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자정보통신 산업을 움직이는 사람들>44회/끝-수입가전업계

지난 70년대 대부분 밀수로 유입되던 외국 수입품들은 자립경제기반을 마련하려는 정부와 국민들의 염원을 좀 먹는 암세포같은 존재였다. 특히 수입가전제품은 「전자산업육성을 통한 선진국 진입」이라는 당시의 시대적 분위기에 역행한다는 여론과 법적 제재로 정상적인 시장은 거의 형성되지 않았다. 이때 밀수 가전을 취급해 세운상가 등을 무대로 큰 돈을 번 수입상들을 수입가전업계에서는 1세대들이라고 부른다. 수입가전업계 2세대는 이들 1세대들로부터 어깨너머로 사업을 배워 밀수와 정식수입을 병행한 수입상들로 80년대 수입가전업계의 주축이 됐다.

3세대로 넘어가면서 수입가전업종은 세금을 내는 하나의 분명한 산업으로 자리매김하기 시작했다. 3세대는 90년대 초반에 업계에 뛰어든 사람들로 국내 가전업체에 몸을 담고 있다가 수입가전 쪽에 투신한 인물들이 주류를 이룬다. 외국업체와의 공식적인 계약을 통해 수입가전사업을 진행하기 시작한 세대이기도 하다.

이때부터 수입가전제품에 대한 세간의 인식이 조금씩 바뀌기 시작해 국내 가전산업 발전과 소비자의 선택 폭 확대를 위해 병행돼야 하는 산업으로 자리잡아갔다.

수입가전업계 4세대 인맥은 외국가전업체의 현지법인에 몸담고 있는 사람들로 시기적으로는 90년대 중반 이후에 해당되지만 3세대 인맥과 큰 차이를 보이지 않는다. 그러나 보다 체계적으로 사업을 전개해 국내 수입가전업계에서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다.

현재 수입가전산업을 움직이고 있는 사람들은 3세대와 4세대에 해당하는 인맥들이다. 글로벌시대라는 세계 경제의 흐름에 힘입어 1, 2세대와 달리 사업상의 제약이 없고 안정적으로 자신들의 위치를 확보하고 있으며 한층 투명하게 사업을 전개하고 있다.

국내 수입가전산업을 음지에서 양지로 끌어올린 인물은 필립스전자의 신박제 사장(56)이다. 신 사장은 필립스에 26년간 근무해온 정통 필립스 맨으로 지난 93년 한국인으로는 처음으로 필립스 한국 현지법인의 대표이사 사장으로 경영을 책임지면서부터 뛰어난 경영능력을 유감없이 발휘했다. 특히 90년대 초부터는 국내 소비자들에게 필요한 가전제품을 선별해 공급하면서 체계적인 AS를 병행해 수입가전산업의 기초를 다진 인물이다. 신 사장은 대한핸드볼협회 회장, 대한올림픽위원회 부위원장, 96년 애틀랜타올림픽 한국선수단 단장을 역임하면서 한국 스포츠 발전에도 기여, 다국적 기업인 필립스전자의 현지화에 절대적인 역할을 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수입선다변화제도 폐지 이후 수입가전산업의 중심에 서 있는 업체는 소니코리아다. 이 회사의 장병석 사장(62)은 기업의 기본인 매출 확대에 노력하면서도 다양한 사회공헌 활동을 전개함으로써 소니코리아의 현지 동화에 주력하고 있다. 특히 이미 국내 현지기업으로 자리잡은 마산의 한국소니전자 회장을 겸임하고 있는 장 사장은 보국훈장, 산업훈장, 대통령 표창, 산업평화상, 5억불 수출탑, 환경경영상 등을 수상하기도 했다. 특히 장 사장은 외국인으로는 드물게 소니 본사의 이사회 멤버이기도 하다.

소니코리아의 김재한 부사장(56)은 소니 100% 출자 한국제조법인인 한국SOWA의 이사와 한국소니전자 이사를 역임하고 소니코리아 이사로 옮겨 수입가전산업에 뛰어들었는 데 소니코리아의 사업 틀을 만든 인물이다. 특히 지난 95년부터 AS체계 구축에 주력하면서 수입가전 AS수준을 한 단계 높였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소니코리아 이순원 본부장(48)은 국내 오디오산업의 최고 전성기인 지난 77년부터 당시 롯데전자를 국내 최대 오디오업체로 성장시키는 데 기여했던 인물로 94년 소니코리아로 이적하면서 소니코리아 가전 마케팅부문의 토대를 다졌다. 이 본부장은 특히 롯데전자 영업관리부장 시절의 노하우를 수입가전유통에 접목하면서 당시 느꼈던 잘못된 관행을 과감하게 탈피해 수입가전 유통시장에 새로운 전기를 마련했다.

국내 전자수첩시장의 주도권을 쥐고 있는 샤프전자의 이기철 사장(45)은 지난 81년 제조업체인 한국샤프로 입사해 샤프와 인연을 맺은 뒤 86년에는 당시 100% 국내자본으로 운영돼 온 판매법인인 샤프전자로 몸을 바꿔 실었다. 입사 15년 만인 96년 대표이사 자리에 오른 이 사장은 지난 99년에는 일본 샤프와의 50대 50 합작 현지법인을 이끌어 내면서 사업규모를 크게 확장했다.

