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드리포트>국제전화

◆지난 25년간 급팽창하던 국제전화사업 성장률이 최근 크게 둔화되고 있다. 특히 지난 95년부터 전세계적으로 인터넷 사용인구가 폭발적으로 늘어나면서 네티즌들은 더 이상 값비싼 국제전화를 거는 대신 전자우편이나 인터넷 전화를 선호하고 있다.

스위스 제네바에 본부를 두고 있는 국제통신연맹(ITU http://www.itu.int)은 최근 국제전화 성장률이 떨어지는 원인을 다양한 통계를 곁들여 분석한 백서(ITU : Telecommunications Indicators Update)를 발간했다. 불황을 모르던 국제전화 사업에도 「빙하기」가 다가오고 있다고 주장하는 백서의 주요 내용을 발췌해 소개한다. 편집자◆

국제전화 서비스 사업은 지금까지 탄탄대로를 달려왔다. 우선 국제교류가 꾸준히 늘어난 데다가, 팩스가 텔렉스를 대체하면서 통신이 더욱 간편해져 국제통화량이 매년 15∼20%씩 증가했다.

국제전화 사업의 경우 원가에 비해 요금이 높아 수익을 많이 냈기 때문에 별로 재미를 못보고 있던 국내통화 부문에 큰 도움을 줄 수 있었다. 그러나 이 같은 상황은 최근 180도 바뀌어 국제전화 사업에도 빨간 불이 켜졌다.

지난 4반세기 동안 국제전화 사업은 성장률로 볼 때 상승과 하강을 반복했지만, 통화량 면에서는 계속 증가세를 기록하며 순풍에 돛단 듯 꾸준히 순항을 거듭해 왔다. 그림1 참조

최근 ITU가 실시한 실태조사에 따르면 국제통화량 증가 및 하락은 경제적·사회적·기술적 변화 및 규제의 변화와 밀접한 관련을 가진 것으로 나타났다. 그 동안 국제통화량의 변화추이는 다음과 같이 세 단계로 나눠 살펴보면 더욱 분명하게 이해할 수 있다.

제1기는 75년부터 82년까지로, 국제전화 통화가 엄청난 속도로 증가한 기간이다. 이 기간동안 국제통화량은 네트워크 인프라와 전세계 경제성장과 긴밀하게 연결되어 있었다. 예를 들어 82년 오일쇼크 등의 여파로 전세계 경제가 위축되었을 때, 국제통화량의 증가율도 눈에 띄게 하락했다.

제2기는 전세계 경제가 호황을 누렸던 80년대 중반부터 90년대 중반까지의 기간이다. 팩스사용이 일반화되고 전세계 무역, 사업상 출장, 해외 관광여행이 증가했다. 이 기간동안에는 미국, 영국, 일본 등의 국가에서 국제전화 서비스 시장을 두고 업체간 경쟁이 벌어졌지만, 수요의 급팽창으로 가격경쟁을 교묘히 비켜갈 수 있었으며 유럽에서도 기존 공중전화사업자가 시장을 지배하는 구조가 지속되었다.

제3기는 95년부터이며 국제전화 사업이 처음으로 활력을 잃기 시작했다. 국제통화량 증가율은 한자릿수로 추락했고 대부분의 국가에서 매출이 하락하기 시작했다. 무엇이 잘못된 것일까.

최근에는 상황이 더욱 나빠졌다. 새 천년을 전후해 국제전화 증가율과 경제성장률 간의 연계도 약해졌다. 전세계 경제가 전례없는 호황을 누렸음에도 불구하고 국제통화량 증가율은 점진적으로 낮아졌다. 이렇게 통화량이 감소한 이유가 무엇일까.

◇국제전화 수요의 비탄력성=그 이유 중의 하나로 수요의 비탄력적 특성을 들 수 있다. 국제전화 요금인하로 수요증가 요인이 제공되었음에도 불구하고 수요가 증가하지 않고 있는 것이다. 선진국에서 전화요금이 인하되었지만, 그렇다고 해서 가입자들이 더 오래 통화를 하거나 자주 통화하는 결과를 가져오지는 못했다. 게다가 새 가입자 대부분은 개발도상국 출신자로서 이들은 수입이 적고 국제통화를 이용할 수 있는 여력은 낮은 편이었다. 또한 97년에는 국내 액세스 네트워크의 증가율(고정 및 모바일 전화 가입자 수)이 국제통화 성장률을 뛰어넘었다.

그 결과 전화 가입자 1명이 사용하는 국제통화량이 줄어들기 시작했고, 그후 지금까지 계속 하락하고 있다.

또 다른 이유로는 기술과 시장여건의 변화로 국제통화량의 측정방식이 변경되었다는 점을 들 수 있다. 전용망과 인터넷을 통해 연결된 국제전화는 국제보다 국내통화로 계산될 가능성도 있다. 그 결과 국제통화량이 계속 고속성장하고 있지만 측정방식이 달라서 국제통화 증가율이 떨어지는 상반된 결과가 나올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아이러니컬한 것은 국제 전화요금이 급격히 하락했는데도, 국제전화 통화량 증가율이 상승하지 않고 여전히 하락하고 있다는 점이다. 이런 상황이 발생하는 이유 중의 하나는 국제전화회사들이 서로 상대편의 통화를 전송해 주고 지불하기로 합의한 요금의 하락 때문이다.

