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의 패러다임이 바뀌고 있다. 산업혁명에 이어 디지털혁명이 세상을 뒤흔들고 있다. 그 혁명의 중심에는 「인터넷과 전자상거래」가 자리잡고 있다. 인터넷 세상을 가능하게 하는 원동력은 바로 정보기술(IT)이다. 인터넷이 발전하게 된 것은 인터넷 사용인구가 급속하게 늘고 통신·교육·문화· 엔터테인먼트 등 각 분야에서 온라인 서비스가 봇물을 이룬 덕택이다. 하지만 인터넷이 지금과 같이 스포트라이트를 받게 된 데는 전자상거래에 힘입은 바가 크다. 구매에서 물류와 재고관리, 생산계획, 고객서비스에 이르기까지 인터넷은 기업의 모든 생산과 마케팅 활동에 두루 이용되고 있다. 인터넷이 생산성 향상과 비용절감을 위한 강력한 수단이 되고 있는 셈이다. 인터넷이 디지털혁명을 이끄는 경제성장의 기관차로 불리며 산업혁명에 이은 디지털혁명을 촉발하는 계기를 마련했다는 평가를 받는 것도 이 때문이다.
미국 MIT 교수이자 케임브리지테크놀로지그룹 존 도노반 박사는 인터넷 비즈니스의 미다스로 통하는 인물이다. 그는 「인터넷은 미래」라고 단언할 정도로 인터넷에 기반을 둔 비즈니스 전략과 기술 솔루션이 기업의 생존을 결정하는 핵심이라고 강조하고 있다. 더욱이 이론가로는 드물게 케임브리지테크놀로지 파트너스·케임브리지테크놀로지 엔터프라이즈·C-브리지 인터넷솔루션스 등 인터넷 관련기업을 설립해 자신의 경영역량을 과시하기도 했다. 지난 19일과 20일 최고경영자 세미나 일환으로 한국을 방문한 도노반 교수를 만나 인터넷 기술의 현황과 미래, 무선 인터넷 시장 전망, 인터넷 시대에 최고경영자의 경영 원칙 등에 대해 들어봤다.◆
-한국에 관심이 많은 것으로 알고 있는데.
▲한국은 꿈을 이룬 대표적인 나라다. 1인당 국민소득을 지난 70년대초 70달러에서 불과 30년 만에 1만3000달러까지 끌어올렸다. 근면 정신, 높은 교육열, 낮은 문맹률 등 다른 나라와 비교해 성공할 수 있는 경쟁요소를 많이 가졌다. 또 전자상거래와 인터넷 분야에 대한 관심과 열기는 인터넷 종주국인 미국도 놀랄 정도로 대단하다. 최근 주식시장이 폭락하는 등 경제전반에 걸쳐 어려움을 겪고 있지만 이른 시일 안에 극복하리라 확신한다. 특히 인터넷과 전자상거래는 한국경제가 한 단계 도약하고 미래의 꿈을 실현하는 데 지대한 역할을 할 수 있는 토대를 제공할 것이다.
-인터넷 비즈니스를 성공으로 이끄는 요인은 무엇인가.
▲인터넷에서 제일 중요한 두 가지 요소는 기술과 고객이다. 정보기술 트렌드를 정확하게 짚어내고 미래의 신기술을 먼저 선점하느냐와 얼마만큼 고객이 요구하는 바를 충실히 실현할 수 있느냐가 관건이다. 이 때문에 최고경영자는 시장을 주도하는 표준기술 흐름을 정확하게 읽어야 하며 고객의 목소리를 끊임없이 청취해야 한다. 이 내용을 체계적으로 정리한 이론이 바로 「오른손(라이트) 경영과 왼손(레프트) 경영」이다. 기업의 부침은 모두 오른손과 왼손 경영 이론으로 설명 가능하다. 미래 기업은 이 두 가지를 조화롭게 이용할 때 성공할 수 있다.
-오른손과 왼손 경영은 구체적으로 무엇을 말하는가.
