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충식 경성대 행정학과 교수
우리는 오늘날 정보사회에서 새로운 정부를 창조해야 하는 전환기에 살고 있다. 모든 것이 변화되는 정보사회에서 정부형태는 어떠한 모습이어야 하는가.
정보사회에서의 정부는 이제 닫힌 정부에서 열린 정부로, 위정자의 정부에서 시민의 정부로, 참된 민주주의를 실현하는 고객지향적 전자정부로 변해야 한다.
이것을 가능하게 하는 것이 정보기술이며 따라서 전자정부의 구현에 국가의 미래가 달려있는 것이다. 선진국들의 경우 이를 인식하여 오래전부터 정부혁신의 기본전략으로 정보기술을 활용한 전자정부의 구현 정책을 추진해 오고 있다.
미국은 지난 93년 클린턴 대통령이 집권한 직후에 전자정부 개념을 도입해 현재까지 정부혁신을 추진해 오고 있다. 특히 올해 6월 클린턴 대통령은 미국 연방정부에 관한 모든 정보를 통합 웹사이트에서 얻을 수 있도록 하는 전자정부 시대를 선언하며 정보기술을 활용한 정부혁신을 가속화했다.
영국도 행정적 문제에 대한 기술적 해결방안을 정보기술에서 찾겠다는 수준을 뛰어넘어 「정보시대의 정부」를 구현하겠다는 전자정부의 비전을 추구하고 있다. 최근 토니 블레어 총리는 당초 2008년으로 계획된 전자정부의 구현시기를 2005년으로 앞당기겠다고 발표한 바 있다.
싱가포르 역시 올해부터 3년간 9억달러 이상의 예산을 투자해 공공부문에서 정보기술의 활용을 강화할 전자정부의 구현계획을 수립, 추진하고 있다.
이처럼 선진 각국은 21세기 정보사회의 대응전략으로 정보기술을 활용해 정부를 혁신시키고 국가경쟁력을 강화, 지속적인 국가발전을 추구하고자 노력하고 있다.
그러나 우리나라의 경우에는 아직도 초고속통신망이 구축되거나 행정업무가 전산화되면 전자정부가 구현되는 것으로 잘못 인식하는 경향이 있다. 하지만 이처럼 단순히 정보기술이 정부의 업무처리에 도입되는 것에 의해서만 전자정부가 구현될 수 없다. 이보다 중요한 것은 정부의 업무처리 절차, 기능 및 조직에 대한 근본적인 재구성과 국정운영 방식에 대한 개혁이 선행되어야 한다.
전자정부의 구현 목적은 단순히 정부 내부의 생산성 제고라든가, 보다 나은 정부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에 그치지 않는다. 가장 중요하게 인식되어야 하는 것은 정부 업무처리의 민주성과 투명성을 제고하는 측면이다.
우리 정부도 지난 10월 초에 행정자치부가 전자정부 구현을 위한 법률(안)을 입법예고 하는 등 이를 위한 정책을 마련하고 있다.
그러나 이러한 법률(안)에 의하면 우리나라의 전자정부 추진정책은 미국의 문서감축 사업과 같은 수준에 불과한 실정이다. 이렇게 된 가장 큰 요인은 전자정부의 추진 주체가 정립되어 있지 않기 때문일 것이다.
우리나라의 정보화는 국무총리를 위원장으로 하는 정보화추진위원회를 중심으로 해 추진돼 왔다. 그러나 전자정부의 구현을 위한 별도의 추진조직은 전혀 마련돼 있지 않다.
현재 전자정부의 구현과 관련해 행정자치부·기획예산처 및 정보통신부에서 관련 업무를 추진하고 있다. 이것은 결국 전자정부의 구현이 이들 부처의 고유 업무가 아니라는 사실을 반증해주고 있다.
그러므로 기존의 업무영역이나 부처의 관점이 아닌 범정부적인 관점에서 전자정부 구현의 전담추진조직을 신설해야 한다. 이러한 전자정부 추진조직은 정보기술을 활용해 정부를 재창조하는 작업을 추진하기 위해 리더십을 가지고 관련 부처간 조정력을 발휘할 수 있는 수준에 위치하여야 한다.
이처럼 정보기술을 공공부문에 효과적으로 도입할 수 있는 전자정부의 전담추진조직을 신설한 이후에 전자정부의 비전을 국민들에게 제시, 국민적인 공감대를 형성하면서 범정부적이고 체계적인 정책을 추진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