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규동의 방송칼럼>방송도 PC통신 발전에 한몫

지금은 인터넷에 밀려 크게 위축됐지만 PC통신은 초창기 우리나라 통신문화나 네티즌시대를 여는 데 크게 공헌했다.

또 PC통신은 방송과 접목되면서 방송의 내용과 질적인 발전을 유발하기도 했다.

그러나 하이텔, 천리안, 나우누리, 유니텔 등으로 대표되는 PC통신이 방송에 일방적으로 기여하고 혜택을 받지 못한 것은 아니다.

PC통신도 방송참여를 계기로 한 단계 도약할 수 있었는데 대표적인 사례가 당시 문자 중심이었던 서비스가 이미지 영상서비스 시대로 진입하게 됐다는 사실이다.

PC통신을 요즘처럼 발전된 서비스로 바꾸게 한 숨은 공로자가 방송 프로그램이라는 것을 아는 사람들은 그리 많지 않다.

TV방송 최초로 PC통신을 도입한 프로그램은 KBS의 「지구촌영상음악」이었다.

이 프로그램은 92년부터 PC통신상에서 시청자들의 의견을 받거나 방송 정보를 제공하는 소위 PC통신 「포럼」을 만들어 운영하고 있었다. 프로그램 성격상 해외의 유명 연예인들이 방한할 때마다 한번씩은 출연하곤 했다. 이렇게 출연한 해외 스타로는 홍콩의 성룡, 여명, 곽부성 그리스 출신의 가수 앤야, 미국의 미스터 빅, 대만의 LA 보이스 등이 있었다.

당시 지구촌영상음악 제작진은 해외 스타들이 방한할 때 단순히 방송 프로그램을 통해 소개하는 것 말고도 시청자들을 위해 서비스할 것이 없을까 고심하던 중 해외 스타들의 사진과 사인을 PC통신 자료실에 이미지 파일로 올려 이용자들이 받아볼 수 있도록 하자는 아이디어를 생각해 냈다.

이 서비스는 예상대로 많은 인기를 끌었다.

그후 약 6개월이 지났을 때 청와대에서도 PC통신에 포럼을 만들었다. 청와대 포럼 담당자는 「지구촌영상음악」 포럼처럼 자료실에 대통령 동정을 이미지 영상으로 제공하자고 제안했다.

청와대는 여기에서 한 단계 더 나가 화면에서 직접 이미지 영상을 볼 수 있는 방법을 강구해 달라고 요청했다.

이렇게 해서 개발된 소프트웨어가 천리안의 「DL2」, 이야기의 「K모뎀」 그리고 새롬의 「영상팩」 등이다. 이렇게 되면서 PC통신 화면에서 지금처럼 직접 이미지 영상을 볼 수 있는 시대가 본격적으로 열렸는데 그 단초가 바로 「지구촌 영상음악」이라는 방송 프로그램이었던 것이다.

재미있는 것은 당시 PC통신업체에는 사진을 이미지 파일로 바꿀수 있는 스캐너가 없어서 멀리 시내까지 나가서 이미지를 스캐닝해 와야 했다는 사실이다. 지금은 웬만한 개인 사무실에도 스캐너 한 대는 필수적인 것과 비교해 보면 격세지감을 느끼지 않을 수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