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5회 벤처지원 포럼]벤처기업 해외진출 전략

전자신문사와 중소기업협동조합중앙회가 주최하고 벤처지원포럼(회장 오해석)이 주관한 공개세미나가 지난 21일 오후 여의도 기협중앙회 국제회의실에서 「벤처기업 해외진출 전략」이란 주제로 열렸다. 중소 및 벤처기업 관계자 300여명이 국제회의실을 가득 메운 가운데 열린 이날 세미나에서는 박상희 기협중앙회장을 비롯해 최준영 중소기업청 벤처기업국장, 김치동 정보통신부 산업기술과장, 김영준 벤처캐피털협회장, 이영남 여성벤처협회 부회장, 김도진 두루넷 부사장, 도용환 STIC 사장, 송동호 소프트온넷 사장 등 정부와 업계관계자들이 참석해 벤처기업의 해외진출에 필요한 다양한 의견이 제기됐다. 이날 토론 내용을 요약, 정리한다. 편집자

△백만기(김·장특허법률사무소 변리사, 사회)=두루넷의 나스닥 직상장, 벤처기업들의 실리콘밸리 진출 등 국내 벤처기업들의 해외진출이 늘고 있습니다. 그러나 아직까지 벤처기업이 세계를 상대로 비즈니스를 하는 데는 자금과 마케팅능력은 물론 각국 산업과 기술 및 법률 등에 대한 정보 부재로 인해 많은 어려움이 있는 것이 사실입니다. 오늘 세미나에서는 벤처기업들이 해외진출시 겪을 것으로 예상되는 어려움을 짚어보고 성공적인 진출을 위한 전략에 대해 토론해 보도록 하겠습니다.

△이영남(여성벤처협회 부회장·EZ디지탈 사장)=저는 11년전 서연전자를 설립, 매출의 90% 이상을 해외에서 올리고 있습니다. 최근 EZ디지탈로 사명을 변경하고 LG정밀 계측기 사업분야를 인수하는 등 해외사업을 확대하기 위한 제반준비에 박차를 가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벤처기업이 해외시장을 개척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어려움이 너무 많습니다. 정보와 자금의 부족에서 오는 어려움은 물론 현지 문화에 대한 인식부족으로 인한 문제가 심각합니다. 현지법인을 설립하는 것도 어려움이 많습니다. 회사의 기본 인프라 구축에도 어려움이 많고 4, 5명의 기본인력만 운영하려 해도 월 40만∼50만달러 이상이 소요됩니다. 최대한 그 나라의 제반여건을 효율적으로 활용하기 위한 전략을 구사하고는 있으나 쉽지 않은 것이 현실입니다.

이런 과정에서 기본 인프라 구축 및 운영비 마련을 위해서는 현지 투자를 받는 게 가장 유리하겠지만 벤처기업들이 해외 벤처캐피털의 투자를 받기는 굉장히 어려운 환경입니다. 따라서 외국캐피털과 한국 벤처캐피털이 합작해 펀드를 조성, 국내 벤처기업들이 투자를 쉽게 받을 수 있는 여건이 마련돼야 할 것으로 봅니다. 합작 벤처캐피털은 국내 벤처기업들이 해외시장을 개척하기 위한 자금지원은 물론 협력관계를 맺은 외국 벤처캐피털을 통해 마케팅에도 많은 도움을 받을 수 있을 것이라는 생각입니다.

△김영준(벤처캐피탈협회장·LG창투 사장)=안정적인 실리콘밸리 진출을 위한 가장 좋은 방법은 현지 투자를 유치하는 것입니다. 그러나 미국에서 벤처캐피털의 투자를 받기는 굉장히 어렵습니다. 미국내 벤처캐피털들은 투자요건이 굉장히 까다롭습니다. 실제로 전체 투자요청 기업의 3%만이 투자를 받고 있는 실정입니다. 중요한 것은 미국과 한국의 벤처캐피털 환경 및 투자방식이 완전히 다르다는 점을 알아야 합니다.

