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위 메모리업체들의 제휴가 한치 앞도 예측하기 힘든 복잡한 양상으로 치닫고 있다.
18일 업계에 따르면 미국 마이크론이 도시바의 미국 버지니아 공장 인수계획을 추진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앞서 하이닉스반도체는 삼성전자에 제휴 협상을 공식적으로 제안하고 나섰다.
따라서 마이크론-하이닉스, 인피니온-도시바로 정리되다시피했던 메모리업체간 제휴는 새로운 국면에 접어들었다.
◇새로운 움직임들=외신에 따르면 마이크론은 버지니아주 매너서스에 있는 도시바의 반도체 공장(도미온세미컨덕터 팹)의 인수를 놓고 협상에 들어갔다.
이 공장은 D램과 낸드형(NAND, 데이터 저장형) 플래시메모리를 생산하며 현재 도시바와 인피니온의 협상대상에서 빠져 있다,
또 하이닉스는 지난주 신국환 구조조정특위 위원장의 입을 빌어 삼성전자와의 제휴 추진을 천명했다.
◇복잡한 제휴구도=현재로서는 소문일 따름이나 실제 움직임이라면 진행중인 협상에 적잖은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우선 마이크론이 도시바 공장을 인수할 경우 유진 공장을 비롯한 하이닉스 공장의 인수계획도 축소 또는 보류될 가능성이 있다. 마이크론이 다소 자금력이 있다고 하나 한꺼번에 두 회사의 라인을 인수할 정도는 아니다.
도시바와 협상중인 인피니온의 전략에도 영향을 미친다. 인피니온은 도시바의 플래시메모리 사업을 인수하지 않겠다는 방침이나 마이크론이 적극적으로 나설 경우 태도를 바꿀 가능성도 있다.
삼성전자 역시 예외는 아니다. 내심 도시바의 낸드형 플래시메모리 사업에 관심을 둔 이 회사는 2위인 마이크론이 적어도 이 분야만큼은 침범하기를 원치 않는다.
이러한 상황에서 하이닉스가 삼성전자와의 제휴 추진을 거론하고 나서 제 구도를 임홍빈 삼성증권 애널리스트의 표현대로 ‘얽히고 섥히게’ 만들고 있다.
◇왜 설만 무성한가=현재로서는 협상 파트너를 겨냥한 ‘언론 플레이’라는 시각이 업계에 지배적이다.
마이크론과 하이닉스는 서로 협상조건을 유리하게 끌어내기 위해 각각 도시바와 삼성전자를 끌어들이려 한다는 주장이다. 이같은 관측은 마이크론과 하이닉스의 협상 테이블에 당장 메우기 힘든 간격이 있을 것임을 전제로 한다.
또 도시바 역시 미국 공장 매각은 지지부진한 인피니온과의 협상에서 새 활로를 찾거나 적어도 협상과정에서 ‘몸값’을 올리는 다목적 카드로 쓸 수 있다.
복잡해진 방정식은 거꾸로 해당 D램업체들이 뚜렷한 길을 찾지 못하고 있다는 반증이라는 해석도 있다.
마이크론은 삼성전자와 대등한 위치에 오르려면 하이닉스 뿐만 아니라 도시바의 팹 인수를 원하고 있으나 투자 부담이 크다. 인피니온 역시 돈을 적게 들이고 통합효과를 극대화하려 하나 도시바가 순순히 응하지 않는다.
하이닉스는 어떻게든 활로를 모색해야 하나 ‘칼날’만 쥐고 있을 뿐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최근 가격이 상승세를 타고 있어 각 업체마다 제휴의 필요성이 점차 희석되고 있다.
네 회사가 서로 자신의 ‘패’보다는 상대방의 ‘패’를 읽는 데 골몰하고 있다.
<신화수기자 hsshin@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