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기는 컴덱스>현장 특별 좌담회-국내 IT산업의 현주소와 발전전망

◆새천년 정보사회의 단상을 엿볼 수 있는 곳, 「추계컴덱스2000」 현장에서 본지 특별취재반은 지난 15일(현지시각) 전시회에 참가한 벤처기업 대표들과 샌즈 컨벤션센터에서 특별 좌담회를 가졌다. 주제는 「컴덱스를 통해 본 국내 정보기술(IT)산업의 현주소와 발전전망」. 전체 행사기간은 17일까지 이어지지만 정식 일정이 이날 마무리되는 만큼 국내 참여기업들의 중간점검 성격도 있었다. 이날 좌담회에는 「한국관」 주관기관인 한국전자산업진흥회(회장 강진구) 양희웅 이사의 사회로 2시간 가까이 진행됐으며 한국소프트웨어산업협회(회장 김광호) 박익기 국제부 국제사업담당과 차장, 지문인증 전문업체인 유니온커뮤니티 신요식 사장, VoIP 전문업체인 애니유저넷 최대업 사장, 인터넷서비스 품질평가 전문업체인 태일테크 오수영 사장이 토론자로 참석했다. 토론 참석자들은 이번 가을컴덱스는 숨가쁘게 전개되는 세계 IT시장 흐름을 가장 가까운 곳에서 볼 수 있는 기회였으며 국내 산업의 세계화 전략 수립에도 적지 않은 의미가 있었다고 입을 모았다. 이날 좌담회 내용을 요약 소개한다. 편집자◆

●컴덱스, 대중적인 IT솔루션 잔치... 국내 참여기업들 소기의 성과

◇사회(양희웅 이사) =올해 추계컴덱스는 국내 기업들의 참여규모면에서 크게 나아졌다고 볼 수 있습니다. 양적인 발전과 더불어 우리가 좀더 세심하게 살펴볼 성과와 개선점은 무엇이 있을까요.

◇신요식 사장 =컴덱스는 역시 IT시장의 수요자와 공급자가 만나는 가장 대중적인 잔치라는 점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국내 기업이 특정 수요자만을 접촉할 수밖에 없었던 한계를 극복하는 기회입니다. 국내와 미국 시장 등에만 한정됐던 지역적 한계도 나름대로 넘어설 수 있는 장입니다. 우리 회사의 경우 이번 컴덱스를 통해 필리핀·홍콩·중남미 등 각지의 잠재고객들을 발굴할 수 있었습니다. 두 번째는 최고경영자(CEO)와 마케팅·기술 전문가들이 한자리에서 자사 제품을 홍보할 수 있는 기회라는 점입니다. 평상시 해외 마케팅 기회를 갖더라도 한 두 사람만으로는 역량이 부치는 게 사실입니다.

특히 잠재고객 발굴과 타깃마케팅이라는 측면에서 컴덱스가 갖는 의미는 크다고

봅니다.

◇오수영 사장 =향후 한국관의 발전적인 운영을 위해 전시장내 부스 설치에 보다 신경을 써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아시아권의 벤처기업들이 대규모 포진한 샌즈 엑스포의 경우 대기업과 미국 중심으로 열리는 힐튼 컨벤션센터보다 적합한 장소라는 데는 동의합니다. 그러나 현재 한국관 부스 운영은 참여기업 제품들을 일정 기준으로 분류하지 않고 하드웨어(HW)·소프트웨어(SW) 업체이을 혼재하는 게 사실입니다. 전시회 참관객들의 보다 편리한 접근을 유도하기 위해서는 매끄러운 운영방식이 필요합니다.

◇박익기 차장 =이번 전시회에 가장 많은 부스를 차지한 대만관과 비교하면 어

느 정도 시사점을 얻을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대만관의 경우 「개방형」 부스가 아닌 「정방형」 방식으로 부스를 설치해 인접한 한국관과 대조를 이뤘습니다. 정방형 부스는 관람자들이 살펴보기 쉽다는 이점이 있지만 최근의 세계적인 전시회 추세는 개방형입니다. 현재로선 장단점이 있는 만큼 추후 참가기업들의 의견을 적극 반영할 생각입니다.

◇오수영 사장 =지난주 도착한 첫날, 부스설치를 놓고 국내 참가기업끼리도 다툼이 있었습니다. 이같은 문제는 사전에 의견조율이 필요하다고 봅니다.

◇최대업 사장=부스운영 형태라든지 전시회장 선택문제는 참가기업들의 요구에 따라 차이가 있습니다. 한국은 세계무대에 나오면 여전히 왜소해 보이는 것이 사실입니다. 우리 회사는 아예 처음부터 한국관을 선택하지 않고 북측 독립부스관에 두기로 했습니다. 가장 큰 이유는 어차피 해외 마케팅을 전개해야 하는 상황에서 미국과 대기업들이 주도하는 「주류적 흐름」에 속하고 싶어서입니다. 이를 위해 미국내 자회사인 로스앤젤레스 현지법인이 부스 신청부터 전시회 운영에 이르기까지 사전준비를 철저히 했습니다. 행사요원들도 미국 현지인을 임시 채용해, 「한국적 한계」를 넘어서고자 했습니다.