최근 국내 벤처기업가들의 사고방식도 많이 변하고는 있으나 경영에 집착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벤처기업가가 반드시 경영자로 남아야 한다는 논리는 이제 구시대의 잔재입니다. 경영은 물론 마케팅과 인사관리 등 거의 모든 것을 아웃소싱할 수 있다는 자세를 가져야 합니다.

그러나 해외에 진출하려는 우리나라 벤처기업의 경우 아직 이 같은 시대적 흐름을 받아들일 준비가 안돼 있다는 것이 문제입니다. 현지 투자유치를 위해서는 소유개념에서 탈피해야 합니다. 경영권에 집착하거나 지분율 방어에 치중하기보다는 경쟁력을 어떻게 높이고 얼마나 많은 이익을 얻을 수 있느냐에 고민의 초점이 맞춰져야 합니다. 국내 벤처기업인의 사고가 획기적으로 변해야 합니다.

△홍순영(중소기업협동조합중앙회 상무)=거품논란이 나올 정도로 단기간내에 벤처의 눈부신 성장이 이뤄지고 있습니다. 벤처기업이 성공적으로 자리잡아 가면서 국내 벤처기업들의 해외진출도 활발하게 진행되고 있는 시점에서 과연 나스닥 입성이나 미국진출만이 해외진출을 의미하는 것인지도 생각해야 합니다. 미국이 물론 중요하지만 미국 위주의 시각에서 벗어나야 한다는 것입니다. 유럽과 일본, 동남아시아로의 시각확대가 필요하다는 얘깁니다.

미국진출이 반드시 성공을 보장하는 것은 아닙니다. 또 나스닥에 진출할 수 있는 국내 벤처기업도 한정돼 있습니다. 조류에 휩쓸리지 않고 자신의 회사에 맞는 시장을 공략하는 전략이 필요한 시점입니다.

이와 함께 벤처기업들의 해외시장 진출을 위해서는 국내 벤처캐피털의 국제화도 함께 이뤄져야 합니다. 단순한 투자만이 아니라 벤처기업들의 성장과정에서 모든 지원을 해줄 수 있어야 합니다. 성공한 벤처기업 뒤에는 전문 벤처캐피털리스트를 보유한 벤처캐피털이 존재한다는 것을 명심해야 합니다.

△최준영(중소기업청 벤처기업국장)=이제 벤처기업에 대한 정부의 자금지원은 사실상 의미가 없습니다. 현재 중기청에 등록된 94개의 벤처캐피털과 이를 뒷받침하는 코스닥시장이 벤처기업의 막강한 자금줄이 되고 있기 때문입니다.

벤처기업이 비즈니스하기 위한 환경이 지금처럼 좋은 적은 없었던 것으로 보입니다. 특히 자금문제의 경우 정부 정책자금은 물론 증권시장이나 인터넷공모 등을 통하면 얼마든지 자금을 조달할 수 있습니다. 특히 코스닥시장은 벤처기업의 자금원 역할을 훌륭하게 해내고 있습니다.

그렇다고 해서 벤처기업의 해외진출이 나스닥 입성과 동일시 돼서는 안됩니다. 해외진출은 반드시 필요한 것이지만 나스닥 진출을 반드시 해야 되는 것인지 고려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나스닥은 많은 투자재원을 필요로 하는 기업이 우선적으로 진출해야 합니다. 나스닥 진출에 따른 비용부담이 만만치 않을 뿐만 아니라 미국과 한국의 회계기준이 다른 점, 나스닥이 요구하는 기업공개 수준 등 준비되지 않은 기업이 감내해 내기에는 어려운 점이 많은 것이 현실이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글로벌시대이니만큼 장기적으로는 글로벌증시로 대변되는 나스닥시장 진출을 고려해야 할 것으로 봅니다. 그런 점에서 코스닥과 나스닥의 제휴나 나스닥코리아의 진출도 생각해 봐야 할 문제입니다.