▲오른손 경영은 이미 잘 알려진 일반적인 경영철학이다. 최고경영자가 상식적으로 알고 있는 기업 운영방법을 말한다. 예를 들어 사람과 조직을 어떻게 관리하고 어떤 분야에 투자하고 기술개발은 어떻게 진행할지 등이다. 반면 왼손 경영은 더욱 본질적인 요소에 초점을 맞춘다. 회사의 부가가치와 비전을 창출하고 희망과 기대치를 기준으로 어떻게 기업을 운영할지가 여기에 포함된다. 이 때문에 왼손 경영은 고객을 기다리기보다는 고객이 원하는 바를 먼저 알아 이를 해결해주고 기술 트렌드를 올바로 짚어 시장이나 표준을 주도할 수 있게 한다. 오른손이 다소 소극적이라면 왼손 경영은 더욱 적극적인 경영방식인 셈이다. 마치 오른손과 왼손을 균형있게 사용하듯이 기업경영도 적절한 조화가 필요하다는 원리다. 예를 들어 지난 92년 정보기술 시장을 평정했던 디지털이퀴프먼트는 오른손 경영은 성공했지만 왼손 경영에 실패해 지속적인 성장을 하지 못하고 컴팩에 인수당할 수밖에 없었다. 반면 삼성이나 HP·오라클 등은 오른손과 왼손 경영에 성공한 대표적인 기업이다.
-석학으로는 드물게 회사 경영에도 관심이 많은 것으로 알고 있다.
▲내가 주장하는 이론을 시험하고 검증하는 무대가 바로 비즈니스다. 이미 케임브리지테크놀로지 파트너스, 케임브리지테크놀로지 엔터프라이즈 등 여러 인터넷기업을 설립해 운영하고 있다. 최근에는 인큐베이션과 투자그룹인 IBCC를 설립해 비전 있는 벤처기업을 집중 육성하고 있다. IBCC는 지난 99년 메사추세츠주 케임브리지에서 출범했으며 셀익스체인지(무선 애플리케이션), 컨센트릭비전스(양방향 미디어), 러닝시스템(원격 교육)을 인큐베이팅하고 있다. IBCC는 인터넷 인프라 분야에서 초기 스타트업 회사를 주요 대상으로 자금·경영 노하우·인력·정보기술(IT) 등을 종합적으로 지원한다.
-IBCC에서 인터넷 비즈니스의 판도를 바꿀 수 있는 두 가지 신기슬을 개발했다는데.
▲맞다. 동영상 멀티미디어 구축과 무선인터넷 기술이다. 동영상 멀티미디어 기술은 손쉽게 홈페이지에 관련한 모든 내용을 동영상으로 구축할 수 있는 애플리케이션이다. 이 기술은 홈페지의 각종 코너를 비즈니스와 직접 연결해 강력한 마케팅 툴로 활용할 수 있다. 쇼핑몰을 예로 들자면 모든 화면을 동영상으로 꾸며 직접 백화점에 가지 않고도 인터넷으로 오프라인에서 느끼는 쇼핑의 즐거움을 만끽할 수 있다. 쇼핑 도중에 사고자 하는 물건을 선택하면 관련된 내용이 자동으로 팝업되면서 상세한 정보를 얻을 수 있다. 물론 지불 결제도 원스톱으로 할 수 있다. 특히 이 기술을 쓰면 어떤 솔루션보다도 손쉽고 빠르게 멀티미디어 사이트를 구축할 수 있다. 또 하나 개발한 기술이 모바일인터넷 플랫폼이다. 이 기술은 무선인터넷으로 각종 데이터서비스를 가능하게 하는 일종의 스위칭 기술이다. 인터넷 단말기와 데이터서버 중간에 위치해 단말기에 각종 정보를 자동으로 전송하게 된다. 이 때문에 굳이 전자우편이나 전화 등 다른 매체를 통하지 않고 누구나 갖고 있는 단말기로 원하는 정보를 받을 수 있다. 데이터베이스 서버와 단말기의 브리지 역할을 해 고객에 필요한 정보를 시스템 안에서 원스톱으로 처리한다. 이 두 가지 기술은 MIT와 하버드대학 출신 연구원이 설립한 셀익스체인지와 컨센트릭비전스에서 각각 개발에 성공했다. 특히 모바일인터넷 플랫폼과 관련해서는 한국에 현지법인을 설립할 계획이다. 인큐베이팅과 컨설팅업체인 엔셰이퍼를 파트너로 올해 안에 현지법인을 세우고 기술을 선보이며 엔셰이퍼가 이 기술의 국내 인큐베이션을 담당하기로 합의했다.