이 합의 요금은 업체간의 경쟁뿐만 아니라 다른 국가들, 특히 미국의 압력 때문에 하락했다고 할 수 있다. 합의 요금을 인하하지 않은 국가들의 경우 이 국가로 오는 통화는 인터넷이나 낮은 전화요금을 제공하는 제3국, 또는 1분 기준 요금부과를 하지 않는 국가를 이용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외에도 각국은 미국의 연방통신위원회(FCC)와 ITU가 제시한 수준까지 요금을 내리도록 압력을 받고 있다.

이에 따라 합의 요금의 하락이 가속화되고 있다. ITU에 따르면 92년부터 96년까지 연평균 4%씩 하락한 합의 요금이 96년부터 98년까지는 연평균 12% 하락으로 더욱 가속화되었으며, 현재는 연 20% 이상으로 하락하고 있는 형편이다.

더구나 서로 경쟁하고 있는 시장 사이의 합의 요금은 더 빠른 하락세를 보이고 있다. 그 결과 미국으로 1분 통화하는 평균 통화요금은 90년 2달러에서 97년 1달러 이하로 감소했고 현재는 50센트 이하로 급락한 상태다. 이런 추세로 미루어 볼 때, 미국에 1회 전화할 때 지불하는 평균 통화요금은 5년 후에는 20센트 이하가 될 것으로 예상된다. 그림2 참조

국제통화 요금은 곧 국내통화 요금과 비슷해질 것으로 예상된다. 스위스를 예로 들어보자.

현재 스위스에서 미국으로 1분 동안 국제전화를 거는 비용은 스위스 시내통화에 비해 단 3센트 더 비쌀 뿐이다. 이 요금은 스위스 국내에서 장거리전화를 할 때의 요금과 거의 같은 수준이다. 그림3 참조

그러나 스위스의 국제통화량은 5년전에 비해 10분의 1 수준으로 떨어졌다. 국제통화 요금이 이렇게 하락했는데도 통화량이 늘지 않는 이유는 무엇 때문일까. 그것은 소비자들이 전화하는 데 시간을 많이 소비할 필요성이 없어졌다는 점을 들 수 있다.

그 결과 국제전화사업자들은 이동전화나 인터넷과 같은 다른 통신사업자들과 비교할 때 최근 극심한 불황을 겪고 있다.

영국에서는 98년 말, 고정 전화이용자가 이동전화로 전화하는 통화의 양이 국제전화 통화량을 초과했으며, 현재는 그 격차가 1.5배까지 벌어진 상태다. 그림4 참조

홍콩에서는 이미 98년에 다이얼업 인터넷 접속에 의한 국제통화량이 전체 국제전화 통화량(홍콩으로 들어오는 통화와 외국으로 나가는 통화 합산)을 초과한 데 이어 현재는 그 비율이 약 4배까지 확대됐다. 그림5 참조

현재 각국에서 다이얼업 인터넷 통화량은 전화를 해외로 거는 통화량을 이미 초과한 상태다.

인터넷 프로토콜을 이용한 통화량이 서킷 교환방식 네트워크 통화량을 초과하고 있다는 또 한 가지 명백한 증거는 매출액이다. 국제전화에서 벌어들이는 매출액은 계속 하락하고 있지만 데이터통신과 인터넷서비스 제공으로 거둔 매출액은 계속 증가하고 있다.

지난해 독일 도이치텔레콤의 국제전화 매출액은 전년대비 33% 감소했지만 데이터통신과 온라인서비스 매출은 같은 기간 각각 12%, 40% 증가했다.

국제통화와 비교해 인터넷 통화량의 증가를 알아낼 수 있는 또 한가지 방법은 서킷의 사용량이다.

현재 미국의 전화회사들은 공중전화망보다 인터넷통신을 위한 국제 전용선 서킷을 더 많이 사용하고 있다. 이런 상황은 98년부터 시작됐다.

국제 인터넷 대역폭 또한 전자우편, 웹브라우징과 같은 통신을 처리할 수 있는 네트워크의 용량을 반영하기 때문에 인터넷 통신량의 증가 여부를 알 수 있는 중요한 단서라고 할 수 있다.

인터넷 대역폭(대개 초당 메가비트로 측정)의 지리적 분포를 살펴보면 미국이 인터넷을 세계에서 가장 많이 이용하는 국가라는 것을 알 수 있다. 이런 결과는 미국이 전통적으로 인터넷 분야에 강세를 보였기 때문이라고 해석할 수 있다.

대부분의 콘텐츠는 미국내에 위치하고 있기 때문에 미국 바깥에 있는 이용자들이 정보를 내려받기 위해서는 미국으로 연결할 수밖에 없다. 또 특정 국가로 연결할 때도 그 나라에 직접 접속하기보다 미국을 경유해 접속하는 것이 더 저렴하다는 점도 사용자들이 미국을 이용할 수밖에 없도록 만드는 이유 중의 하나다.

<정리=서기선기자 kssuh@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