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하이닉스의 협상 과제

 하이닉스가 미국 마이크론테크놀로지와의 합병을 포함해 모든 형태의 전략적 제휴 가능성을 열어놓고 있다고 발표했다.

 이번 양사의 동시 발표가 시장에서는 긍정적인 평가를 얻고 있는 것 같다. 미국의 마이크론테크놀로지와 한국의 하이닉스반도체가 이같이 발표한 후 각각 각 국의 주식시장에서 가격상승으로 이어져 높게 평가받았다.

 그렇지만 아직 그런 추세가 지속된다고 장담할 성질의 것은 못된다. 양사의 협력 수준을 예측하기 어려운 상태에서 일어난 주식시장의 단순 반응에 불과할 경우 의미가 있다고 보기 어렵기 때문이다.

 제로섬 게임이 지배하는 반도체시장에서 양사 모두 윈윈할 수 있는 것은 극히 제한될 수밖에 없다. 단순한 마케팅 협력 정도로 양사의 주가를 올리는 것은 기대하기 어려운 일일 수 있다.

 어쨌든 이제 하이닉스는 마이크론테크놀로지가 대상이 아니라도 합병 가능성이 제일 크다고 볼 수 있다. 그동안 하이닉스는 과도한 채무로 인해 큰 어려움을 겪었으며 우여곡절 끝에 채권단의 지원 결정으로 기사회생한 바 있다. 그렇지만 그것도 시한부에 불과할 뿐 장기적인 생존은 자력으로 이뤄낼 수밖에 없는 일이다. 그러나 그것도 반도체 가격이 단기간에 급등해야 하는 희박한 가능성을 남겨두고 있는 상황이다.

 따라서 이런 상태에서 하이닉스가 외국 업체와 지분매각, 또는 합병 등 협상을 추진할 경우 제값을 받을 수 있느냐 하는 것이 문제다. 그것 때문에 이번에 하이닉스가 발표 내용을 구체적으로 밝히지 않았다면 수긍할 만한 일이긴 하다.

 이제 하이닉스의 독자적 생존이 시일이 오래 걸릴 뿐 아니라 그 과정에서 우리 경제에 또다시 큰 짐이 된다면 그것도 국가적으로 고통스러운 일이다. 또 무리를 무릅쓰고 그렇게 한다고 해서 하이닉스가 회생할 수 있다고 보장하기도 어렵다.

 결국 하이닉스의 앞길이 지분매각이나 합병 등이라면 제값이라도 받아야 할 일이다. 우리가 경계해야 할 일은 하이닉스가 어려운 처지에 있다고 해서 섣부른 협상으로 불리한 결과를 이끌어내는 것이다.

 기업가치에 대해 제값을 받는 것 못지않게 수많은 종업원의 신분 보장도 중요하다. 또 기술유출의 문제도 고려해야 할 사항이다. 특히 합병의 경우 주주들에게 손해가 갈 수 있다면 그것을 최소화하는 것도 빼놓지 말아야 할 과제다.

 이제 하이닉스가 부실화해 결국 외국 업체에 지분매각이나 합병된다면 그것은 우리나라 반도체산업의 기반이 그만큼 약해지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 따라서 하이닉스가 부실에 처한 원인을 밝혀내고 그것을 초래한 사람들에게 책임을 물어야 할 일이다. 하이닉스가 이 지경이 된 것은 정부 구조조정 정책의 하나인 소위 빅딜에 의해 비롯됐다고 볼 수 있다. 그 결과 현대전자가 LG반도체를 인수하게 됐으며 그 과정에서 많은 부채를 안게 됐다.

 따라서 정부 구조조정책이나 현대 경영 등에서의 오류나 부실책임 등은 반드시 규명해야 할 일이다. 그것이 앞으로 제2의 ‘하이닉스 사태’를 예방하는 길이기도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