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규동의 방송칼럼>ARS·컴퓨터 시스템 도입 배경

요즘 TV방송에는 전화자동응답시스템(ARS)과 컴퓨터가 많이 사용되고 있다. 경품성 퀴즈 맞히기에서부터 불우이웃돕기 기부금 납부에 이르기까지 ARS 시스템과 컴퓨터가 수많은 방송 프로그램에서 사용되고 있으며, 이러한 경향은 우리나라 TV방송에서 하나의 보편적인 흐름으로 자리잡고 있다.

93년도 당시 방송 3사 모두는 인기가요 순위를 발표하는 가요순위 발표 프로그램을 하나씩 방영하고 있었다. 금주의 인기가요 순위 1위 누구의 뭐, 하는 식으로 발표하고 해당 가수들이 나와 해당 노래를 부르는 프로그램으로 상당히 대중적 인기를 얻고 있었는데, 요즘의 프로와 다른 점은 지금처럼 컴퓨터 통신이나 인터넷 투표로 순위를 정한 것이 아니라 우편엽서 위주로 순위를 결정했다는 것이다. 방송과 인터넷·통신이 밀접한 관계를 맺고 있는 요즘에 비하면 그야말로 옛날 이야기라 할 것이다.

그런데 이러한 프로그램에서는 항상 공정성이 문제가 되곤 했다. 93년도에는 이와 관련한 큰 사건이 터졌는데 바로 가요 PD들의 수뢰사건이다. 이로 인해 MBC와 SBS는 자성의 의미로 가요순위 프로그램을 폐지했고 KBS는 공정성을 확보할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하는 등 엄청난 소용돌이에 휘말렸다.

당시 KBS 홍두표 사장과 안국정 TV제작본부장은 시청자들의 의혹을 깨끗이 해소할 수 있도록 공영방송다운 공정한 순위집계 방법을 강구해 보라고 담당 PD들에게 지시를 내리게 된다.

당시 KBS의 가요순위 발표 프로그램이었던 「생방송 가요 톱10」 제작진은 논의를 거듭한 끝에 ARS를 통한 인기도 측정방식을 도입하고, 이를 컴퓨터를 통해 자동 집계하기로 결정하기에 이른다. 이것이 바로 요즘 유행하는 ARS 및 컴퓨터 시스템이 TV방송에 도입되게 된 최초의 사례였다.

이러한 ARS 및 컴퓨터 집계 시스템이 도입됨으로써 정확하고 공정한 집계가 가능하게 됐을 뿐 아니라 무엇보다도 신속하게 최신 통계를 반영할 수 있게 됐다. 기존의 엽서 위주 방식을 이용할 경우 우편송달 기일과 집계 기일 등을 감안할 때 2∼3주 전의 통계를 집계하는 문제가 있었지만, 컴퓨터 및 ARS를 이용할 경우는 최신 인기도를 1주내로 방송에 반영할 수 있어 관련 PD들이 크게 환영했던 것으로 기억한다. 이처럼 ARS와 컴퓨터의 도입은 우리나라 방송사에서 나름대로의 진

전을 이룩한 의미있는 일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