컴덱스를 세계 시장 진출의 기회로 삼고자 한다면 굳이 한국관을 선택하지 않더라도 효과적인 방안을 찾을 수 있을 듯합니다.

◇신요식 사장 =애니유저넷의 사례에서 볼 수 있듯이 마케팅에 힘을 쏟는 기업들은 현지법인 등을 통해 철저히 전시회 준비를 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국내 벤처기업들 상당수는 사정이 그다지 여유롭지 못합니다. 정부가 중소기업들의 해외진출을 적극 독려하기 위해 마련한 컴덱스 한국관 지원사업도 그만큼 의미가 있습니다.

●컴덱스 참가 국내 기업들, 기술경쟁력 세계기업들과 어깨를 나란히

◇사회 =전시회의 운영적인 측면과 더불어 이번 컴덱스는 내용적으로 상당한 시사점을 얻을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이번 행사에서 드러난 세계적인 IT산업 흐름과 그속에 한국 기업들의 위상을 점검해봤으면 합니다.

◇신요식 사장 =추계컴덱스의 기술·산업 동향 중 국내 산업과 밀접한 관련이 있는 두드러진 특징을 몇 가지로 추려볼 수 있습니다. 우선 가장 뚜렷한 경향은 모니터제품 가운데 CRT가 급속히 퇴조하고 LCD 대중화시대가 얼마남지 않았다는 점입니다. 세계 LCD시장 선두국인 한국기업들을 비롯해 일본·대만 등의 관련 기업들은 서로 경쟁적으로 LCD 신제품만을 선보였습니다. 지난해만 해도 CRT제품에 일정 비중을 뒀던 모습과는 크게 다릅니다. 두 번째는 모바일 솔루션의 성능이 눈부시게 발전했다는 점입니다. 예를 들어 이전에는 무선통신을 위해 개인휴대단말기(PDA)의 외장형태로 통신모듈이 지원돼야 했지만 올해 선보인 신제품 가운데는 아예 PDA에 내장한 제품도 등장했습니다. 또 최고 60마일까지 1.544Mbps 대역폭의 무선통신을 지원하는 PCS도 출시됐습니다.

다음으로 최근 각광받는 무선통신방식 가운데 특히 블루투스가 완전히 자리를 잡아가는 느낌입니다. 그동안 블루투스의 장단점을 놓고 업계 내에서도 의견이 분분했지만 이번 전시회 출품작 규모나 기술적 진보 정도를 볼 때 상당히 고무적입니다. 가격대도 지난해의 경우 전용칩이 30달러 정도였지만, 올해는 10분의 1 이하로 가격을 낮춘 제품이 선보였습니다. 근거리 무선통신기기 기술표준으로는 블루투스가 세를 잡아가는 분위기입니다. 또 빌 게이츠 마이크로소프트 회장이 개막연설에서 밝혔듯이 소위 「태블릿PC」가 포스트PC의 대안으로 등장했던 점도 놓쳐서는 안됩니다. 이밖에 세트톱박스를 아예 TV에 내장한 웹TV 제품이 선보여 PC와 TV의 경계가 사실상 무너지고 있다는 점을 알 수 있습니다.

◇오수영 사장 =이번 컴덱스에서 확인한 것 중 하나는 기술경쟁력에서 국내 업계가 그리 뒤처지지 않는다는 점입니다. 특히 SW분야에서는 많은 외국관람객들이 『정말 한국에서 만든 솔루션이냐』고 물을 정도입니다. 앞으로 SW업종은 컴덱스와 같은 대중적인 전시회도 중요하지만 각종 전문전시회 행사에도 적극 참가해야 할 것입니다.

◇박익기 차장 =맞습니다. 이번 전시회를 지켜본 결과 상당수 SW기업들이 뚜렷한 소기의 성과를 달성했음을 알 수 있었습니다. 특히 리눅스와 메신저 솔루션 분야는 관람객들이 줄지어 상담을 요청할 정도로 호응이 컸습니다. 사이언소프트·코리아퍼스텍·휴먼드림·소프트4D 등 일부 기업들은 다수의 수출상담을 갖고 계약성사를 확인한 것으로 파악됐습니다. 단지 시야를 넓힐 수 있는 기회를 가졌다는 의의 외에도 이번 컴덱스는 참가기업들에 실질적인 성과를 가져다줄 것으로 기대합니다.

◇오수영 사장 =이같은 성과는 비단 SW분야만은 아니라고 봅니다. HW업종에서도 LCD모니터와 MP3플레이어는 외국 어느 기업보다 많은 출품작과 다양한 기능의 제품을 선보였습니다. 기반기술은 다소 취약하지만 특히 반도체를 중심으로 한 각종 정보가전제품은 국제 경쟁력에서도 앞서고 있습니다.

◇사회 =컴덱스는 이제 특정 국가만의 행사가 아니라 전 지구촌의 IT잔치로 자리잡았습니다. 컴덱스의 위상도 점차 향상되는 만큼 앞으로 국내 업계의 활발한 참여가 더욱 필요하다는 생각입니다. 세계진출을 구상중인 업계의 요구와 정부의 지원정책을 세심히 고려해 향후 컴덱스 전시회 운영방식 등도 보다 효과적으로 개선해야 할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