 것이 정부의 정책이다.
우선 정부의 방침은 너무 원칙에 얽매인채 사업자들의 운신폭을 지나치게 제한하는 것 아니냐는 지적을 받을 만하다. 의무가입기간 조기폐지는 바람직하지만 이미 우여곡절 끝에 7월 폐지로 가닥을 잡은 내용을 불쑥 3개월이나 앞당기겠다고 나오는 것은 사업자들을 당황시키기에 충분하다.
이동전화사업자들은 초기 가입자 확보를 위해 엄청난 단말기 보조금을 지급하면서 그 대안으로 의무가입기간을 명시한 전략을 구사해 왔고 사회적 시비에도 불구하고 이는 어느 정도 성공을 거두었다. 후발주자들까지도 사업시작 1년여만에 각 2백만 가입자를 확보한 것도 따지고 보면 이에 힘입은 바 크다.
이런 판에 의무가입기간 폐지를 갑자기 3개월이나 앞당기는 것은 사업자들의 올해 경영전략에도 큰 영향을 미치게 된다. 의무가입기간이 조기에 폐지되면 가입비가 그만큼 올라가게 되고 신규 가입자 확보 전략에도 차질을 빚을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여기에 단말기 보조금을 내년에는 아예 없애고 올해는 10만∼15만원으로 유지한다는 방안 역시 너무 구체적 가이드라인이라는 지적이 많다. 전세계적으로 이동전화사업자들의 단말기 보조금 지급은 관행화되어 있다. 물론 우리의 경우 초기 투자비에도 허덕이고 있는 상황에 과다한 보조금 지급까지 겹쳐 사업자들의 수익구조가 악화되는 것은 분명하지만 정부가 이에 직접 개입하는 것은 기업경영에 간섭하는 것으로 비춰진다.
일부 사업자들은 이같은 정부의 방침에 대해 개별사업자가 시장상황에 맞춰 독자적으로 혹은 전략적으로 추진해야 할 마케팅 방향까지 제한하는 것이라는 입장을 숨기지 않고 있다. 의무가입기간이나 단말기 보조금 규모는 개별 사업자들이 자신들의 경영전략 하에서 자체적으로 결정해야 할 부분이라는 것이다.
이와 함께 일부에서는 이같은 정책기조가 그대로 집행된다면 현재의 시장질서를 고착시키는 결과를 초래, 상대적으로 후발주자들의 손발을 묶는 것이라며 의혹의 눈초리까지 보내고 있다.
우리는 과당경쟁이 횡횡하는 이동전화시장에 대한 정부의 원칙있는 개입은 필요하다고 보고 있다. 하지만 개별 사업자의 세세한 마케팅 방향까지 제한한다는 시비가 제기되는 것은 올바르지 않다.
정부가 공정경쟁여건을 조성하려 한다면 차라리 소비자들의 권리나 권익을 침해하는 사업자들의 행동을 적절히 규제하는 방향을 권장하고 싶다. 정부의 지나친 기업경영 간섭은 시장경쟁원칙에도 반하는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