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정부 지원금 관리 강화

 정부가 산업기술개발사업 운영요령의 전면적인 개정을 통해 기술개발에 투입되는 정부자금의 집행 및 관리 강화에 나섰다. 정부지원금은 눈먼 돈으로 먼저 보는 사람이 임자라는 말이 시중에 공공연하게 나돌 정도로 심각한 수준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가닥을 제대로 잡은 시의적절한 조치라고 본다.

 물론 정부지원금에 대한 관리 강화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어제 오늘의 일은 아니다. 수없이 거론된 사안이다. 하지만 매번 논의에 그치고 실천으로 이어지지 않아 우리를 안타깝게 했다.

 그런 측면에서 정부가 핵심산업의 기술개발사업에 투입되는 정부지원금 관리를 강화하기 위해 평가위원회를 상설운영하고 평가위원별 실적을 관리하는 평가실명제를 도입키로 한 것은 잘한 일이다. 핵심산업의 기술개발에 지원되는 정부 지원금의 운영 방식이 기존 단일평가체계에서 다단계평가체계(사업 평가는 산업기술평가원(ITEP), 성과 분석은 민간연구소)로 전환되면 자금 활용에 효율이 크게 개선될 뿐 아니라 온정주의적 평가 관행에 쐐기를 박을 수 있기 때문이다.

 우리가 기술개발에 투입되는 자금관리 강화에 나선 정부 정책을 환영하는 이유도 바로 여기에 있다. 이번에 산자부가 개정 고시한 산업기술개발사업 운영요령은 개발과제 및 수행자에 대한 평가를 단일평가제에서 다단계평가제로 전환하고, 기술개발 중인 사업의 평가 및 관리를 강화하며, 연구원의 성과급 지급 폭을 확대한 것이 주요 골자다.

 이번 개정안에서 가장 주목되는 사안은 기대효과가 큰 핵심기술과제에 정부지원금을 집중하겠다는 것이다. 또 평가·관리시스템을 강화해 기술개발에서 사업화까지의 전과정을 내실있게 관리하겠다는 대목도 눈길을 끈다. 공정성과 투명성을 확보하기 위해 평가위원회만 거치던 산업기술개발자금을 실무작업반·평가위원회·조정위원회를 거치도록 하는 등 단일평가체제에서 다단계평가제로 개편키로 했다는 것이다.

 뿐만 아니라 평가사안이 있을 때마다 구성하던 평가위원회를 기술분과별로 상설하고, 연구비 유용의 소지를 없애기 위해 연구비카드제를 도입하는 등 투자 효율을 높여나가겠다는 정책 구상도 크게 기대되는 대목이다.

 주지하다시피 우리 경제의 성장원동력은 기술이다. 정부가 기술개발에 필요한 자금을 지원하는 것도 이런 이유다. 자금지원을 통해 낙후된 우리 기술력을 끌어올리고, 우리가 필요로 하는 핵심기술도 개발하겠다는 것이 정부의 구상이다.

 지난 87년 예산 100억원으로 시작된 산업기술개발사업도 이런 취지에서 운영되는 자금의 하나다. 올해 1조원 이상을 기업의 기술개발 프로젝트와 연구장비 구매, 그리고 기술지도에 투입한 것도 산업구조 고도화라는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서다.

 핵심기술개발에 쏟는 우리의 노력이 결실을 맺기 위해서는 서로에 대한 믿음이 필요하다. 따라서 정부가 추진하는 산업기술개발에 참여한 기업·연구소·대학 등이 소기의 목표를 달성하지 못하더라도 그동안의 연구 과정이 성실했다면 책임을 묻지 말아야 한다. 산업기술개발사업에 참여한 연구 책임자가 개발 목표를 달성하지 못했다고 기술개발지원금을 환수하거나 불성실 연구원으로 분류해 다른 기술개발사업에 참여하지 못하게 하던 행태가 더이상 재연돼서는 안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