△사회=기술력이 뒷받침되지 않는 무분별한 해외진출은 큰 낭패를 볼 수 있습니다. 진출을 위한 진출이 아니라 세계시장을 석권할 수 있다는 기술에 대한 자신감이 전제되어야 합니다. 물론 자신감은 객관적인 검증에 기반해야 합니다. 그러면 실제 벤처기업에 많은 투자를 하셨고 또 벤처기업의 해외진출에도 많은 관심을 갖고 있는 STIC의 도 사장께서 그간의 경험에 따른 의견을 말씀해 주시지요.

△도용환(STIC 사장)=최근 5개월간 1700억원을 벤처기업에 투자했으며 미국의 벤처성공 모델을 찾기 위해 실리콘밸리를 자주 방문하고 있습니다. 그 결과 얻은 결론은 역시 성공하는 기업에는 뭔가 색다른 측면이 존재한다는 것입니다.

해외시장 진출을 위해서는 국내 벤처기업인들도 실리콘밸리를 자주 방문, 국제적인 감각을 익혀야 할 것입니다. 물론 이 과정에서 많은 지원이 뒤따라야 합니다. 현재 정통부에서 실리콘밸리에 인큐베이터를 설치, 성공적인 지원을 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정부 주도의 지원책에는 한계가 있습니다. 앞으로는 정부와 민간이 협력하는 접근방식이 이뤄져야 합니다.

궁극적으로는 무조건적인 실리콘밸리 러시가 아니라 해외진출의 이해득실을 분명히 따져 봐야 합니다. 특히 국내에서 인정받지 못하는 기업은 해외에서도 인정받지 못한다는 생각을 갖고 내실을 다지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됩니다. 글로벌시대의 벤처기업은 해외진출이 능사가 아니고 들어오는 외국기업에 대비하는 현실적인 시장확보 전략도 필요합니다.

△김치동(정보통신부 산업기술과장)=국내 벤처기업들의 해외진출을 위한 가장 좋은 전략은 현지화 전략입니다. 그러나 벤처기업들은 홍보는 물론 이러한 접근방식에 대한 두려움을 갖고 있습니다. 이 때문에 성공적인 해외시장 진출을 이뤄내지 못하고 있습니다.

따라서 정부는 각종 전시회 참가보조, 현지 창업지원센터 설립 등을 통해 판매를 통한 장을 마련하는 정책을 추진하고 있습니다. 또 사이버몰을 만들어 벤처기업들의 상품을 홍보할 수 있는 장을 마련했으며 현재 영문화 작업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이와 함께 벤처기업들은 현지 벤처캐피털 및 정부로부터 신뢰를 받는 데 큰 어려움을 받고 있습니다. 비자 발급에서부터 현지에서의 사업수행에 이르기까지 낮은 공신력으로 인해 초기단계부터 어려움이 많습니다. 이를 위해 정부는 영문인증서 발급 등 관련대책을 마련하고 있습니다. 최근에는 벤처기업들의 세계시장 공략을 위한 전담반을 구성, 벤처기업인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고 있습니다.

△사회=오랜 시간 수고하셨습니다. 오늘 토론을 종합하면 벤처기업들의 해외진출에는 틈새시장을 파고들기 위한 차별화전략과 이를 뒷받침할 수 있는 차별화된 기술, 엔지니어·법률·경영 등의 종합적인 벤처 경영지원을 위한 시스템 구축 등이 뒷받침돼야 한다는 것으로 요약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특히 국내 벤처기업들의 해외시장 공략이 성공하기 위해서는 동종 및 유사한 기업간의 사업연대를 통한 공동 진출전략도 뒤따라야 할 것으로 생각됩니다. 지금은 초기 해외진출 벤처들의 성공적인 정착을 위한 전방위적인 지원을 통해 성공적인 모델을 만들어야 할 때라고 생각합니다. 세계시장 개척에 나선 모든 벤처기업들의 성공을 기대합니다. 고맙습니다.

<박승정기자 sjpark@etnews.co.kr

홍기범기자 kbhong@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