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기선 KAIST 전문용어언어공학연구센터장

 “남북한간에는 컴퓨터상에서 문서 한 장조차 호환이 안됩니다. 남북이 서로 다른 언어 정보처리 체계를 쓰고 있기 때문이죠. 남북의 우리글(한글) 정보처리를 위해서는 코드·자모순서·정보기술 용어·자판 등의 표준화가 필수적입니다.”

 얼마전 국내 대표적인 정보처리·언어학자들이 참석한 가운데 열린 ‘남북한 한국어 정보처리 워크숍’에서는 한 의미있는 조직이 탄생해 눈길을 끌었다. ‘남북 언어정보처리 표준화 기구 주비위원회’가 바로 그것.

 이번 조직의 위원장으로 선임된 최기선 한국과학기술원(KAIST) 전문용어언어공학연구센터 연구소장(45·전산학과 교수)은 “남북 언어정보처리 표준화를 위해서는 남측내에서 자체 표준화에 대한 연구와 의견 교환, 전략 논의가 필요하다”며 “앞으로 표준화기구는 학회와 정부기관·국제기관의 협력을 이끌어내고 인력 풀을 마련해 나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최 교수는 남북간 IT 교류가 본격화하면서 그동안 가려져 있던 기술적인 문제들이 드러나고 있으며 이러한 문제 해결은 남북 IT 협력과 통일 과정에 지렛대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예를 들어 IT 용어는 정보통신분야의 협력을 위한 사업적 필요성과 국민간 대화의 동질성을 확보하는 차원에서 필요한 동시에 다른 분야의 용어 표준화를 위한 첫 단계로서의 의의를 갖습니다. 자모순서의 남북 표준화도 한글 코드의 남북 표준화에 직결되는 문제로 향후 남북간 데이터 교류에 있어서 기본적인 사항이죠.”

 국내 언어 정보처리 분야 전문가 중 한 사람으로 꼽히는 최 교수는 이번 위원장에 적임이라는 평을 받고 있다. KAIST에서 한글공학 박사학위를 취득한 최 교수는 현재 기술표준원에서 전문용어 국제표준의 국내간사와 함께, 언어 정보처리를 위한 표준화위원회의 국제간사도 맡고 있는 등 이 분야 국제표준화 작업의 핵심적 역할을 해오고 있다.

 특히 남북한 학자들이 지난 2월 중국에서 공동 개최한 ‘제5차 우리글 정보처리 국제학술회의’에서 최 교수는 IT용어분과 북측 대표인 리수락 프로그람교육센터 소장과 우리말 용어·해설을 담은 ‘국제표준정보기술용어사전’ 증보판을 내기로 합의를 이끌어 냈다.

 “남북 합의 후속작업의 일환으로 최근 리수락 소장측과 IT용어에 대한 제1안을 서로 교환한 데 이어 현재 2안을 준비중인데, 2002년 중에 증보판을 출간할 수 있을 것으로 봅니다.”

 최 교수는 “향후 ‘남북 언어정보 표준화 공동위원회(가칭)’와 같은 조직을 결성해 민간 차원의 국제표준화에 대한 합의를 이뤄 나갈 작정”이라며 “무엇보다 국제표준에 대한 남북 언어 정보처리 공동안 도출을 위해 힘쓸 계획”이라고 포부를 내비쳤다.

 <온기홍기자 khohn@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