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요논단>뺄셈의 미래전략

 ◆김영환 과학기술부 장관 mostman@most.go.kr

 

 “노란 숲 속에 길이 두 갈래로 났었습니다. 나는 두 길을 다 가지 못하는 것을 안타깝게 생각하면서…(중략) 똑같이 아름다운 다른 길을 택했습니다. 그 길에는 풀이 더 있고 사람이 걸은 자취가 적어 아마 더 걸어야 할 것이라고 생각하면서….”

 프로스트의 시 ‘가지 않은 길(The road not taken)’은 선택상황에 당면한 인간이 갖는 망설임과 아쉬움 그리고 결단과 도전을 느끼게 한다.

 1960년대 1인당 국민소득 80달러의 농업사회에서 시작한 우리의 과학기술정책은 지난 30여년간 눈부신 성과를 거두었다. 반도체·이동통신·조선·자동차·철강·원자력을 중심으로 세계 11번째 경제대국으로 성장했다. 지금 일본의 역사교사서 왜곡과 고이즈미 총리의 신사참배로 한일관계가 냉각돼 있지만 100여년 전 우리 손으로 총을 만들지 못해 침략을 받던 한반도 상공 위를 지금은 인공위성 아리랑 1호가 하루에 3번 순회하고 있다.

 현재 전개되는 산업사회에서 지식정보사회로의 전환은 우리가 비록 산업화는 늦었지만 지식정보화는 선진국과 같이 출발할 수 있다는 희망의 메시지다. 문제는 선진국에 비해 상대적으로 부족한 자원과 가용역량을 효과적으로 활용하는 국가의 전략선정이다.

 흔히 말하는 바와 같이 우리가 정보통신·생명·극미세·환경·에너지·우주항공·문화 등 많은 신기술 분야의 우선순위를 정하는 기준은 ‘선택과 집중’이다. 이 과정에서 특히 우리가 하면 안될 것을 선별하는 ‘뺄셈의 정책’을 견지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이런 시각에서 볼 때 우리의 미래전략은 다음과 같은 다섯 가지의 요건을 갖추어야 한다.

 첫째, 여러 가지 신기술 중에서 정보통신(IT)·생명공학(BT)·극미세기술(NT)이 국가 전략기술의 핵심을 이루어야 한다. 이들 기술 분야는 비록 선진국과 기술격차는 있으나 전반적으로 개발 초기단계에 있어서 우리가 도전하면 승산이 있다고 평가되며, 시장규모가 빠르게 성장하고 아울러 기존의 산업들에 접목·활용돼 엄청난 파급효과와 경쟁력을 창출하기 때문이다.

 둘째, 자동차와 IT, 섬유와 BT, 반도체와 NT 등 신기술과 기존 산업기술간의 접목에 전략의 중점을 두어야 한다. 첨단기술은 그 자체가 창출하는 신산업만이 아니라 기존 주력산업의 시장규모를 확대하는 데 활용돼야 한다. 예를 들면 지금 세계시장의 8%를 차지하는 반도체산업에서 나노수준의 공정기술이 활용되면 우리는 2010년에 1조달러로 추산되는 세계시장에 최소한 800억달러를 수출할 수 있다.

 셋째, IT·BT·NT 내에서도 뺄셈의 원칙에 입각한 선택과 집중이 필요하다. 유망한 분야에서 생산성 높은 연구성과를 얻기 위해서는 먼저 아무리 전략기술이라고 하더라도 우리의 여건과 능력에 맞지 않으면 버릴 수 있어야 한다. 정부와 산학연이 머리를 맞대고 선진국이 이미 선점한 기술이나 중복과잉 투자된 분야를 빼가면서 꼭 해야만 하는 기술에 집중하는 것이 우리의 전략이어야 한다.

 넷째, 최근 한류의 열풍이 보여주듯이 우리 민족의 문화 창조력을 활용한 문화기술(CT)이 전략산업의 육성 차원에서 강조돼야 한다. 현재 크게 성장한 게임소프트웨어, 애니메이션 분야만이 아니라 문학과 연극 등 출판문화와 공연예술의 발전을 병행해 문화산업의 장기적인 발전에 필요한 기초체력을 강화해야 한다.

 다섯째, 이상의 모든 전략이 인력 및 교육정책과 연계해 추진돼야 한다는 것이다. 신기술 도전의 성패는 창의적인 핵심인력의 양성에 달려 있기 때문이다. 평준화에 묶인 과학영재 교육, 활용되지 않는 여성과학인력, 우수학생의 법대·의대 집중, 과학기술자의 사기진작 등이 주요 과제다.

 프로스트는 “사람이 적게 간 길을 택했고 그것 때문에 모든 것이 달라졌다”고 한다. 과학·정보·문화·교육은 신세기 전환기에 필요한 국가 청사진과 리더십의 키워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