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 TV방송의 시험방송이 시작됐지만 전송방식을 둘러싼 공방은 수그러들지 않고 있다.
디지털 방송의 전송방식은 정보통신부가 방송사와 가전업계·연구계 등의 의견을 수렴해 미국에서 채택하고 있는 ATSC(Advanced TV System Committe:첨단텔레비전방식위원회)방식으로 결정한 바 있으나 방송기술자들이 이 방식의 문제점을 들어 재검토할 것을 강하게 주장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정통부는 최근 ATSC방식과 유럽의 DVB-T(Digital Video Territorial Broadcast:디지털영상 지상파방송)방식을 비교해 볼 것인가의 여부를 검토키로 했으며 방송위원회도 문제가 확산될 경우 이 문제를 주요 사안으로 논의하겠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
한국방송기술인연합회가 지난달 초 「디지털 지상파 전송방식 재검토되어야 한다」는 제목의 성명서를 발표한 데 이어 최근 시청자연대회의·전국언론노동조합연맹·한국방송기술인연합회 등 3개 단체가 공동성명서를 통해 「지상파 방송의 디지털 전송방식을 재검토하라」고 정부에 요구했다.
이들의 주장은 정통부가 지상파 방송의 디지털화 계획과 관련, 지난 97년 미국의 ATSC방식을 지상파 디지털 전송방식으로 채택한 것이 잘못됐다는 것이다.
ATSC의 변조방식인 8-VSB방식이 유럽의 COFDM방식에 비해 이동수신이 불가능할 뿐만 아니라 휴대 및 실내 수신에 약하다는 것이 재검토를 요구하는 주된 이유다.
또 최근 남미 국가들이 미국의 ATSC방식 대신 유럽의 DVB-T 방식을 채택하는 추세이고, 당초 미국식을 채택했던 대만도 최근 유럽식과의 비교평가 후 방식을 정하겠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는 주장도 펴고 있다.
방송관련 단체들의 이같은 주장에 대해 최근 정통부는 재고의사가 없다고 말해 왔다.
방송단체들이 주장하고 있는 문제들이 대부분 전송방식을 선정하기 이전에 제기됐던 문제들이라는 것이다.
그 당시에도 이동중의 수신 불량에 대한 문제제기가 있었으나 타 방식과의 비교분석을 통해 「고화질」이냐 「이동성」이냐를 놓고 고심한 결과 「고화질」을 선택한 것이라는 입장이다.
실내 수신과 이동시 수신에 대해서도 실내 수신의 경우 신호세기와 에코 두 가지 팩터에 의해 좌우되며 에코가 원 신호 대비 90% 보다 큰 경우에는 COFDM이 VSB보다 유리하나 신호세기가 약한 경우에는 오히려 VSB가 COFDM 대비 우수한 실내 수신 성능을 나타낸다고 밝혔다.
따라서 실내 수신환경에는 두 방식 각기의 취약점이 함께 존재하는 것이며 두 방식 모두 각자의 취약점을 최소화하기 위해 수신 성능을 개선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동 수신에 대해서도 초기에 독일을 중심으로 검토한 적이 있었으나, 현재 유럽방식에 이동 수신에 대한 규격도 없는 상태라고 일축하고 있다.
또 미국방식을 선택한 국가는 미국·캐나다·대만·한국이며 남미 및 중국에서도 미국 규격을 정식으로 고려하고 있으며 유럽방식을 선택한 국가는 기존 PAL방식을 사용하는 국가로 유럽의 영향권에 따른 것이 더 큰 이유이라고 설명하고 있다.
정통부가 디지털 방송의 전송방식 변경에 신중한 태도를 보이고 있는 것은 만약 전송방식을 유럽식으로 바꿀 경우 디지털 방송 실시 시기를 최소 1년 6개월에서 2년 정도 늦춰야 하기 때문이다.
이렇게 될 경우 과거 컬러 TV방송이 미국이나 유럽·일본에 비해 늦어지는 바람에 관련산업 발전에 큰 어려움을 겪었던 전철을 되풀이할 수도 있기 때문에 간단히 결정할 수 없는 문제다.
그렇다고 방송기술인들의 의견을 무시하고 미국방식을 강행할 경우 ATSC방식이 치명적인 문제점을 드러낼 경우 그 책임을 져야 하기 때문에 난처한 입장에 놓이게 된다.
이 문제가 어떻게 결론 내려질지에 방송인들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고 봐야 할 것이다. 이 문제는 무작정 시간을 끌 수 있는 사안이 아니기 때문에 적어도 올해 안에는 어떤 식으로든 결론이 날 것으로 보인다.
<김병억기자 bekim@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