-삼성과 관계가 깊은 것으로 알고 있는데.
▲삼성 이건희 회장을 만난 것은 5년 전쯤이다. 우연히 비행기 안에서 만나 몇시간 동안 인터넷과 기업 전반에 걸쳐 토론한 것이 계기가 돼 이후에도 많은 도움을 주고받았다. 이 인연으로 이재용 회장이 미국에서 유학할 당시 개인적으로 인터넷과 전자상거래의 흐름과 중요성에 대해 이야기해준 적이 있다. 당시 이재용 회장은 재벌회장 아들답지 않게 겸손하고 학구열이 넘쳤던 것으로 기억난다. 이후 한국에 방문해서도 이건희 회장을 몇번 만났고 IBCC에 1000만달러를 투자하면서 파트너 관계로 발전했다. 아직도 개인적으로는 한국에서 삼성만큼 정보기술이나 인터넷 분야에서 앞선 기업은 없다고 생각한다. <강병준기자 bjkang@etnews.co.kr>
★존 도노반 교수는 누구인가
존 도노반(John J Donovan) 박사는 미국 정부의 IT 분야 자문역을 맡고 있으며 경영학·공학·행정학 등을 두루 섭렵한 세계적인 석학이다. 현재 MIT 종신교수로 재직중이며 인터넷 미디어·무선 솔루션·인터넷 무역 부문의 인큐베이팅 회사 케임브리지테크놀로지그룹(CTG) 창업자로도 이름을 날리고 있다. 최고경영자 양성 프로그램인 「존 도노반 경영자 세미나」 프로그램을 통해 세계 2000대 기업 경영진과 긴밀한 네트워크를 가지고 있다. 정열적이고 부담없으면서 풍부한 이론을 바탕으로 한 핵심을 찌르는 강연 스타일로 명성이 자자하다. 지금도 연간 100회 정도의 세미나를 개최, 포천지 1000대 기업 1만여명 정도의 최고경영자가 도노반 박사의 프로그램에 참여할 정도다.
도노반 교수는 예일·MIT 등에서 학위를 마쳤고 체코 프라하대학에서 경제학 명예 박사학위를 받았다.
그의 저작은 총 8권으로 「시스템 프로그래밍」 「오퍼레이팅 시스템」 「제2차 산업혁명:비즈니스 전략과 인터넷 기술·사진」 등이 스테디 셀러로 꾸준한 인기를 얻고 있다.
가장 최근 저서인 「제2차 산업혁명」에서 도노반 교수는 『인터넷은 미래』라고 말하며 인터넷이 가져다준 혁명적 변화와 인터넷시대에 맞는 새로운 비즈니스 전략과 기술을 구사할 수 있는 프레임워크를 제시해 주목을 받았다.
이 책은 세계적으로 화제를 불러일으키며 총 9개 언어로 출간돼 새로운 비즈니스 교과서로 꼽히고 있다. 한국에는 지난 98년 7월 「최고경영자포럼 98」 행사의 연사로 참석하면서 일반인에게 널리 알려졌으며 삼성 이건희 회장은 물론 장남인 이재용씨에게 인터넷 사업방향을 잡아주고 조언할 정도로 삼성과 친분이 두터운 것으로 알려져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