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널고정>MBC `가을에 만난 남자`

 미혼자들은 결혼을 꿈꾸고 기혼자들은 자유로움을 꿈꾼다?

 결혼 시즌인 가을이 올 때마다 미혼자든 기혼자든 한번쯤 곱씹어보는 화두다. 세쌍 중에서 한쌍이 이혼장에 도장을 찍는다는 요즘 세태에 비춰볼 때 ‘결혼’이란 주제는 결코 가볍지 않다.

 MBC 새 미니시리즈 ‘가을에 만난 남자’(수목 밤 9시 55분)는 이런 의미에서 무게감이 있다.

 ‘이혼은 인생의 실패이고 재혼은 성공’이라는 단순한 도식을 깨고 진정한 동반자로서의 남녀관계가 무엇인지 되짚어보기 때문이다. 하지만 진지함만을 보여주지는 않는다. 드라마 ‘애인’ 등을 통해 멜로드라마의 전형을 보여준 김창순 PD의 작품인 만큼 이 가을에 어울리는 사랑이야기도 담겨 있다.

 오래간만에 만나는 반가운 얼굴들이 대거 등장한다는 점도 시선을 모은다. 영화계에서 인정받는 미술감독 한수형 역은 박상원이 맡았다. 이혼남인 수형의 캐릭터는 성질 급하고, 구속을 싫어하는 자유로운 스타일이다. 주로 부드럽고 매너있는 역할을 맡아왔던 박상원의 또 다른 변신을 기대해도 좋을 듯하다.

 ‘사랑의 전설’ 이후 드라마 나들이가 뜸했던 이승연은 영화사 기획실장인 신은재 역에 발탁됐다. 은재 역시 이혼을 했지만 당당하고 자신감 있게 삶을 꾸려가는 도회적인 여성상을 보여준다.

 이 드라마는 이 두 남녀 주인공이 티격태격하며 새로운 사랑을 만들어가는 과정을 축으로 은재에게 사랑을 느끼는 50대 중반의 그룹 회장, 전 남편인 수형과 친구관계를 유지하는 소현 등 다양한 인간관계를 펼쳐보인다.

 특히 드라마 전편을 통해 한편의 영화가 만들어지는 제작과정을 소개한다는 점도 흥미롭다. 은재가 영화계에서 유능하다고 소문난 수형을 찾아가 미술감독 일을 부탁하는 과정에서부터 실감나는 영화 제작 현장들이 종종 등장할 예정이다.  

 수형의 친구인 노총각 권해효, 은재의 후배인 노처녀 권민중 등 독특하고 개성있는 주변인물들의 코믹연기도 볼 만하다.

 <김유경기자 yukyung@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