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SW예산 제대로 책정해야

 공공기관의 내년도 소프트웨어 구입 예산이 현실과 너무 동떨어지게 책정된 것은 여러 모로 문제다.

 일부 정부 투자기관이 내년도에 구입할 소프트웨어 예산이 실제 구입가격보다 터무니없이 높게 책정돼 있고 심지어 어떤 것은 20배를 웃돌기도 한다니 크게 잘못된 일이다. 또 일부의 경우 소프트웨어를 업그레이드하면서 신제품을 도입하는 것처럼 예산을 책정하는 경우도 발견됐다고 한다.

 공공기관이 소프트웨어 예산을 과다하게 편성하는 것은 나름대로 이유가 있을 것 같기도 하다. 소프트웨어라는 것이 전문성이 강하기 때문에 예산을 책정하는 사람들도 정확한 가격을 잘 모를 수 있을 것이다. 그래서 예산을 부족하게 편성하는 것보다 여유있게 편성하기 쉬울 것이다. 또 일반적인 관행으로 볼 수도 있다. 예산은 한번 책정되면 그것이 확정되기까지 늘지는 않지만 삭감되는 경우가 많다. 따라서 공공기관이 이런 점을 예상해 예산을 넉넉하게 책정하는 일이 적지 않을 것이다.

 그렇다고 해서 대부분의 공공기관이 예산을 소프트웨어 분야에 과다하게 책정하고 그것을 집행하고 남겨 다른 분야에 쓰려고 하는 것인지는 확인할 길이 없다. 그렇지만 그런 경우는 극히 이례적이고 드문 일일 것이다.

 이번 조사에서 과도한 예산 책정이 이뤄지는 원인 가운데 하나는 공공기관이 실제 조사를 하지 않고 과거의 자료에 의존했기 때문이라고 한다. 또한 예산안을 단기간에 확정해야 하는 상황이어서 조사할 시간이 빠듯한 것도 이유 가운데 하나로 알려졌다.

 그렇다고 해도 정부 투자기관이 각자 필요한 소프트웨어를 사전에 충분히 인식하고 또 업계의 현황을 잘 파악하고 있었다면 소프트웨어에 과다한 예산을 책정하는 일이 크게 줄어들 것이다.

 정부 투자기관에 소프트웨어 전문가가 없지 않을 텐데도 이 같은 일이 일어나는 것은 예산을 책정하면서 기울여야 할 관심과 성의가 부족했기 때문으로 볼 수도 있는 일이다.

 문제는 공공기관이 소프트웨어 구입 예산을 실제 가격보다 무려 20배나 높게 책정하는 수준이라면 공공기관에서 꼭 필요한 소프트웨어를 구입할 능력이 있는지도 의심스럽다는 것이다. 불필요하거나 적당하지 않은 소프트웨어를 구입하게 될 경우 예산이 낭비되고 전산자원의 효율도 떨어질 것이다. 그것은 공공기관의 전산자원을 효율적으로 활용할 수 있는 능력이 없다는 것을 의미하는 일이기도 하다.

 또 공공기관의 이 같은 주먹구구식 예산 책정은 소프트웨어업체들에 어려움을 줄 가능성이 높다. 정부나 공공기관의 소프트웨어 구입 예산 규모가 큰 것으로 생각하고 사업 계획을 잘못 수립할 수 있기 때문이다.

 더욱이 정부가 이런 점을 예상하고 그것을 해소하기 위해 지난해부터 소프트웨어 수요예보제가 제도화됐는 데도 문제가 발생한 것을 보면 그 제도를 보완하거나 관리 주체를 바꿔서라도 내실을 기할 필요가 있다.

 정부는 투자기관의 전산자원이 상당한 규모에 이르는 만큼 소프트웨어 예산의 과학적인 책정과 관리를 통해 전산자원의 효율도 높이고, 산업발전도 견인할 수 있도록 만전을 기해야 하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