각국의 메이저급 기업들을 묶은 세계적인 기업간(B2B) 전자상거래 사이트들이 속속 등장하고 있다.
이달초 삼성전자를 비롯해 AMD·컴팩·게이트웨이·히타치·휴렛패커드·인피니온·NEC·SCI시스템·솔텍트론·웨스턴디지털사 등이 자본금 1억원 규모의 B2B 전자상거래 합작사 이하이텍(http://www.ehitex.com)을 설립하기로 합의했다.
이어 최근에는 LG전자를 비롯해 세계 12개 대형 전자통신업체가 연합한 B2B 전자상거래 합작사 이투오픈닷컴(http://www.e2open.com)의 설립이 확정됐다. 세계의 유력업체들이 모여 부품에서 완제품에 이르는 IT제품의 판매과 구매시장을 쥐락펴락 하겠다는 의지로 풀이된다. 판매와 구매를 규모의 경제로 시도할 경우 얻는 원가절감과 공동마케팅이 갖는 연대의식은 자연스런 시장주도를 가져올 것이라는 관측이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두 컨소시엄의 경쟁구도 형성은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오프라인에 부는 인터넷 바람=앞으로 설립될 두 회사는 서로 경쟁관계다. 먼저 이하이텍의 설립을 합의했을 때 12개 합작사에 참여하지 못한 기업으로서는 시장방어에 치명적인 약점을 안게 된다. 제품을 구성하는 부품공급에서 가격경쟁력이 뒤처져 시장에서 외면당할 것은 뻔한 일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합작사에 들지 못한 메이저급 전자·통신회사들이 서둘러 만든 것이 이투오픈닷컴이다. 경쟁관계로 보기보다는 생존을 위한 자기방어로 보는 것이 오히려 정확할 것이다. 또 두 회사 어디에도 끼어들지 못한 기업들이 제3의 B2B 전자상거래 합작사를 만들 수도 있다. 인터넷이 기업의 목줄을 죄고 있는 현실을 보여주고 있다.
반면 부품 공동구매로 인한 제품가격의 인하 등 앞으로 양 인터넷 합작사의 대결구도도 지켜볼 만하다. 먼저 국내의 경우 삼성전자가 주도하는 이하이텍과 LG전자의 이투오픈닷컴을 통해 공동구매한 부품으로 생산된 완제품의 경우 시장에서 가격경쟁은 더욱 치열한 양상을 보일 것으로 전망된다. 또 국내 굴지의 대기업들이 벌이는 세계 인터넷 시장경쟁도 관심을 끄는 대목이다. 크게 긍정적 측면과 부정적 측면으로 해석될 수 있다.
◇긍정적 측면과 부정적 측면=먼저 긍정적 측면으로 우리나라의 인터넷 세력이 세계시장을 주도할 만큼 성장했다는 것과 이를 통해 기업경쟁력을 향상시킬 수 있다는 점이다. 언뜻 경쟁관계로 해석되지만 한편으로는 무한한 인터넷시장을 확대해 나갈 수 있다는 면으로 해석될 수 있다. 국내 굴지의 대표기업들이 나서는 인터넷사업인 만큼 선점의 효과가 배가된다는 측면이다.
반대로 부정적인 측면으로는 예전과 같은 세계시장에서의 국내 업체간 출혈경쟁 재현이 우려된다. 먼저 설립 합의를 발표한 삼성전자에 이어 LG전자가 설립합의를 도출한 것은 생존의 문제도 달려 있지만 양사간의 경쟁적 측면도 배제할 수 없다. 이 경우 부품 공동구매 B2B의 독점적 지위는 이미 사라졌다. 오히려 양 B2B업체를 부품공급업체가 저울질하며 협상할 경우 제살깎기로 치달을 수 있는 가능성도 있다. 또다시 세계 인터넷시장에서 국내업체간 주도권 싸움이 벌어질 수 있는 사태가 우려된다.
◇대기업 인터넷사업의 기로=인터넷이 오프라인 업계를 뒤흔들고 있다. 앞다퉈 인터넷사업을 추진하는 오프라인 업체들에 이번 B2B업체의 설립은 고무적인 일이다. 새로운 인터넷 비즈니스 사업을 개시하고 세계시장을 상대로 한 글로벌 경영은 인터넷의 이념과도 맞아 떨어진다. 특히 미국이 주도하고 있는 인터넷 시장에 국내 업체가 나란히 주도권을 행사하는 합작사 설립은 세계 인터넷시장 장악이라는 면에서 높이 평가할 수 있다.
그러나 지나친 경쟁은 서로의 살을 축낸다. 부품의 공동구매 및 제품의 공동판매라는 측면에서 시작한 B2B 합작사 설립이 양사의 오래된 갈등(?)으로 비화된다면 인터넷사업의 취지가 무색하게 된다. 대기업, 오프라인 기업의 인터넷사업이 갈림길에 서있다.
<이경우기자 kwlee@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