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0 한국벤처 점검>3회/끝-벤처인큐베이팅

벤처위기론이 고조되면서 벤처기업의 어려움이 도미노 현상처럼 관련업계로 확산되고 있다. 미숙한 벤처기업을 지원해 성숙한 벤처로 육성, 윈윈한다는 벤처인큐베이팅업계가 바로 대표적인 분야 중 하나다.

지난해부터 올상반기 사이에 벤처붐이 정점에 오를 당시 우후죽순으로 설립돼 인큐베이팅사업에 뛰어든 업체들은 현재 심각한 자금난으로 위기에 빠진 곳이 많다. 벤처라면 기술성과 사업타당성 검증작업에 소홀한 채로 고객 끌어들이기에 주력했던 인큐베이팅업체들이 벤처붐 붕괴와 벤처자금경색으로 심각한 후유증을 겪고 있는 것이다.

그동안 벤처기업의 양적 팽창으로 벤처 지원을 자청하며 인큐베이팅시장에 뛰어든 업체는 줄잡아 200여개에 달하는 것으로 추정된다. 벤처인큐베이팅만을 전문으로 하는 업체도 상당수에 달한다. 그러나 국내 벤처시장 규모에 비해 지나치게 업체가 난립한데다 운영시스템, 네트워크의 취약 등으로 벤처인큐베이팅업계가 자생력을 갖추지 못하고 비틀거리고 있다.

업계에 따르면 현재 벤처인큐베이팅으로 제대로 수익을 올리고 있는 곳은 손에 꼽을 정도다. 이는 고객사인 신생 및 초기 벤처기업들의 자금난과 이에 따른 인큐베이팅업체들의 연쇄적인 자금난에서 비롯된다. 인큐베이팅업체들은 보통 고객 벤처기업의 지분이나 일정 컨설팅 수수료를 받는데 벤처자금난이 심화되면서 유동성 위기가 심화되고 있는 것이다.

기업공개(IPO)를 통해 자본이득을 추구한다는 꿈도 물거품처럼 사라졌다. 코스닥시장이 연초 대비 5분의 1 수준까지 폭락하면서 고객인 벤처기업들의 코스닥 진출계획이 계속 지연되고 있는데다 설사 등록하더라도 예상을 훨씬 밑도는 가격을 형성, 「대박」의 꿈을 접을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닷컴기업의 인큐베이팅에 주력했던 기업들의 상황은 더욱 심각하다. 벤처거품의 장본인인 닷컴 벤처로 들어가는 자금이 거의 원천봉쇄됐기 때문. 이에 따라 그동안 온라인 인큐베이팅사업을 표방했거나 마케팅·홍보 등 전문 인큐베이팅을 내세웠던 업체들은 자금난으로 업종전환이나 본래의 자리로 돌아가고 있다.

일부 인큐베이팅업체들은 보유지분을 매각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지만 이미 이미지가 추락한 벤처기업의 주식을 제대로 평가받기는 사실상 불가능하다. 때문에 현재 벤처인큐베이팅업계는 벤처기업의 부족한 부분을 지원, 윈윈한다는 본래의 취지보다는 스스로 위기에서 탈출하는 데 더 많은 관심과 신경을 쓰는 형국이다.

업계는 이에 따라 격동의 2000년을 마감하며 「선택」과 「집중」을 내년도 사업의 핵심 키워드로 삼아 제2의 도약을 이뤄낸다는 전략이다. 지금의 위기를 오히려 옥석구분의 좋은 계기로 삼아 내실있는 벤처기업을 발굴·육성, 벤처산업의 기름진 토양으로 거듭나는 데 일조하겠다는 의지의 표현이다.

KTB인큐베이팅의 송낙경 사장은 『이제 단순 컨설팅 지원만으로 벤처인큐베이팅시장에서 투자수익을 기대하는 것은 무리』라며 『인큐베이팅 전문인력 확충과 글로벌 휴먼네트워크 구축, 우수한 지원시설 등을 결합해 국내실정에 맞는 인큐베이팅모델을 정립해야 할 시점』이라고 강조했다.

<이정환기자 victolee@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