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성장에 저물가」라는 이상적 조화를 밑바탕으로 하는 신경제 덕분에 미국이 사상 유례없이 10년에 가까운 장기호황을 누리고 있는 반면 전통의 제조 산업을 중시해 온 경제대국 일본은 90년대 중반 이후 성장 부진의 침체에 빠져 허덕이고 있다.
미국과 일본의 차이는 컴퓨터, 인터넷 등 정보기술(IT) 또는 디지털 혁명을 요체로 하는 신경제, 그 한마디로 설명된다. 미국에서는 인터넷·바이오 벤처가 우후죽순처럼 생겨나고, 일자리가 넘쳐 이직이 활발하게 이뤄지는 등 경제 전반에 활기가 넘치지만 일본은 기존 산업에만 매달려 새로운 성장 기반을 마련하지 못하고 있다는 얘기다.
이런 일본이 달라지고 있다. 특히 오부치 게이조 총리의 급작스런 사망으로 출범한 모리 요시로 내각은 국내 경제의 회생을 겨냥, IT 등 첨단 산업 육성을 골자로 하는 일본식 신경제 프로젝트 「신생(新生)플랜」을 내걸었다. IT 강국으로 거듭나면서 21세기에 걸맞은 경제 대국으로서의 이미지를 만드는 동시에 신경제에서 10년 정도 앞서 있는 미국도 따라잡겠다는 게 목표다.
선진 주요 8개국(G8) 수뇌회담에서는 사상 처음으로 IT 문제를 정식 의제로 상정
해 다뤘던 지난 6월의 오키나와 G8 회의를 전후해 모리 내각은 실제로 신생플랜의 뼈대가 되는 IT 산업의 촉진을 위해 관련 제도 정비와 인프라 구축 계획 등을 대거 발표했고, 최근에도 주요 정부 부처들을 통해 각종 지원책을 잇따라 내놓고 있다. IT 강국을 겨냥, 기반을 다지고 있는 것이다.
일본의 IT기반은 「경제 대국」 「부자 나라」라는 이미지에 걸맞지 않게 취약
한 것으로 평가된다. IT 최강국 미국과 디지털화 수준을 비교하면 휴대폰 보급이 크게 앞선 것을 빼고는 거의 모든 비교 항목에서 크게 뒤진다.
인터넷 보급의 경우 미국을 100으로 했을 때 절반(43.9)에도 못미칠 뿐 아니라
싱가포르(86.1)에도 크게 뒤지며 한국(43.8), 대만(44.5) 등과 비슷한 수준을 보이고 있다. 전자상거래 진전도는 58.8로 싱가포르(95.6), 대만(78.1), 한국(75.8) 등에도 뒤지고 말레이시아(58.1)와는 비슷한 수준이다. 호스트 수는 12.2로 엄청난 격차를 나타낸다. 그나마 PC 보급이 60.4로 대만(48.3), 한국(33.6) 등 다른 아시아 국가들을 앞서고, 휴대폰이 158로 미국을 앞질러 다소 체면을 유지하고 있는 정도다.
일본이 IT기반 확충을 위해 내놓은 대책은 인터넷 등 IT 부문의 보급촉진 및 저변확대와 산업 부흥이 유기적으로 연계돼 있는 것이 특징으로 1∼2년내 완료를 목표로 하고 있다.
저변확대와 관련해 눈여겨 볼 점은 전국민을 상대로 하는 IT교육 계획으로 이를 위한 연내 「IT국민운동본부」가 설립될 예정이다. 총리를 본부장으로 하는 IT국민운동본부는 전국 우체국과 지방의 각 행정기관 사무실 등에 강습소를 설치하고 약 4만명의 강사를 투입해 모든 국민이 IT 관련 기기를 조작, 활용할 수 있도록 교육할 계획이다. 이와 함께 일본 정부는 IT인력 양성 일환으로 내년에 약 200억엔을 투입해 100만명을 대상으로 「IT 기능자 양성 프로젝트」를 추진할 계획이다.
인프라 정비 차원에서는 초고속 통신망 사업으로의 신규 참여를 촉진하기 위해 일본전신전화(NTT) 등 기존 사업자들이 보유하고 있는 전신주·하수관 등 필요 시설의 개방을 의무화하는 법안을 마련해 나갈 방침이다. 일본 정부는 신규 참여를 촉진시켜 업체간 경쟁을 이끌어내 궁극적으로는 일반 국민이 부담 없이 초고속 인터넷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나갈 계획이다.
제도적으로는 디지털 기술의 급진전으로 경계가 애매해 지고 있는 방송과 통신간의 관계를 새롭게 규정할 수 있는 방송·통신 융합법을 추진중이고, 각종 행정 업무를 인터넷을 통해 할 수 있는 「전자정부」의 실현을 위해 근거법도 마련하고 있다. 이밖에도 전자상거래의 확산을 겨냥, 결제수단으로 유력한 전자화폐를 2002년 전면 실시할 계획이며 벤처 육성 차원에서 도쿄 중심가에 벤처타운도 추진중이다.
<신기성기자 ksshin@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