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제하는 AI' 등장…지급결제 구조 바뀐다

결제 전용 프로토콜 도입 확산
별도 앱 이동 없이 상품 구매
챗GPT·구글 제미나이 구현
카카오페이 '페이아이' 공개
책임소재 등 명확한 기준 숙제

인공지능(AI)과 대화만으로 상품 선택부터 결제까지 이어지는 쇼핑 환경이 열릴 전망이다.

국내외 결제사들이 에이전트AI 도입에 나서면서 새로운 결제 방식 실험에 들어갔다. 결제 자동화가 현실화되면서 AI 기반 이커머스 모델이 활성화될 것으로 보인다.

에이전트AI가 지급결제 분야에 본격적으로 들어오면 사람이 직접 앱을 열고 결제 버튼을 누르던 과정을 AI가 대신 처리한다. 이 기술 확산 배경에는 에이전트 간 표준화된 통신 규칙인 프로토콜이 있다. 프로토콜은 에이전트AI가 결제, 쇼핑 등 외부 서비스와 안전하게 연결하는 기술이다.

챗GPT의 '인스턴트 체크아웃'에서 상품을 추천받고 결제까지 하는 화면.
챗GPT의 '인스턴트 체크아웃'에서 상품을 추천받고 결제까지 하는 화면.

실제 지급결제 영역에서 결제 전용 프로토콜이 빠르게 등장하고 있다. 대표적으로 오픈AI와 스트라이프가 지난해 '에이전틱 커머스 프로토콜'(ACP)을 선보였다. 챗GPT 내에서 별도 앱이나 웹페이지로 이동하지 않고 상품 구매가 가능하다.

구글도 최근 유니버설 커머스 프로토콜(UCP)을 공개하며 대응에 나섰다. 구글 제미나이에서 상품 검색, 할인 혜택 적용, 구매까지 할 수 있다.

글로벌 카드사도 발 빠르게 움직이고 있다. 비자(Visa)는 '인텔리전트 커머스'를 통해 에이전트 전용 디지털 토큰과 조건부 결제 구조를 도입했다. 사용자가 한도와 조건을 설정하면 그 안에서 결제하고 최종 단계에서 이용자 확인을 거친다. 최근 아마존웹서비스(AWS) 마켓플레이스에 등록해 기업들이 AI 기반 상거래 기능을 연동할 수 있도록 활용 범위를 넓혔다. 마스터카드 역시 '에이전트 페이'를 통해 결제 자동화 환경에서 안전성과 통제를 유지하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

글로벌 핀테크·빅테크 기업들도 에이전트AI로 지급거래 환경을 구현하고 있다. 스트라이프, 페이팔, 중국의 앤트 인터내셔널 등도 에이전트AI가 지급결제를 수행할 수 있도록 관련 기술을 고도화하고 있다.

카카오페이의 '페이아이'에서 커피 결제와 결제 이후 취소를 대화형 인터페이스로 실현할 수 있다.
카카오페이의 '페이아이'에서 커피 결제와 결제 이후 취소를 대화형 인터페이스로 실현할 수 있다.

국내에서도 에이전트AI 기반 결제 서비스가 구현되고 있다. 카카오페이는 '페이아이'를 공개하며 에이전트 결제 실험을 본격화했다. 거대언어모델(LLM)이 자연어 명령만으로 결제 링크 생성, 조회, 결제 취소 등 결제 전 과정을 수행한다. 쇼핑 과정에서 발생한 거래를 카카오페이 결제로 자연스럽게 연결하며 결제 접점을 확장할 수 있다.

다만 해결 과제도 남아있다. 업계는 에이전트 AI가 결제를 수행하는 환경에서는 신원 인증, 위임 범위 설정, 책임 소재, 분쟁 대응 체계가 함께 정비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특히 결제 사고가 발생할 경우, 이용자·AI 에이전트·플랫폼·결제사 가운데 책임 소재를 가를 명확한 기준도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금융결제원은 최근 관련 보고서를 통해 지급결제 서비스 확산을 위해서는 소비자 보호 장치 마련도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유럽연합(EU)과 영국 사례를 참고해 에이전트AI 환경에서 거래 위험도와 맥락에 따라 인증 강도를 차등화하는 인증 체계 도입을 대안으로 고려할 수 있다고 분석한다.

권소연 금융결제원 연구역은 “에이전트 AI는 기술과 함께 신뢰 구조 설계가 병행돼야 한다”며 “에이전트의 신원 확인, 위임 범위 설정, 거래 추적과 분쟁 대응 체계가 명확히 마련되지 않을 경우, AI 결제의 편의성이라는 이점은 제한될 수 있다”고 말했다.

박두호 기자 walnut_park@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