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U 인터넷시장 떠오른다]상-현황

◆유럽 인터넷시장이 꿈틀거리고 있다. 자본주의 부흥의 신호탄이었던 산업혁명의 발상지인 유럽이 인터넷 혁명을 통해 제2의 경제부흥을 노리고 있다. 「인터넷 유럽」을 주도하는 것은 단연 유럽연합(EU)이다. EU에는 유럽 43개국 가운데 영국·프랑스·독일·스웨덴 등 15개국이 참여하고 있다. 이들은 우리나라 경제개발이 한창이던 지난 70년대 이미 선진국 대열에 들어선 전통 제조업 강국이다. 미국·중국과 함께 우리가 공략해야 하는 전략거점의 하나로 떠오른 유럽 인터넷시장을 3회에 걸쳐 집중 조명해 본다.편집자◆

「정중동」. 우리가 보기에 유럽사람들은 답답할 정도로 서두르는 법이 없다. 좋게 말하면 여유가 있고 나쁘게 말하면 느리다. 이같은 성향은 비즈니스에도 그대로 나타난다. 성질 급한 우리나라 국민성이 인터넷이나 벤처 붐에 일조했다면 느림의 미학을 강조하는 유럽인의 성격은 인터넷과 정보기술 발달을 더디게 하는 결과를 가져왔다는 우스개 소리가 나올 정도다. 실제로 주요 유럽지역의 인터넷과 정보기술 보급속도는 통신 분야를 제외하고는 미국이나 우리나라에 비해 크게 뒤떨어져 있다. 하지만 200년이 넘는 자본주의 역사가 말해주듯 한번 힘이 실리면 저력을 보일 수 있는 지역이라는 면에서 주목을 받고 있다.

EU 15개국 인터넷 사용자수는 올해 3월 현재 5200만명 정도로 인구대비 15%에 지나지 않는다. 이는 미국 1억1200만명(인구대비 46%)의 3분의 1 수준이다. 전자상거래 규모도 29억달러로 264억달러 규모인 미국의 10분의 1 정도다. 앤더슨컨설팅이 최근 세계의 경영진 1700명을 대상으로 인터넷 사용여부를 조사한 결과에서도 유럽은 30%로 미국과 캐나다 60%의 절반에 그치고 있다. 유럽은 인터넷 사용인구가 30·40대가 주류를 이루고 덴마크·스웨덴·노르웨이 등 주로 북유럽 국가가 인터넷시장을 주도하고 있는 점이 특이하다. 유럽 5대 강국의 하나인 프랑스와 영국의 인터넷 사용자는 각각 5%, 14%에 불과하다. 이는 노르웨이(53%), 스웨덴(50%)과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뒤떨어져 있다. 반면 노르웨이·스웨덴·핀란드·덴마크는 인터넷 사용자뿐 아니라 활용에서 미국에 이어 2∼5위를 차지할 정도로 인터넷 강국으로 꼽히고 있다.

인터넷 사용자를 보면 우리나라가 20대와 30대가 주류를 이루는 반면 유럽은 30대와 40대가 주류를 이룬다. 유럽에서는 35∼49세의 연령대가 주요 인터넷 사용자며 특히 영국은 이 연령층이 29.5%에 달해 「실버 서퍼」라는 말이 유행하고 있다. 유럽 인터넷 사용자는 e메일을 가장 많이 사용하며 오디오와 비디오 파일, 인스턴트 메시징 순으로 인터넷을 이용하고 있다. 반면 유럽 지역 전자상거래 사이트 방문율은 66∼74%로 한국의 61%보다 훨씬 높다. 이는 그만큼 인터넷 사용인구는 적지만 로열티가 높다는 방증이다.

유럽에서 인기가 있는 사이트는 나라마다 차이가 있지만 포털사이트가 접속면에서 강세를 보이고 있다. 스페인은 테라(http://www.terra.es)·야후(http://www.yahoo.com)·MSN(http://www.msn.com)이, 영국은 MS·야후·프리서브(http://www.freeserve.com)가 톱 랭크3를 고수하고 있다. 반면 프랑스는 와나두(http;//www.wanadoo.fr)·보일라(http://www.voila.fr)·야후 프랑스(http://www.yahoo.fr) 등 자국어 사이트가 인기를 끌고 있다. EU는 이같이 뒤떨어진 인터넷과 전자상거래 분야를 만회하기 위해 「E유럽계획」을 선포하고 인터넷 혁명에 적극 나서는 상황이다.

<강병준기자 bjkang@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