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이 발견한 것 중 현대인류에게 가장 영향을 미치는 것은 전기(電氣)일 것이다. 전기는 단순히 어둠을 밝히는 전등에서 시작해 21세기를 사는 우리에게 물과 공기와 같은 존재가 됐다.
단 하루라도 전기공급이 끊어진 현대사회를 생각해 보라. 아마 상상도 못할 불편·혼란에 이어 전면적인 사회기능 마비로 이어질 것이다.
이처럼 중요한 국가기반사업인 전기분야에서 최근 심각한 이상신호가 나오고 있다.
발전소나 송배전 시설이 고장났다는 얘기가 아니다. 이러한 전력인프라를 운용할 기술인력 공급이 사실상 중단될 위기에 있는 것이다.
전기분야에서 필요한 엔지니어를 공급해야 할 대학가에서 전기공학을 선택하는 학생수가 급감하고 있다.
이러한 현상은 대학운영이 학과별 운영에서 학부제로 바뀌면서 시작됐는데 쓸만한 공대생 대부분이 벤처창업에 유리한 컴퓨터나 통신분야로 몰리면서 2∼3년내에 신규 전기기술자 구인대란이 닥쳐올 상황이다.
애당초 정부당국은 대학운영을 교육개방에 대비해 교육계의 경쟁력을 높이자는 취지에서 학부제 운영과 복수전공을 활성화했지만 결과적으로는 산업계 필요인력의 균형적 수급에 막대한 차질을 빚게 됐다.
전기·전자, 컴퓨터·통신이 결합된 학부제로 입학한 학생들이 컴퓨터·통신 분야를 선호함에 따라 전기분야 학과는 수강학생 부족으로 폐강에 이르는 상황에 처했다.
이는 전국 공과대학의 공통현상으로 향후 국내 전기관련 산업기반이 없어지게 되는 경우까지도 상상할 수 있다.
산업계에서 배출되는 인력이 특정분야에만 편중된다면 그것은 산업의 편중된 발전을 가져올 것이며, 편중된 산업은 국가의 산업구조를 왜곡시켜 국가경제의 부담을 가져 오게 될 것이기 때문이다.
국가산업을 기형적으로 이끌 수도 있는 기술인력 편중현상에 대해 제도마련이 시급한 상황이다.
사람이 머리만 발달했다고 살 수 없는 것처럼 국가산업이 반도체나 정보통신·컴퓨터 산업만 발전시켜서는 선진국이 될 수 없다.
최근 우리나라 경제에서 반도체산업이 수출에서 차지하는 비율이 20%를 넘어서면서 전반적인 경제상황이 안좋은데도 불구하고 수치상 호황으로 느끼는 이른바 반도체 착시현상까지 나타나고 있다.
국제 반도체가격이 떨어지면 나라 전체의 무역수지가 뒤흔들리는 씁쓸한 현실을 쳐다보면서 산업계 전반의 균형적 발전의 필요성을 절감하게 된다.
그러나 지금 대학가는 온통 컴퓨터·정보통신·인터넷 관련인력을 배출하는데도 급급한 실정인 것 같다.
이러한 분야도 인력이 부족한 것이 사실이지만, 전기분야의 인력난은 더욱 심각
한 상황이다.
아무리 인터넷시대라지만 자체기술로 정밀모터 하나 제대로 못만드는 나라가 선진국이 될 수 있을까.
전기분야 기술인력의 부족현상은 우리나라 경제를 지탱해온 자동차·조선 뿐만 아니라 전기전자·제조업 분야에서 기업경쟁력을 약화시키는 요인으로 등장하고 있다.
사람이 좋아하는 것만 편식하면 건강을 해치는 법이다. 한가지만 계속 먹어도 체력이 튼튼해지는 기적의 식품은 아직 없다.
이제 IT편식증에 걸린 한국 공대생들의 식생활 패턴을 균형잡힌 영양식단으로 바꿔야 할 때다. 그래야만 균형적으로 산업발전을 이룰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