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성방송시대 열렸다>중-방송계 새 판짜기 가속화

위성방송 허가추천 사업자로 한국통신과 KBS 등 지상파 방송사가 주축이 된 한국디지털위성방송(KDB)컨소시엄이 결정됨에 따라 방송계는 급격한 변화보다는 완만한 구조조정 단계를 거쳐 위성방송과 지상파가 상호 보완하는 틀을 마련해 나갈 것으로 보인다.

위성방송과 지상파 방송의 치열한 경쟁틀 속에 방송산업 발전을 기대했던 정부의 당초 계획은 수포로 돌아간 셈이다.

KDB의 지상파 방송사의 지분은 KBS를 비롯해 MBC, SBS 등 3사를 모두 합칠 경우 19.2%에 달한다. 한국통신이 갖고 있는 지분 15%를 훨씬 초과하는 분량이다. 여기에 SBS의 3대 주주이자 전주방송을 소유하고 있는 일진의 지분 6%와 기독교방송, 광주방송 등이 보유한 지분을 합치면 지상파 방송사들의 입김은 절대적일 수밖에 없다.

이에 대해 KDB는 전문경영체제를 구축해 지상파의 입김에서 벗어나 독자적인 경영을 해 나갈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으나 뚜껑을 열어보기 전에는 장담할 수 없는 상황이다.

위성방송사업의 선결 과제는 아이러니컬하게도 「어떻게 하면 최대 주주군인 지상파의 영향력에서 벗어나 독자적인 영역을 개척해 나갈 것인가」로 모아진다.

지상파 방송사들이 위성방송에 영향력을 행사하는 것이 초기에는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겠지만 장기적으로 마이너스가 될 것이라고 보는 시각이 적지 않다.

위성방송 사업 초기에는 지상파 방송사들이 참여함으로써 콘텐츠가 부족해 애를 먹는 일은 없을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지상파의 콘텐츠에 계속 의존하거나 새로운 콘텐츠 개발을 소홀히 할 경우 장기적으로는 차별화 된 콘텐츠가 부족하게 되고 결국 시청자들로부터 외면당할 것은 불을 보듯 뻔하다.

위성방송은 지상파 방송의 시청자를 자기 쪽으로 끌어 들여야 하는데 그러기 위해서는 지상파가 보여줄 수 없는 다양한 채널을 확보해야 한다. 결국 장기적으로는 지상파의 영향력에서 멀어져야만 위성방송이 살아남을 수 있다는 결론에 도달한다.

이 과정에서 최대 지분을 확보하고 있는 지상파 방송사들이 과연 제 살을 깎아 내면서까지 경쟁 매체를 키울 수 있을 것인가가 최대의 관건이다.

최악의 경우 지상파와 위성방송의 차별화에 실패, 지상파 방송을 그대로 위성방송으로 옮겨 놓는 「죽도 밥도 아닌」상태가 된다면 수 조원이 투자되는 위성방송은 정책실패라는 오명을 쓸 수밖에 없다.

방송계는 KDB가 이러한 우려를 불식시킬 수 있는 명확한 비전을 제시해 주길 바라고 있다.

위성방송의 도입은 그동안 케이블TV에만 의존해 왔던 PP들에 새로운 활로를 열어줄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KDB는 채널을 사업 첫 연도에 74개 채널로 시작해 2005년까지 114개로 늘릴 계획이다. 현재 방송중인 PP가 40여개로 이들을 모두 수용한다 해도 70개 정도의 PP를 소화할 수 있는 수준이다.

이를 위해 KDB는 600억원 규모의 콘텐츠 투자조합을 만들어 콘텐츠 센터를 구축하기로 하는 등 국내 영상산업 육성에 발 벗고 나서겠다는 전략이다.

KDB컨소시엄에 참여하고 있는 PP는 53개 업체에 달한다. 이들 업체는 대부분 PP사업을 준비하고 있는 업체들로 KDB가 사업권자로 선정됨에 따라 안정적으로 채널을 확보할 수 있게 됐다.

그러나 허가추천에서 탈락한 KSB에 참여하고 있는 PP를 어떤 식으로 끌어안을 것인가가 문제로 남는다.

KSB에는 온미디어를 비롯해 10여개 PP업체가 참여하고 있다. 온미디어를 제외하면 대부분이 내년 사업에 나설 업체들이어서 사업 추진에 상당한 어려움을 겪게 될 전망이다.

그러나 위성방송 초기 인기있는 콘텐츠가 절실히 필요한 상황에서 KSB에 속했다는 이유로 프로그램을 송출하지 못하는 일은 벌어지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김병억기자 bekim@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