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 `그리드 프로젝트` 성사되면

 그리드 프로젝트를 통해 남북한이 컴퓨팅파워를 공유할 수 있게 된다면 남북한 정보기술교류 확대발전에 획기적인 전기가 될 것으로 보인다. 특히 남한의 앞선 컴퓨팅 자원을 북한이 활용한다면 북한의 앞선 기술인력을 십분 활용할 수 있어 북한의 정보기술 수준을 올리는 데 크게 기여할 전망이다. 또 이를 기반으로 남북한 공동으로 기초과학이나 천연자원 연구에 나설 경우 이 분야에 상대적으로 취약한 남한의 연구수준을 한단계 끌어올리는 데도 한 몫 할 것으로 전문가들은 낙관하고 있다.

 ◇그리드 프로젝트=그리드는 각곳에 흩어져 있는 컴퓨터를 연결해 초대용량 슈퍼컴퓨터처럼 활용할 수 있는 기술이다. 지난 98년 미국 시카고대학 이안 포스터 교수가 창시했으며 한 번에 한 곳에만 연결할 수 있는 월드와이드웹(WWW)과 달리 신경조직처럼 작동하는 인터넷 망구조를 말한다. 컴퓨터에 특정 프로그램을 설치해 세계 곳곳의 컴퓨터·데이터베이스·첨단장비를 연결, 가상의 슈퍼컴퓨팅시스템을 만들 수 있는 완성된 가상슈퍼컴퓨터는 지금의 슈퍼컴보다 수천∼수만배의 능력을 발휘할 수 있다. 유휴자원을 이용해 비용을 크게 줄이면서도 대용량의 데이터를 처리할 수 있음은 물론이다.

 일례로 그리드가 상용화되면 서울대 물리학과 교수가 자신의 연구실에 앉아 PC로 북한 김책공업종합대학의 원자력가속기를 작동해 얻은 각종 수치를 대전 대덕단지의 슈퍼컴퓨터로 보내 연산하고 그 결과를 다시 PC로 받아 보며 연구할 수 있다. 이 때문에 미국·일본·유럽 등 선진 각국은 차세대 인터넷사업의 일환으로 각종 그리드 프로젝트 개발에 심혈을 기울이고 있다. 우리나라도 지난 5월 국가그리드기본계획을 수립하고 2002년부터 5년간 핵심 기술개발에 435억원을 투입하겠다고 발표한 데 이어 ‘국가그리드포럼’을 발족했다.

 ◇북한의 컴퓨팅 자원 현황=남북한 그리드 프로젝트가 성사되더라도 우선은 남한의 컴퓨팅 자원을 북한이 일방적으로 활용하는 수준이 될 것으로 보인다. 그만큼 남북한 통신이나 과학기술분야의 자원격차가 크기 때문이다. 북한의 컴퓨팅 자원은 현재 최고 성능 단위가 펜티엄급에 머물고 있는 것으로 알려진다. 이 가운데 그리드 프로젝트에 연결될 수 있는 고성능급 컴퓨팅 자원은 PC급을 기준으로 대학과 연구기관에 약 100대 정도가 보급돼 있다는 것이 북한 전문가들의 관측이다. 반면 통신인프라 수준은 컴퓨팅 자원에 비해 상당히 앞서 있다. 북한은 이미 수년 전에 호주와 인터넷 연결시험에 성공했으며 김일성종합대학 및 조선콤퓨터쎈터 등 북한 내 대학과 연구기관 등에는 이미 자체 근거리통신망(LAN)이 구축됐고 전국적인 컴퓨터 네트워크도 형성돼 있다.

 ◇협력 가능 분야=남북한이 그리드 컴퓨팅 자원을 공유한다면 남북한간 정보기술교류 협력사업에는 하나의 분기점이 형성될 전망이다. 남한의 주요 IT기업은 현재 북한과 다양한 연구개발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예를 들어 삼성전자는 소프트웨어 분야에서, 하나로통신은 3D 애니메이션 분야에서 공동개발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다. 그러나 이들 프로젝트는 북한의 낙후된 컴퓨팅 자원과 제한된 인력교류, 공간적 한계 때문에 남북IT교류의 상징성을 나타내주는 이상의 결실은 얻지 못하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만약 그리드 프로젝트를 통해 남북한이 컴퓨팅 자원을 공유한다면 이같은 어려움을 일거에 해소할 수 있다. 또 북한의 천연자원이나 에너지 등 지하자원 연구를 공동으로 추진할 수 있어 전체 남북한 교류사업에도 전기가 될 전망이다.

 <강병준기자 bjkang@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