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韓流`속의 `寒流`

 요즘 홍콩신문 전영(電影·영화) 섹션은 한면 전체가 김희선·송승헌·송혜교 등 한국 연예인들의 사진과 함께 한국 연예산업 관련 기사로 가득 채워지는 경우가 많다.

 일부 신문은 90년대 초반 홍콩 영화의 전성기를 연상케하는 한국 돌풍이 거대 홍콩 자본의 투자 움직임을 일으켜 실제로 홍콩 영화감독 왕가위 등을 통해 국내 가수의 음반 및 뮤직비디오 제작에 몇몇 홍콩자본이 공동참여하고 있다는 분석기사로 한류열풍을 소개할 정도다.

 하지만 이곳 현지 분위기는 이같은 한류(韓流)열풍이 한국상품의 구매촉진 등 직접적인 경제활동에까지 영향을 미칠지에 대해 대체로 부정적 반응이다.

 무역협회 베이징지부 고광석 지부장은 “한류열풍 하나 믿고 ‘묻지마’식 중국 진출을 시도하는 한국업체가 크게 늘고 있다”며 이에 대한 지나친 이상과열을 경고했다. 홍콩총영사관 이재걸 상무관도 “실제 한류현상의 주도층은 구매력이 약하며 중화권내 경제주류층도 아니다”고 말했다.

 여기에 지난 IMF때도 성장을 멈추지 않던 중화권의 경기가 최근 바닥세를 보이고 있는 것도 한류열풍에 한기(寒氣)를 돌게 하는 요인 중 하나다. 지난달 수출이 전년대비 40% 이상 급락한 대만는 최근 태풍피해까지 겹쳐 사상 최악의 경기침체를 경험하고 있다. 동아시아 외환위기때인 98년에도 0.4%의 성장을 기록했던 싱가포르 역시 두자릿수의 성장률 하락이 지속중이다.

 이같은 상황임에도 불구하고 한국 정부는 대통령까지 나서 한류현상을 곧바로 한국상품의 수출촉진으로 연결시키려는 단순 발상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현재 대만 주재한국대표부는 본국 긴급지시로 내달 2일부터 삼성전자·LG전자 등이 참가하는 ‘한국물품전’ 준비에 한창이다.

 “최악의 경기침체와 태풍피해까지 겹친 나라에서 연예인까지 본국서 대거 초청한 이번 행사를 어떻게 치러야할지 걱정”이라는 대표부 직원의 말 속에서 차디찬 ‘한류(寒流)’가 느껴지는 건 왜일까.

<타이베이=디지털경제부·류경동기자 ninano@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