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린마당>발명은 미래가치기술의 창조

◆김한수 삼성전자 메모리 사업부 수석연구원

 지난 수십년 동안 산업사회를 살아오면서 우리는 너무도 많은 희생과 대가를 지불해야만 했다. 그것은 산업화과정과 이후 기술경쟁 시대에서 선도적 위치에 서지 못한 데서 비롯된 경쟁력의 약화에 가장 큰 원인이 있을 수 있다. 지금의 여건은 어떠한가? 현재는 세계화, 즉 국가간보다는 기업간 경쟁이 우선시되는 상황이다. 따라서 기술적 우위가 없으면 결국 도태되는 실정을 우리는 보고 있다.

 정보기술(IT) 혁명이라는 새로운 문명의 패러다임이 태동하고 있는 요즈음과 같은 도약기에 그 대열의 선두에 서지 못한다면 앞으로 심각한 경쟁력 약화와 함께 과거보다 더 값비싼 대가를 지불해야 하는 것은 어쩌면 당연한 일일지도 모른다.

 그렇다면 과거에도 그러했지만 더욱 경쟁이 치열해지며 새로운 기술적 환경이 지배할 미래의 정보화 시대에서 생존할 수 있는 길은 무엇인가? 이는 남들보다 앞선 기술개발로 우리의 것을, 나만의 것을 가져야 한다는 것이다. 그리고 단순히 기술개발에만 그칠 것이 아니라 그것을 권리화함으로써 나의 것으로 만들어야 한다. 발명의 권리화, 즉 특허의 중요성이 바로 여기에 있다.

 사실 주변에서 수많은 노력과 비용을 투입해 개발한 기술과 제품이 타사의 특허 권리에 침해를 받는다는 이유로 사장되는 것을 보아왔다. 특허 기술을 사용하는 대가로 너무도 많은 로열티를 지불하면서까지 상품화를 진행하는 경우도 수없이 보아왔다. 안타깝지만 우리의 독자적인 기술이 없기 때문에 어쩔 수 없는 일이다. 반대로 생각해 보면 상대방은 우리보다 앞서 미래의 기술개발과 이에 대해 권리화했기 때문에 가능한 일인 것이다.

 우리나라는 반도체 메모리 분야에서 세계 최고의 기술력을 보유하고 있는 상황이다. 또 요즈음 미래 정보화 시대의 전도사로 일컬어지는 인터넷기술과 관련한 인프라 역시 세계적인 수준으로 알고 있다. 그만큼 기술의 시대적 흐름과 변화에 대응하는 수준이 높다는 것을 의미한다.

 문제는 이같은 세계적인 기술조차도 독자적인 권리화를 하지 않을 경우 미래 가치효용이 무용지물이 되는데 있다. 소위 신기술의 상대간 격차는 길어야 1년 이내기 때문에 지금의 앞선 기술이 반드시 미래의 앞선 기술력이 될 수는 없다. 따라서 현재의 기술과 미래 가치기술에 대한 특허화는 그 어느 것보다 선행돼야 한다. ‘발명’의 사전적 의미는 세상에 없는 새로운 것을 만들어 내는 것이라고 한다. 이를 사실적으로 표현하면 신규성이 있는 창조적 기술과 아이디어가 발명이며 이를 권리화하는 것이 특허다.

 문제해결을 위한 고민과 관심 속에서 창의적인 아이디어가 떠오르며 이를 과학적으로 표현하여 권리화하면 되는 것이다. 무엇보다도 중요한 점은 현재의 주어진 틀을 벗어난 혁신적 관점에서 주변 모든 사실에 관심을 기울이는 자세가 중요하다. 사실 몇해전 차세대 제품 개발과정에서 아이디어가 없어 수개월간 고민하던중 상사가 지나가다 던진 말에서 힌트를 얻어 관련 기술의 특허화와 함께 경쟁력 있는 제품화에 성공한 경험이 있다. 이는 고정관념을 깨버리지 않고는 전혀 상상할 수 없는 매우 획기적인 발상이었다.

 다음으로 아무리 훌륭한 아이디어일지라도 권리화 과정에서 과학적 사실에 기준한 표현력이 결여되거나 편협적일 경우 그 효과가 매우 떨어질 수 있다. 이는 특허화 과정에서 필요한 명세서와 클레임(claim)작성의 중요성을 의미한다. 향후 기술분쟁이 발생할 경우 그 판단기준이 명세서와 클레임이 되기 때문이다. ‘명세서는 천사의 마음으로, 클레임은 악마의 마음으로 작성하라’는 의미가 그 중요성을 충분히 표현한다고 할 수 있다.

 마지막으로 원천 기술의 확보가 그 무엇보다도 중요하다. 한번 권리화가 되면 그 효력이 20년 정도 지속되기 때문에 향후 10년 후 사용할 기술을 미리 선점한다고 보면 된다. 현재 기술과는 거리가 있는 아이디어일지라도 미래에 가질 수 있는 효과와 폭발력은 아무도 모른다. 따라서 현재는 그 효용가치가 떨어지지만 가능성 있는 아이디어와 기술에 대해서는 적극적으로 권리화하는 것이 미래 원천기술력 확보를 위해 반드시 필요하다.

 현재와 미래는 발명의 시대다. 새로운 시대의 산업적 유행은 발명으로부터 시작되며 그 혜택과 영향력에 의해 발전해 가고 있다. 따라서 빠르게 발전해 가는 기술의 홍수 속에서 날로 치열해지는 기술경쟁의 우위를 확보하기 위해서는 미래의 가치 있는 기술력 확보와 권리화가 최우선적으로 필요한 시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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