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설>이넘 서비스 초읽기 시작됐다.

 ‘모든 통신주소체계가 웹으로 합쳐진다.’

 웹브라우저의 단일 식별번호를 통해 팩스·전화·e메일을 통합 사용할 수 있는 ‘이넘(ENUM)’서비스 상용화의 초읽기가 시작됐다. 미국이 내년 5월을 목표로 서비스 상용화에 나선 가운데 국내업체도 조만간 컨소시엄을 구성하고 기술개발과 표준화에 적극 나설 계획이다. 이넘서비스가 상용화되면 유무선 웹브라우저를 통해 일반전화망과 인터넷전용망을 사용하는 모든 통신체계를 하나로 통합할 수 있어 통신과 인터넷 시장에 적지 않은 파장을 불러일으킬 것으로 보인다.

 ◇이넘서비스란=이넘은 ‘텔레폰 넘버 매핑(Telephone Number Mapping)’의 줄임말로 전화번호를 인터넷으로 변환할 수 있는 프로토콜이다. 하나의 식별번호를 통해 전화망이나 인터넷망에서 팩스·전화·e메일 등을 모두 사용할 수 있다. 이넘이 상용화되면 지금과 같이 전화번호·팩스번호·인터넷주소·e메일을 따로 기억할 필요가 없다. 이넘서비스를 위해서는 먼저 전화번호를 갖고 있는 개인 혹은 조직이 이넘서비스 회사에 자신의 전화나 식별번호를 메인ID로 등록한다. 또 식별번호와 함께 휴대폰번호·팩스번호·전자우편주소 등 부가적인 정보를 기입하면 그만이다. 사용방법은 더 간단하다. 유선이나 모바일 웹브라우저에 식별번호를 입력하면 식별번호가 변환되면서 사용자에게 휴대폰으로 전화하겠느냐, 팩스를 보내겠느냐, 전자우편을 발송하겠느냐는 메시지가 뜨면 원하는 서비스를 이용하면 된다. 홈페이지는 단순한 링크기술을 이용해 접속할 수 있고 전화는 인터넷음성통합(VoIP)망을, 팩스는 인터넷팩스통합(FoIP)망을 이용하면서 서비스가 구현된다.

 ◇서비스와 표준화 동향=이넘서비스에 가장 주도적으로 나서는 나라는 미국이다. 미국은 국무부 주도로 AT&T·시스코·베리사인 등 41개 업체가 참여하는 매머드 컨소시엄을 구성하고 내년 5월 시범서비스를 시작할 계획이다. 이미 베리사인은 무선 웹브라우저에서 이넘서비스를 구현할 수 있는 ‘웹넘(Webnum)’서비스 개발에 성공하고 시범서비스를 시작했다. 이에 대해 일부 시민단체에서는 이넘은 개인 프라이버시 침해라는 반대의견도 나오고 있지만 정부와 산업계에서 워낙 비중있게 추진해 5월 상용서비스에는 큰 변화가 없을 전망이다. 표준화도 활발하게 진행중이다. 전기통신분야 국제표준화를 주도하는 국제전기통신연합(ITU)은 지난해 중반 ‘이넘 스터디그룹’을 구성하고 각국의 기술개발에 힘을 실어주고 있다. 이미 지난해 10월 첫 모임을 가진 데 이어 정기적으로 모임을 갖고 표준화와 기술개발에 대해 연구하고 있다. ITU는 이넘은 전화번호체계와 밀접한 관계가 있으므로 통신사업자와 도메인이름 관리업체에서 시작하며 ‘국가적 차원’에서 진행해야 한다고 권고하고 있다. 또 인터넷 주요 표준화단체와 연계해 이넘 프로토콜 서비스 체계와 운영방안을 논의중이다.

 ◇서비스 전망=미국에 이어 우리나라가 이넘서비스에 참여하면서 이넘의 실체가 더욱 구체화될 전망이다. 시범서비스 시점인 5월 역시 미국 베리사인이 이미 모바일 분야에서 성공하는 등 순조롭게 진행돼 큰 차질이 없을 것으로 보인다. 우리나라도 올해 안에 컨소시엄을 구성해 기술개발에 나선다면 앞선 인터넷 인프라와 기술수준에 비춰 볼 때 내년 안에 상용화가 무난할 것으로 전문가들은 점치고 있다. 특히 우리나라가 미국에 이어 상용서비스에 성공할 경우 이 분야에서 전세계적으로 주도권을 쥘 수 있어 수출에도 크게 기여할 것으로 보인다.

 <강병준기자 bjkang@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