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용주의 영화읽기>오키우라 히로유키 감독의 「인랑」

일본 애니메이션계의 철학자로 불리는 오시이 마모루의 99년 신작 애니메이션 「인랑」은 신예 오키우라 히로유키가 감독을 맡았지만 「공각기동대」로 우리에게도 널리 알려진 오시이 마모루가 기획·원작·각본을 맡아 그의 작품세계가 고스란히 담겨 있다.

「인랑」은 제2차 세계대전 패전, 그리고 20년 동안의 독일 식민지배 이후인 1960년대의 일본을 그린 점에서는 회고적이지만 시대 배경이 불명확한 가상의 공간이라는 점에서는 현재적이며 보편적이다.

고도 경제성장 과정에서 파생된 대규모 실업자들은 반정부 세력이되어 테러를 일삼기까지 한다. 정부에서는 기존의 자치경찰과 군부를 견제하기 위해 독자적인 조직인 「수도경」을 창설하고 그 핵심부대인 특기대로 테러를 무력 진압한다. 하지만 자치경찰이 수도경 해체 음모를 진행하다가 「인랑」이라는 비밀조직과 맞닥뜨리게 된다는 좀 복잡한 설정을 제외하면 전달하고자 하는 이야기는 단순하다.

「늑대인간」이라는 뜻의 「인랑」은 인간의 정체성에 대한 깊이 있는질문인 동시에 적대적인 사회관계 속에서 개인들간의 믿음이란 과연 존재하는가에 대한 이야기다. 소녀 테러리스트를 쏘지 못한 주인공 후세의 이야기는, 이후 자신이 사랑하는 여자를 죽일 것인가에 대한 되물음이며 인간의 이중성에 대한 표현이다. 신뢰를 상실한 난장판 사회는 곧 적자생존에 의해 살아가는 야수들의 세계와 다르지 않다.

특기대의 또 다른 명칭인 케르베로스는 그리스, 로마 신화에서 지옥문을 지키는 머리가 셋 달리고 꼬리는 뱀인 개를 가리킨다. 모티브로 사용되는 「빨간 두건」 동화도 후세의 자의식, 결말에 대한 암시 등 다양한 의미를 가지고 주제를 상징한다.

「인랑」은 오시이 마모루의 이전 작품들이 보여준 주제의식과 연출기법을 일관되게 견지하고 있다. 오시이의 특기인 영화적인 연출기법과 실사 같은 세밀한 배경 세팅은 작품 내내 애니메이션을 보고 있다는 생각을 잊게 만들 정도로 사실적이다. 실사에서는 물리적으로 불가능한 애니메이션만의 카메라 워킹도 찾아볼 수 없고 중첩된 시각적 이미지와 설정은 영화적이면서 오히려 문학적이기까지 하다. 만화적인 상상력 발휘도 가상의 일본사회를 그린다는 것까지일 뿐이다.

삐딱하게 바라보려면 군사 재무장에 대한 일본의 속내라고도 볼 수 있고 패전 후에 왜 일본이 분단되지 않고 우리가 분단되었을까 하는 사족이 머리 속에 떠오르기도 하지만 이 작품은 정말 스바라시이다.

<영화평론가·엔필름 컨텐츠팀장 uju@nFil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