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적의 가슴에 태극기를 꽂자.」
병영에서나 나옴직한 이 섬뜩한 구호는 벤처기업인 오픈솔루션(대표 김종욱 http://www.solutionhere.com)이 창립 때부터 내건 모토다.
오픈솔루션은 외국 대형 반도체 기업들에 거의 잠식되다시피 한 국내 부품개발 실태를 꼬집고 「우리가 한번 제대로 된 제품을 만들어보자」는 심정으로 이같은 모토를 정한 것이다.
지난 96년 창업한 이후 지금껏 디지털TV용 IC, 초고속인터넷 접속용 모뎀과 스위치 칩, 무선헤드세트용 칩 등의 연구개발에 매달려왔다.
가장 먼저 나올 성과물은 무선헤드세트용 칩.
오픈솔루션은 미국의 헤드폰 디자인·조립·마케팅 전문회사인 코비(Coby)와 손잡고 이 제품의 샘플을 10월에 출시할 예정이다.
충전기식인 이 제품은 AAA배터리 테스트에서 8시간의 통화시간을 달성, 무선제품의 관건인 저전력 소모를 이뤘다. 여기에 100Kbps의 속도로 음성을 전달하고 기존 제품에 비해 40% 정도 저렴하다는 것이 오픈솔루션의 설명이다.
김종욱 오픈솔루션 사장은 이 제품을 군사·의료용 제품과 장난감 등에 응용한다는 계획이다.
김종욱 사장은 평소 『세트업체가 원천기술을 보유할 수 있는 방법은 칩업체와 협력하는 것』이라고 말한다.
그래서 국내 인터넷 접속장비 개발업체인 슈퍼네트(대표 유준상)와는 초고속인터넷 접속용 모뎀과 스위치 칩 개발에 공동 보조를 취하기로 제휴하기도 했다.
40억원의 연구개발비가 들어가는 이 칩은 1.5㎞ 반경에서 최대 10Mbps의 전송속도를 갖는 새로운 형태의 xDSL로 내년 초에 본격적인 상용제품을 내놓을 계획이다.
오픈솔루션은 또 내년 초를 목표로 비장의 무기를 준비하고 있다. 케이블모뎀용 칩시장에서 선두를 달리고 있는 외국 B사의 제품에 견줄만한 제품을 내놓는다는 전략이다.
그러나 이 회사에도 시련은 있었다.
창립 후 디지털TV용 칩과 관련, 동부전자와 함께 개발에 총력을 기울였으나 IMF라는 시기적 악재로 인해 동부전자의 반도체시장 진출이 정부에 의해 꺾이면서 연쇄적으로 타격을 입은 것이 그것이다.
그때를 떠올리면 아쉬움이 남는다는 것이 김 사장의 탄식이다.
그렇지만 이제 어두운 터널은 지나갔다. 계획보다 지연됐으나 목표대로 제품 개발이 이뤄지고 있다.
이 회사는 또 최근 디지털TV 개발과 관련, 산업자원부 장관상을 수상해 밖에서도 기술력을 평가받고 있다.
김 사장은 「오픈솔루션의 인력」을 확신한다.
지금은 22명이지만 올해 말까지 35명으로 인원이 늘어날 것이며 이들 가운데는 개발주역들이 많다는 것이 김 사장의 자랑이다.
늘어날 식구를 위해 10월이면 사무실도 이전할 계획이다.
「감을 잡았다」는 김 사장의 얼굴에서 살벌한 모토를 바꿀 때가 멀지 않았음이 느껴진다.
<김인구기자 clark@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