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산 만화영화 푸대접

국산 장편만화영화들이 극장개봉을 눈앞에 둔 채 배급망을 찾지 못해 극장가를 맴돌고 있다.

14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지난 98년 국산 애니메이션 창작 붐을 타고 제작된 「별주부 해로」 「엘리시움」 「원더풀데이즈」 등 극장용 장편만화영화들이 본 공정을 마치고 극장개봉을 기다리고 있으나 영화 배급사들의 문전박대로 극장개봉 가능성이 불투명한 실정이다.

특히 독일·미국 등 10여개국에서 동시 개봉키로 하고 약 40억원을 투입해 완성한 「더킹」마저 배급망을 확보하지 못한 것으로 알려져 애니메이션업계에 커다란 충격을 안겨주고 있다.

투니파크(대표 임석휴)는 「더 킹」의 공급을 위해 시네마서비스·CJ엔터테인먼트 등 국내 메이저급 배급사들과 협의를 진행해 왔으나 최근 배급이 어렵다는 통보를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 회사는 이에따라 개봉시기를 내년 상반기로 늦추기로 하는 한편 해외 개봉을 먼저 추진하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신코퍼레이션(대표 최신묵)도 최근 완성한 「별주부 해로」의 배급라인 미확정으로 고심중이다. 이 회사는 CJ엔터테인먼트 등 배급사를 통해 극장개봉을 타진해 왔으나 모두 거절당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와함께 내년 상반기 개봉을 목표로 제작중인 풀 3D 장편만화영화 「엘리시움」 제작사인 빅필름(대표 권재성)은 국내 개봉보다는 해외 배급부터 추진키로 하고 미주지역 배급사들과 협상을 벌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으며 SF팬터지 「원더풀데이즈」를 제작중인 필름앤웍스양철집(대표 김문생)도 해외 배급망 확보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이같은 현상은 영화 배급사와 극장주들이 국산 애니메이션에 대한 작품흥행에 확신을 갖지 못하는 데다 일본이나 미국의 애니메이션을 수입해 안정적인 수익확보에 더 힘을 쏟고 있는 데 따른 것으로 풀이된다.

시네마서비스는 올 성탄 시즌에 맞춰 일본 만화영화 「포켓몬스터」를 전국 90여개 극장에, CJ엔터테인먼트는 미국 드림웍스의 「치킨 런」을 전국 70여개 극장에 각각 개봉할 계획인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이에대해 국내 영화 배급사의 한 관계자는 『「로봇태권V」 이후 국산 장편만화영화가 극장에서 성공한 사례는 거의 전무한 실정』이라면서 『잇따른 국산 장편만화영화 제작은 고무적인 현상이나 흥행이 안될 경우의 현실을 외면할 수는 없는 일』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애니메이션업계는 『국산 애니메이션에 대한 기술력은 해외 메이저들도 인정할 만큼 수준에 올라 있다』면서 『영화 배급사들이 국산 장편만화에 대한 사시적인 선입견을 버리고 대승적 차원에서 이 문제를 풀어나갔으면 한다』고 영화배급사들의 문호 개방을 촉구했다.

<정지연기자 jyjung@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