벤처캐피털이 벤처기업 투자시 표준계약서를 마련, 도입키로 했다. 취약한 투자계약서로 인해 투자기업들에 대한 사후 관리에 어려움을 겪는 사례가 빈발하고 있기 때문이다.
벤처캐피탈협회는 벤처캐피털이 벤처기업과 투자계약을 체결할 때 입을 수 있는 피해를 최대한 막기 위해 국제 기준의 ‘표준 신주인수계약서(표준계약서)’를 마련키로 했다고 19일 밝혔다.
이를 위해 협회는 지난 10월 미국의 세계적인 법률회사인 클리프챈스사에 의뢰해 2개월 만에 국제적인 표준 신주인수계약서를 마련했으며 지난 12일 춘천에서 열린 최고경영자 세미나에서 의견수렴을 통해 벤처캐피털들이 이를 적극 도입키로 했다.
이같은 움직임은 계약서상의 내용이나 용어 등이 회사별로 주먹구구식으로 이뤄져 법적 분쟁이 생겼을 때 보호받기가 어려웠던 데 따른 것이다.
벤처캐피털 한 관계자는 “벤처붐 당시 대부분의 투자가 충분한 검토없이 이뤄진 게 사실”이라며 “이 기간에 작성된 투자 계약서를 기준으로 법정 분쟁이 일어나면 대다수 벤처캐피털들이 패소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 최근 코스닥 등록기업인 호스텍글로벌과 국내 서버호스팅 점유율 1위 업체 인터넷제국의 합병과정에서 이같은 문제가 그대로 노출됐다.
인터넷제국의 최대주주인 호스텍글로벌이 1대 0 합병을 추진하면서 인터넷제국의 투자사인 KTB네트워크 및 드림디스커버리와 사전 협의를 거치지 않았기 때문이다. KTB네트워크와 드림디스커버리는 투자계약서상의 사전 협의조항을 근거로 현재 합병에 대한 이사회 원인무효소송을 신청한 상태다. 결국 이 소송의 결판은 투자시 작성했던 투자계약서의 내용에 따라 결정될 것으로 보인다.
또 M벤처캐피털의 경우도 수십억원을 투자한 L사와 작성한 부실한 투자계약서로 인해 투자자금 전부를 날려 버릴 위기에 처했다.
소프트뱅크벤처스코리아 문규학 부사장도 “외국의 경우 최소 40∼50장의 투자계약서를 작성, 만일의 사태에 대비한 충분한 안전장치를 마련하지만 국내에서는 10여장에 불과한 경우가 대다수”라며 “향후 발생할 수 있는 특이사항에 대한 대비책이 계약서상에 전혀 반영되지 않고 있다”고 설명했다.
표준 계약서 마련과 관련해 벤처캐피탈협회 관계자는 “신주인수계약서의 필요한 사항들을 명확하게 규정함과 동시에 발행회사의 진술과 보장, 발행회사의 의무사항, 인수종결일 이후의 의무사항, 신주인수계약서 효력의 전제가 되는 선행조건 등을 구체적화하거나 신설해 신주인수인의 권리 또는 지위를 강화하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고 밝혔다.
<홍기범기자 kbhong@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