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낙경의 벤처만들기>(26)글로벌 벤처들의 월드컵을 기다리며

 필자의 사무실에는 지난해 테헤란로에서 벤처인큐베이팅사업을 처음 시작했을 때 어느 지인이 ‘인큐베이팅 나무’라는 이름으로 손수 디자인해 선물해준 나뭇가지 장식품이 있다. 이 장식품을 볼 때마다 필자는 초라하지만 잠재력 있는 벤처기업을 찾아내 국제적인 경쟁자(global competitor)로 키워내는 어렵고 힘든 인큐베이팅 과정을 생각한다. 한 톨의 작은 씨앗이 뿌리를 내리고 열매를 맺기까지 많은 고난의 단계를 거쳐야 하는 자연현상과 다르지 않기 때문이다.

 벤처기업의 성장모델에 대한 연구는 이미 오래 전부터 다양하게 진행돼왔다. 기술개발·자금조달·조직관리·영업활동 등 여러 관점에서 성장단계를 구분하고 각 단계의 위험요인과 대응책 등에 대해 단계별로 정형화해 기술하고 있다.

 벤처의 성장모델을 굳이 일반기업과 비교한다면 성장모델이 시간의 흐름에 따라 단계적으로 펼쳐지기보다 초기부터 복합적이고 가속화한 형태로 전개되기 때문에 사전에 충분한 전략과 기획을 세워 대응해야 한다는 점을 들 수 있다.

 오랜 연구개발을 거쳐 탄생된 ‘아이디어’가 사업화되기까지 사업 기획·개발·상품화, 그리고 네트워킹 등 대략 네 단계를 거치게 된다. 벤처의 성장에 있어서 가장 중요한 초기 두 단계에서 필요한 전략적 요소에 대해 살펴보자.

 첫 단계는 사업 기획(concept)이다.

 주로 이공계 연구소에서 핵심기술을 갖고 사업화를 도모하는 단계인데 가장 중요하게 검토돼야 할 사항은 대상기술의 상업화 가능성 여부다. 이외에도 필요한 지적재산권, 목표시장과 잠재고객의 반응, 자금조달 방안, 인력 확보 등에 대한 기본적인 검토가 뒷받침돼야 한다. 이 단계의 자금조달은 정부의 정책자금이나 지원 프로그램을 이용하게 된다.

 다음은 개발 단계다.

 연구실에서 벗어나 핵심기술을 시장성이 있는 상품으로 만드는 과정이며, 뜻있는 엔젤들의 참여로 투자가 이뤄진다. 여기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사업모델의 정립이다. 일정한 경영조직을 갖춤과 동시에 수익성을 입증할 수 있는 준거모델(reference site)을 확보해야 한다. 하지만 기술개발에만 집중한 나머지 상품 기획에 이르지 못하고 상품경쟁력 확보나 시장 진입에 실패하는 경우가 많다. 따라서 정교한 사업실행 계획·영업·사업제휴·계약 및 협상 등에 대한 전략을 동시에 검토하고 수립해야 한다. 회사의 역량 부족을 가장 절감하게 되는 단계다.

 이 단계까지가 집중적인 전문인큐베이팅 서비스가 요구되는 단계다. 그렇기 때문에 인큐베이터를 성장가속기(accelerator)나 성공가능기(enabler)라고 부르기도 한다.

 이 같은 준비단계를 거쳐 회사는 새로운 도약과 성장을 위한 상품화 및 네트워킹 단계에 이르게 된다. 수익모델도 분명해지고 마케팅 활동도 활발해지며 대규모 운전자금을 확보해 글로벌시장 진입을 위한 방안을 모색하게 된다.

 요즘도 많은 창업자들이 자신의 회사를 벤처로 부르는 데 혼돈스러워 하고 있다. 벤처경영에 필요한 최소한의 요건을 정해 벤처기업으로 인정하는 현제도의 문제도 있겠지만 지난 시절 충실한 준비단계를 거치지 않고 투자를 유치해 ‘기업 성장의 에스컬레이터’를 갈아 탄 성공사례(?)가 주는 영향 때문일 것이다.

 글로벌 벤처는 무엇보다 단계별로 충실한 성장전략에 의해서만 건강히 자랄 수 있음을 한해를 마무리하면서 새삼 되새겨볼 필요가 있다.

 2002 월드컵으로 온나라가 뜨거워지고 있는 이때 미래의 우리 벤처들이 세계 시장에서 승부를 겨룰 벤처월드컵을 기대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