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라진 시대에 맞는 달라진 영화를 만들겠다’는 박종원 감독의 다섯번째 작품.
그동안 꽤 비중있는 한국영화를 만들어 왔던 중견감독의 필모그라프 중 ‘수난을 받는 작품’이었던 ‘파라다이스 빌라’가 지난해 부산영화제에 선보인 지 1년만에 개봉된다.
이 작품은 여러가지 면에서 감독의 달라진 색깔을 엿보게 한다.
인간에 대한 폭력과 권력에 대한 욕심이 내면적으로 자리잡았던 기존 영화와 달리, 이 작품은 그의 작품 중 가장 잔인하고 음습하며 직접적인 표현을 한다.
그리고 그 달라진 결과물은 다소 당혹스럽기까지 할 정도로 피가 난무하는 동시에 원조교제나 컴퓨터게임과 같은 꽤 현실적인 요소가 상당하다. 그러나 점잖은 기성세대엔 불편한 코드들이 자리한다.
하나의 장소를 둘러싸고 벌어지는 사건을 통해 탄탄한 구성력을 선보였던 그의 전작들처럼 이 영화 역시 한일축구전이 벌어지고 있는 100분간 ‘파라다이스 빌라’라는 공간에서 벌어지는 살인사건을 다룬다.
감독은 스릴러 장르를 채택하면서 가장 전통적인 방법을 선택한다. 이때문에 관객은 범인이 누구인가라는 공포보다는 그에 의해 무차별적으로 자행되는 살인의 광기와 함께 인간의 내면에 자리한 이중성의 실체를 확인하는 고통을 경험한다.
곧 시작될 한일축구전 열기가 가득한 파라다이스 빌라.
카메라는 가가호호에서 벌어지고 있는 일상사를 훑는다. 남자들은 TV앞에 모여 앉아 맥주를 마시며 ‘어느 나라가 이길 것인가’ 내기를 하고, 주차장에서는 에로배우를 닮은 술집여자와 얌전하게만 보이는 피아노 선생인 두 여자의 실랑이가 한창이다.
옥상에서는 옥탑방 소녀와 주인집 남자의 섹스가 질펀하게 벌어지고 주인집 여자는 집세를 받기 위해 집집마다 부침개를 돌린다.
그러던 중 연약해 보이는 한 소년이 주인집의 문을 두드리며 ‘비아그라’를 찾는다.
온라인게임에서 자신의 무기를 ‘비아그라’에 빼앗긴 스무살 소년이 그를 직접 찾아 나선 것. 주인집 여자의 냉담한 반응에 스무살 소년은 칼을 들고 다시 빌라를 찾아온다. 그리고 100여분 남짓, 비아그라를 찾는 스무살 소년의 손에 파라다이스 빌라 사람들은 하나둘씩 죽음을 당한다. 하지만 아무도 그들의 곁에서 누군가 죽어가고 있다는 사실을 깨닫지 못한다.
‘파라다이스 빌라’는 현대인의 단절감과 소외, 인간의 이중적 성향, 그리고 그 부산물로서의 폭력을 매우 정교한 짜임새와 시각으로 담아낸다.
하지만 그 과정이 관객에겐 역시 고통스럽다.
자신을 향해 다가오는 알 수 없는 죽음 앞에 아무런 반항조차 하지 못한 채 당해야 한다는 현실이 결코 즐거울 수는 없는 영화다.
<영화평론가 yongjuu@hot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