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T산업 재조명](33/끝)`CDMA`로 본 IT산업

한국 IT산업의 명과 암, 압축성장의 비결과 현주소를 온몸으로 대변해 주는 것이 코드분할다중접속(CDMA)이다. CDMA를 해부하면 후진산업국가에서 디지털정보강국으로 이행하는 우리의 역정이 드러나고 성공과 실패의 이면을 들여다 볼 수 있으며 우리의 미래를 가늠할 좌표가 보인다.

 CDMA를 관통하는 한국의 정서가 있다면 그것은 단연 ‘도전(벤처)’과 열광이라 할 수 있다. 지난 96년 한국이 세계 최초로 CDMA를 상용화한 것은 무모한 도전 내지는 ‘도박’이었다. 선진국 누구 하나 거들떠 보지 않던 기술을 단지 ‘아무도 개척하지 못한 처녀지를 개간하겠다’는 의욕 하나만으로 도전장을 내민 것부터가 그랬다.

 ‘도박’은 성공했다. ‘고통없이 얻을 것은 없다(No Pain, No Gain)’는 명제를 입증하듯 정부와 민간이 한덩어리가 돼 연구에 연구를 거듭, 상용화를 이뤄냈다. 정부는 정부대로 국운을 걸었다고 할 만큼 총력지원에 나섰고 수천억원의 연구비를 투입한 판에 실패할 경우 ‘역적’으로 몰릴지도 모를 연구원들은 하루 20시간씩 연구실에서 기자재와 씨름했다. 삼성경제원은 이를 ‘정부와 민간이 하고 싶은 것’과 ‘잘 할 수 있는 것’을 동시에 추구한 결과라고 분석한다.

 정부와 민간이 협력해 성공시킨 최초의 모험프로젝트 CDMA의 성공요인으로는 여러가지가 꼽힌다. 명확한 방향성과 국가자원의 집중투입이 뒷받침된 도전적인 목표 설정, 현재의 시장과 기술에 안주하지 않고 미래의 트렌드를 알고 한발 앞서 행동에 옮긴 정부와 민간의 결단력, 다양한 이해집단의 요구를 시너지효과로 이끌어낸 개발체제, 심지어 어려울 때일수록 더욱 능력을 발휘하는 한민족 특유의 저력까지 거론된다.

 덕분에 CDMA는 올 한해만 60억달러 이상의 수출을 기록하고 세계시장의 55%를 점유하는 1등 상품이 됐다. 비록 3세대시장에서 비동기식과 치열한 경합을 벌일 것으로 예상되지만 현재의 우리 역량으로는 이 역시 충분히 헤쳐나가고 IT코리아의 대표로 세계를 누빌 수 있을 것이란 평을 받고 있다.

 하지만 한국IT산업의 궤적과 함께 성장한 CDMA는 그에 못지 않게 우리의 약점도 고스란히 담고 있다. 원천 핵심기술을 확보하지 못한 채 출발, 응용기술과 생산기술력 강화에 초점을 맞춘 것이 첫번째다. 퀄컴이라는 벤처기업의 핵심기술을 로열티를 주고 사용, CDMA시장 팽창과 정비례해 이들에 지급하는 돈도 눈덩이처럼 불어났다. 일부에서는 ‘남 좋은 일만 시킨다’는 비아냥이 나온다.

 근본적인 체질강화 시도를 불가능하게 만드는 요인이고 외부의 충격에 허약함을 노출할 수밖에 없는 구조를 안고 있다. 컴퓨터·통신·반도체 등 모든 IT산업이 짊어지고 있는 숙제를 CDMA가 상징한다.

 또 하체가 튼실하지 못하다 보니 세계 시장점유율에 걸맞은 힘을 발휘할 수 없다. 로열티협상에선 늘 끌려 다녀야 하고 표준전쟁시대 주도적 역할도 기대하기 힘들다.

 그럼에도 CDMA에는 희망이 훨씬 많다. IT코리아가 밀레니엄한국을 이끌고 갈 견인차인 것처럼 우리의 대표선수 CDMA는 세계 1등 품목, 톱브랜드, 초일류기업의 산실이 될 것이다. 미국과 일본이 했다면 우리는 그보다 더 잘할 수 있다.

 <신화수기자 hsshin@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