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 잔치, 다시 시작되나

증시 전체의 약세를 초래했던 삼성전자·현대전자 등 반도체주들이 다시 반등하고 있어서 이를 두고 본격상승의 시작인지, 단기 상승후 다시 약세로 돌아설 것인지에 대해 투자자들의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최근 나타난 삼성전자와 현대전자, 아남반도체의 강세는 미국 마이크론테크놀로지스의 주가강세라는 미국 증시상황과 정확한 피해규모가 알려지지는 않았지만 대만의 정전사고로 현지 반도체업체들의 공장 가동중단에 따른 반사이익 기대감 때문인 것으로 풀이된다. 하지만 하락추세가 지속되고 있는 반도체 현물가격을 감안한다면 본격적인 상승세를 낙관하기는 어렵다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그동안 전문가들이 국내 반도체주가 상승하기 위한 선결조건으로 제시했던 △미국 반도체주의 부활 △외국인의 매도세 진정 △현물가격의 안정 가운데 외국인의 매도와 미국 반도체주의 하락은 어느정도 진정되고 있지만 현물가격은 여전히 바닥권을 헤메고 있어서 여전히 악재와 호재가 혼재돼 있는 상황이다. 본격적인 반도체주의 부활이 가능할 것이냐에 대해서는 의견이 분분하지만 대부분의 전문가들은 삼성전자와 현대전자의 현재 주가 수준만 놓고 봐서는 여전히 가격메리트가 있으며 악재가 모두 드러났다는 점에서 바닥을 다졌다는 데는 공감하는 분위기다.

◇미국·외국인 동향=국내 반도체주의 주가를 좌우하고 있는 마이크론테크놀로지스는 1일(현지시각)까지 3일연속 상승하며 16.83%의 주가 상승세를 나타냈다. 이에 자극받은 국내 반도체주들도 외국인의 집중매수 속에 강세를 시현중이다. 13만원대로 떨어졌던 삼성전자는 시가총액 1위에 다시 오르며 16만6000원으로 만회했고 7000원이 무너졌던 현대전자도 3일만에 7830원까지 주가를 끌어올렸다. 아남반도체도 같은 기간 21%의 주가상승률을 나타냈다. SK증권 전우종 애널리스트는 『철저하게 미국 증시에 따라 국내 반도체주들의 주가가 일희일비하고 있다』며 『미국 반도체주가 약세로 돌아서면 국내 업체들의 주가도 다시 하락반전될 가능성이 높다』고 밝혀 당분간 반도체주의 흐름은 미국동향을 그대로 반영하는 수준이 될 것으로 내다봤다.

◇부담스런 현물가격=무엇보다 반도체 주가의 본격상승을 어렵게 하는 요인은 현물가격의 약세다. 64MD램의 가격은 여전히 4달러 근처에서 반등의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공급과잉이 향후 몇달간 지속될 것이란 전망도 있어서 국내외 반도체주의 상승은 지나치게 과매도됐던 부분에서 낙폭을 줄이는 수준에 그칠 것이란 전망에 힘을 실어주고 있다. 반면 대우증권 정창원 애널리스트는 『D램가격의 빠른 회복을 기대하기는 힘들지만 4달러선에서는 강한 하방경직성이 나타나고 있는 만큼 D램가격이 반도체업체의 주가에 추가적인 악재로 작용하지는 않을 것』으로 전망했다.

◇주가 전망=삼성전자와 현대전자 모두 개별기업의 주가로는 메리트가 있지만 한국증시 전체의 상황을 고려해봐야 한다는 지적이 많다. 단순 주가수익률(PER) 비교로 삼성전자가 마이크론테크놀로지스보다 저평가 상태며 적정주가는 지금 주가보다 2배이상 높다는 식의 논리는 의미가 없다는 것. 삼성전자는 계열사 지원 의혹 등으로 도덕적인 문제를 드러냈으며 현대전자는 「현대」라는 그룹리스크가 남아있다는 점도 투자시 고려할 요소로 지적된다.

정창원 애널리스트는 『악재가 모두 드러난 상황으로 삼성전자 주가가 12만∼15만원대에서 저점을 다질 가능성은 높다』며 『하지만 현물가격이 오르지 않는 상태에서 주가만 지속적 강세를 띠기는 어려워 15만원과 20만원사이의 등락을 거듭할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했다. 전우종 애널리스트도 『단기적으로 삼성전자가 19만원대까지 상승할 수도 있지만 20만원대에 두터운 매물대를 두고 있어서 이를 돌파하기는 쉽지 않아 보인다』고 밝혀 반도체주의 본격적인 상승 기대는 아직 시기상조임을 시사했다.

<김승규기자 seung@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