개인정보기기부문을 총괄하고 있는 이상설 부장(50)은 지난 91년 샤프전자에 입사해 한글 전자사전과 전자수첩을 동종업계 판매 1위로 이끌었고 지난해부터는 PDA시장 공략을 위한 상품기획에 나서 디지털시대를 준비하고 있다.

신영성 부장(46)은 롯데캐논 출신으로 지난 95년 샤프전자에 입사해 LCD TV, DVD플레이어, 액정 모니터, 노트북PC, 캠코더, 미니디스크(MD) 플레이어 등 가전·영상기기부문을 총괄하고 있다. 신 부장은 특히 업계 최초로 AS 진행상황을 표시해 주는 서비스를 기획하고 AS체계를 강화하는 등 대고객 서비스 질을 높이는 데 일역을 담당했다.

지난 10월 출범해 필립스전자, 소니코리아, 샤프전자와 더불어 국내 수입가전산업을 한 단계 업그레이드하는데 적지 않은 역할을 하고 있는 JVC코리아의 이데구치 요시오 사장(52)은 일본 빅터가 주요 시장으로 떠오르고 있는 한국 AV시장을 겨냥해 선택한 비장의 카드다.

이데구치 사장은 지난 70년 일본 빅터에 입사해 일본 주요 양판점을 전담하는 뛰어난 영업맨으로 명성을 날렸으며 지난 95년부터 2000년까지 5년간 중국 지사장을 역임한 인물이다.

JVC코리아의 영업부문을 총괄하고 있는 한동환 부장(41)은 미토상사 시절부터 JVC와 인연을 맺어온 인물로 현 JVC코리아 영업망의 대부분을 직접 구축하고 관리해 왔다. 84년 오디오전문업체인 인켈의 마케팅맨으로 활동했던 한 부장은 지난 97년 미토상사에 입사하면서 수입가전산업에 발을 들여놓았다.

일본 AV전문업체인 파이어니어 제품을 국내에 공급하고 있는 대동음향의 류두환 사장(41)은 지난 86년 럭키금성에 입사해 유전개발분야에 몸담다가 93년 대동음향을 설립하면서 수입가전산업 쪽으로 진로를 바꿨다. 전형적인 수입가전업계 3세대 인맥에 해당하는 류 사장은 수입선다변화제도 폐지 이후 매출을 2배 가까이 끌어올리면서 국내 수입가전업계에서 자리를 굳혔다.

일본 아이와 제품을 공식수입하면서 수입오디오시장에서 두각을 나타내고 있는 예스인터내셔널의 안상훈 사장(46)과 이엔오상사의 김창수 사장(42)도 수입가전업계 3세대 인물들이다.

안 사장은 삼성전자 오디오·비디오 영업부 출신으로 92년 삼성전자를 나와 삼성전자의 대표적인 미니오디오인 마이마이를 OEM 생산하는 세닉스디지컴을 운영하다가 자신의 전문분야를 살려 94년 예스인터내셔널을 설립, 수입 오디오시장에 투신했다.

또 김창수 사장은 84년 삼성전자 음향기기 설계실로 입사해 국내영업 AV마케팅부장과 강서지점장을 거쳐 97년에 한국샤프 국내영업본부장으로 이적하면서 수입가전산업과 인연을 맺었다. 지난 97년 8월 이엔오상사를 설립해 아이와 오디오를 국내시장에 선보이고 있다.

일본 히타치 AV제품을 수입 판매하고 있는 DSI무역의 서광열 사장(38)은 지난 90년 필립스전자 AV사업부에 입사해 5년여 동안 경험을 쌓고 수입선다변화제도가 폐지된 시점을 전후해 히타치와 공식수입계약을 체결하면서 수입가전업계에 뛰어든 전형적인 3세대 인맥이다.

필립스가 쌓아온 아성에 브라운과 물리넥스가 도전장을 내밀고 있는 외산 소형가전분야에서는 질레트코리아의 이인희 이사(37)와 물리넥스코리아의 이운재 사장(39)의 움직임이 가장 두각을 나타내고 있다.

외산 소형가전분야에서 필립스를 바짝 추격중인 브라운은 독일 브라운사가 질레트그룹에 흡수합병된 후 국내에서 질레트코리아의 브라운사업부에서 관장하고 있다. 지난 6월 브라운사업부 총괄이사로 부임한 이인희 이사는 힌국쓰리엠 출신으로 부임 즉시 TV 홈쇼핑업체와 암웨이 등으로 유통채널을 확장했으며 치열한 경쟁을 뚫고 영종도 신공항 면세점에 진출하는 등 외산 소형가전 업계에 새바람을 일으키고 있다.

유럽 소형가전 브랜드 가운데 후발주자에 해당하는 물리넥스코리아의 이운재 사장은 98년부터 물리넥스의 한국진출을 준비해 왔으며 전기 튀김기시장을 새롭게 일궜다는 평을 받고 있다. 이 사장은 지난 8월에는 9명의 직원을 신규 채용하고 물류 창고를 구축하는 등 유통강화와 함께 물리넥스의 국내시장 인지도 확대에 힘쓰고 있다.

<심규호기자 khsim@etnews.co.kr 정소영기자 syjung@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