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딕풍 배경으로 전개되는 데스 스릴러로 아투르 페레즈 리베르테의 원작 「클럽듀마」를 영화화한 작품.
악마주의에 대한 로만 폴란스키의 관심과 경외는 다시 복고주의로 돌아간 듯하다. 「9번째 문」이라는 제목은 세 권의 책에 감춰진 아홉 개의 그림으로 악마를 불러내는 비밀의 문이 열리는 것을 의미한다. 로만 폴란스키 감독의 광기와 독특한 시각은 「세븐」을 촬영했던 다리우스 콘쥐의 카메라와 함께 음울하고 고풍스러운 시대 스릴러를 탄생시켰다.
하지만 전체적으로 「나인스 게이트」는 로만 폴란스키의 전작들에서 보이는 어두움과 광기는 절제되고 이야기는 길어졌다. 이로 인해 17세기 악마입문서 속의 삽화를 통해 드러나는 인간의 광기와 집착, 악마주의에 대한 환영은 관객과 그만큼 거리를 둔다.
사람을 현혹시키는 유창한 말솜씨에 두뇌회전이 빠른 고서 감정인 딘 코소. 그
의 가장 주된 일은 희귀도서를 찾아 부유한 수집가들에게 되파는 일이다. 그는 어느 날 악마연구의 대가이며 자신의 주요 고객인 보리스 볼간으로부터 막대한 돈이 걸린 제안을 받게 된다. 볼간은 유명한 서적 수집가인 델퍼 백작으로부터 그가 자살하기 전날 사들인 「어둠의 왕국과 아홉 개의 문」이라는 저서의 감정을 코소에게 부탁한다. 악마인 루시퍼가 직접 집필한 것으로 알려진 이 책은 현재 전 세계에 3개의 사본만이 존재하며 중세 이후 악마를 부르는 기도서로 사용되고 있다. 볼간은 코소에게 나머지 두 권의 책을 찾아 비교해줄 것을 부탁한
다. 돈의 유혹에 제안을 받아들인 코소는 볼간이 책을 사들이게 된 경위를 추적하면서 맨 처음 델퍼가 책을 구입했던 고서적상과 프랑스와 포르투갈에 남아 있는 다른 두 권의 책을 찾아 긴 여행을 시작한다. 코소는 델퍼 백작이 구입했다는 이 책이 사실 백작보다는 그의 미망인이 원해서 사게 되었다는 사실과 나머지 두 권에서 루시퍼의 사인이 들어간 서로 다른 아홉 개의 그림을 발견하게 된다. 코소는 갑작스레 나타난 이름 모를 여인의 도움을 받아 책의 미스터리를 하나 둘 풀어가지만 알 수 없는 위협에 쫓김을 당한다. 한편 그가 방문했던 사본의 소유자들이 모두 잔혹하게 살해당하고 문제의 책들 역시 루시퍼의 사인이 들어간 그림만 없어진 채 불에 타 재가 된다.
로만 폴란스키의 「악마로의 초대」는 낡은 스릴러 영화의 전통을 통해 그들의 미세한 먼지까지 담아내듯 탐미적으로 그려낸다. 책의 미스터리를 파헤치는 사냥꾼은 남자지만 그의 전작들처럼 치명적인 위협을 주는 인물의 신비감은 오히려 여성들의 캐릭터에서 빛을 발한다. 폭력과 공포, 강박관념의 시네아스트의 관심은 파란만장했던 그의 일대사를 정리하듯이 악마주의라는 영원히 풀리지 않을 매혹의 미궁에 발을 들여놓지만 관객과의 의사소통은 조금씩 삐걱거리고 긴장과 공포의 고삐는 그만큼 늦춰졌다.
<영화평론가·엔필름 컨텐츠 팀장 uju@nFil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