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의 방송> 美 ABC-디즈니TV "깜짝 통합" 의도

 지난달 8일 월트디즈니사는 자체 TV 제작팀과 ABC의 프라임타임국을 하나로 통합, 「ABC 엔터테인먼트 텔레비전 그룹」이라는 새로운 조직을 만들기로 했다고 발표했다.

 디즈니가 극비리에 ABC를 인수해 세인들을 깜짝 놀라게 한 지 4년만에, 또 다시 전혀 예상치 못한 조치를 취한 것이다.

 과연 이러한 조직 개편을 통해 시너지 효과를 극대화할 수 있을지 아니면 기존의 문제점들이 증폭될 것인지에 업계의 관심이 높다.

 그동안 방송계는 프로그램 편성을 주로 담당하는 네트워크와 새로운 시리즈물 제작에 몰두하는 스튜디오를 서로 겹치지 않게 나란히 배치하는 게 일반적이었다. 이러한 쌍두마차 시스템은 폭스와 워너 브러더스와 같이 수직적으로 통합된 합병회사들에서도 그대로 유지돼 왔다.

 그렇다면 네트워크와 스튜디오를 별도로 관리하는 업계의 전통을 무시하면서까지 조직을 개편하려는 디즈니의 의도는 무엇일까.

 일차적으로 디즈니는 네트워크와 스튜디오의 상호 중복되는 업무를 일원화함으로써 많은 돈을 절감할 수 있다.

 그러나 비용 절감만이 추진 동기는 아니다. 디즈니의 마이클 아이즈너 회장은 스튜디오와 네트워크 사이에 진정한 협력이 이뤄지지 못하고 있는 것에 대해 매우 불만스러워 했다. ABC네트워크의 사장인 팻 빌리 크루셀 역시 『공식적이든 아니든, 모든 사람들의 목표는 자체적인 출구를 위해 프로그램을 제작하는 것』이라며 통합의 당위성을 강조했다.

 내부 관련자들은 스튜디오와 네트워크가 제각기 자신이 제작한 프로그램에 지나친 애착을 갖고 있다는 점을 통합의 제일 큰 걸림돌이라고 꼽고 있다.

 하지만 핵심 시청연령층인 18∼49세에서 NBC와 폭스의 뒤를 이어 3위에 머물고 있는 ABC가 도약하기 위한 프로그램 전략을 짜는 데 두 진영이 손을 잡아야 한다는 것은 분명하다.

 따라서 ABC의 라이벌 방송사들에도 일부 프로그램들을 제작해 공급해왔던 디즈니는 앞으로 이같은 활동을 축소하고 자체 출구인 ABC에 초점을 맞출 것으로 보인다.

 메이저 네트워크 가운데, 네트워크와 스튜디오간의 관계를 성공적으로 유지해 온 방송사는 폭스다. 폭스는 20세기폭스사 TV 제작팀이 여러 방송사를 위해 프로그램을 제작해 많은 수익을 올릴 수 있도록 허용했다. 물론 20세기폭스는 폭스 방송사를 위한 지배적인 공급자이기도 하다.

 반면에 워너 브러더스TV는 디즈니처럼 워너 브러더스 네트워크와의 시너지 효과를 창출하는 과정에서 크고 작은 어려움에 봉착하고 있다. 따라서 스튜디오의 신임 사장인 피터 로스가 올 초에 부여받은 최우선 과제가 바로 이러한 관계를 개선하는 것이었다.

 ABC 엔터테인먼트 텔레비전 그룹은 공동 회장제로 운영될 예정이다. 일부에서는 통합 네트워크­스튜디오에서 큰 혼란이 빚어질 것이라고 예측하고 있다. 고위 간부들이 과다하게 포진된 ABC의 사정을 감안해 볼 때, 추잡한 권력 투쟁이 끊임없이 계속될 것이라고 비관적으로 보는 사람들도 있다.

 또 다른 통합 회의론자는 『근친상간은 매우 나쁜 짓이다』라는 말로 ABC의 통합된 제작팀이 상당한 어려움에 직면할 것으로 내다봤다.

 그러나 스튜디오와 네트워크의 창조적 기능이 혼합되는 것에 대해 긍정적으로 보는 견해도 당연히 존재한다.

 한 고위 간부는 『ABC와 디즈니의 직원들은 구매자와 판매자간 모델이 아닌 새로운 상태로 존재했을 때보다 효율적으로 협력할 수 있으며 우리 모두는 수직 통합의 전혀 새로운 세계를 접하고 있다』고 주장한다.

 ABC엔터테인먼트 텔레비전그룹의 공동회장인 블룸버그는 네트워크와 스튜디오의 통합 작업을 이해하는 과정에서 일종의 「학습곡선」을 경험하고 있다며 통합에 부정적인 세간의 여론을 일축했다.

<자료 제공:방송동향과 분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