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자상거래(EC)가 기업의 경영을 투명하게 할까.」 이에 대한 답은 부정적일 듯하다. 투명경영 제고가 EC적용 확대의 커다란 명분이었다는 점에 비춰볼 때 이같은 대답은 분명 의외다.
민간기업들이 EC에 적극 나서지 않는 이유 중 하나가 거래의 투명성으로 인한 세금부담 때문이라는 것은 공공연한 사실이다. 최근 정부가 내놓은 「온라인 거래시 부가세 감면」이라는 정책이 기업에 큰 메리트로 작용하지 않는 이유도 오프라인 거래를 통한 비자금 축적과 세금혜택은 비할 수 없기 때문이다. 업계의 이같은 사정은 최근 한 마켓플레이스 사업자의 말로 증명됐다.
5일 마켓플레이스를 운영하는 한 사업자는 『시스템에서 공급자의 주문 이력을 지울 수 있는 기능을 구현했다』며 『주문이력이 데이터로 고스란히 남는다는 점은 세수원 노출을 우려한 공급사의 참여를 방해하는 결정적 요인이기 때문에 어쩔 수 없는 조치』라고 말했다.
이같은 상황은 비단 마켓플레이스뿐 아니다. 일찍부터 기업경영 효율 및 투명성에 1순위로 꼽힌 전사적자원관리(ERP)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국내 ERP시장의 1인자인 모 기업의 영업사원은 『ERP 구축을 고객에게 권할 때 세무감사용 DB와 원천 DB가 별도가 구축되는 것을 설명하는 것은 기본』이라고 말한다. 이 관계자는 『대부분 기업들이 이중화된 DB를 갖고 있을 것』이라며 『기업에서 업무효율을 위해 ERP를 도입하더라도 경영상태가 고스란히 드러나는 것을 꺼리기 때문에 오래 전부터 관행적으로 처리됐다』고 말했다.
수백억원을 투자해 그룹전체가 ERP를 도입했다고 자랑한 S그룹의 경우도 이런 이유로 실제는 ERP시스템을 제대로 가동하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곤혹스러운 것은 국세청 등 기업 세무관련 감사 담당자들이다. 국세청 조사국 관계자는 『기업의 원천 DB에 접근하지 못하면 결국 기업에서 주는 「프린트」된 내용물을 보고 감사해야 하기 때문에 조사인력에서 IT전문가를 40%까지 늘린 실정』이라고 답했다.
업계 한 관계자는 『EC 활성화를 위해선 여러 가지 요소가 갖춰져야 하겠지만 무엇보다 경영자의 기업경영 마인드 변화가 가장 중요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신혜선기자 shinhs@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