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 기술이 발전함에 따라 음악 전송산업의 패러다임이 바뀌고 있다. 콘텐츠 지재권 소유자들은 디지털 기술을 이용해 음악파일을 암호화하고 있고 공매체와 하드웨어업체들은 주요 음반라벨에 대한 보상수단으로 음악 온라인 서비스 인프라를 지원하고 있다. 또 디지털 기술을 이용해 생음악을 온라인으로 실시간 접속할 수 있게 됨으로써 콘텐츠 제작방식이 달라지고 있다.
음악을 포함한 각종 콘텐츠에 대한 지재권문제는 오래 전부터 대두됐다. 아마도 그 역사는 19세기 중반까지 거슬러 올라갈 수 있을 것이다. 지난 1841년 토머스 배빙턴 매콜리는 영국 하원에서 당시 지재권을 강화하는 법안이 상정되자 이를 부결시킬 것을 강력히 주장했다. 그는 콘텐츠 지재권을 법률로 보호하고 있지만 법규를 교묘하게 피하면서 지재권을 침해하는 새로운 수법이 계속 늘어나고 있어 법규를 강화해야 소용없을 것이라고 역설했다.
매콜리의 주장은 오늘날의 음악산업계에도 적용될 수 있을 것이다. 현재 콘텐츠 지재권 소유업체와 음악 전송서비스 업체, 오디오기기업체들이 자기 이익을 옹호하기 위해 계속 줄다리기를 하고 있고 소비자들의 요구사항이 늘어나는 반면 지재권 침해도 급증하고 있어서 음악 콘텐츠 관리와 온라인 서비스를 둘러싸고 각 이해집단 사이의 관계가 복잡해지고 있다.
콘텐츠 형태가 인쇄물과 축음기 음반에서 MP3 파일과 디지털 비디오 클립으로 발전함에 따라 콘텐츠 제작업체, 온라인 서비스 업체와 소비자 사이의 대립관계 역시 악화돼왔다.
특히 인터넷을 기반으로 하는 디지털 미디어가 확산됨에 따라 이들 사이의 ‘힘의 균형’에 근본적인 변화가 일어나고 있다. 이와 함께 미국과 유럽 그리고 아시아의 법원에서는 지재권 침해 관련소송이 잇따르고 있는데 이런 진통과정을 거쳐 앞으로 음악 디지털 유료 서비스와 미디어 사업모델이 정착될 것으로 보인다.
전통적으로 세계 음악시장은 BMG그룹·소니뮤직·비벤디유니버설·워너뮤직그룹·EMI 등 5개 주요 음반라벨이 지배해왔다. 이들은 유명 작곡가나 가수·기타 연예인들을 장악하면서 콘텐츠를 제작해 세계 시장에서 난공불락의 위치를 차지해왔다. 수백개의 중소 업체가 있지만 이들과 경쟁을 벌이려면 엄청난 대가를 치러야만 했다.
최근 들어 일부 중소업체들이 유럽 시장에서 영향력을 높이고 있기는 하지만 그들이 차지하는 부분은 소규모의 틈새시장에 불과하다. 더구나 주요 라벨들은 막강한 자금력을 이용해 유망한 중소업체들을 매입하고 있다. 이들 5대 음반업체는 협회를 구성해 자기들의 지재권과 부수적인 권익을 보호하는 한편 수십억달러를 투자해 음악가·작곡가 등을 발굴, 양성해 왔다. 이들은 CD·미니디스크·카세트테이프 등의 매체를 통해 음악을 전송하는 한편 라이선스와 지재권 수수료를 받아왔다.
하지만 최근에 와서 이들의 매출이 감소세를 보이고 있다. 5개 업체의 매출합계가 지난 2000년 370억달러에서 작년에는 337억달러로 감소했다. 이들 콘텐츠 지재권 소유업체들은 이처럼 매출이 감소하는 원인이 모피어스(Morpheus)나 카자(Kazaa) 같은 온라인 음악서비스 업체들이 불법으로 음악파일을 제공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주장해왔다.
그러나 조사에 따르면 실제로는 이들 온라인서비스 업체들이 음악 패키지를 더 많이 구입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그럼에도 이들 콘텐츠 지재권 소유업체들은 상호의존성이 높아지고 있는 시장에서 자신들의 입지를 강화하기 위해 새로운 음악전송채널을 모색하고 있다. 가령 워너뮤직은 아메리카온라인(AOL)과 통합해 AOL타임워너를 세웠고 소니는 오디오제품의 콘텐츠 기능을 강화했다.
앞으로 어느 정도 기간은 이들 주요 라벨의 영향력이 줄어들지 않을 것이고 이들은 지재권 보호를 위한 법정투쟁을 계속할 것으로 보인다. 이들은 음악산업의 핵심 요소인 연예인 발굴, 음악 콘텐츠 제작 및 마케팅 부문을 장악하고 있는 한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할 것이다. 하지만 이들 업체가 법정에서 승소하던 또는 시장 영향력을 강화하던 그와 상관없이 디지털 기술은 음악전송채널을 크게 변화시킬 것이다.
확실히 디지털 음악전송채널은 재래방식의 판매채널을 대체하고 있다. 대표적인 디지털 전송채널은 음악업계의 인가 없이 서비스를 제공하는 모피어스·카자·라임와이어(Limewire)와 음반업계가 지원하는 뮤직넷(MusicNet)·프레스플레이(Pressplay)·랩소디(Rhapsody) 등이 있다. 현재 쟁점이 되고 있는 문제는 이들 디지털 음악서비스업체가 음악을 ‘공정하게 사용’하고 있느냐 하는 점이다.
‘공정한 사용’에 대한 기본적인 법적 근거는 지난 76년에 미국이 제정한 ‘지재권법’이고 이후 84년 최고법원은 개인이 가정에서 TV프로그램을 추후에 보기 위해 비디오로 녹화하는 것을 ‘공정한 사용’으로 인정하는 판결을 내렸다.
또 미국은 92년 ‘오디오 가정 녹음법(Audio Home Recording Act)’을 제정해 지재권 소유자들로 하여금 개인이 사용할 목적으로 가정에서 음악을 녹음한 경우 그에 대해 소송을 제기하지 못하도록 규정했다. 이처럼 개인이 음악을 복제해 사용하는 것이 지재권을 침해하지 않고 해당 제품의 판매에 물질적인 영향을 미치지 않을 경우 ‘공정한 사용’으로 인정해왔다.
하지만 주요 음악라벨업체들은 MP3와 같은 인터넷 기반 디지털 서비스에 대해 매우 민감한 반응을 보여왔다. 디지털 음악서비스가 이들에 당장 위협적인 존재가 되지는 않지만 그들의 매출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점에 대해서는 논란이 일고 있다. 아직 수치적으로 입증할 수 있는 근거가 없는 상황에서 주요 음악라벨업계 단체인 미국녹음산업협회(RIAA:Recording Industry Association of America)는 작년 30억달러의 매출감소 원인을 디지털 서비스 때문으로 보고 있다.
매출 측면의 영향은 접어두고 말한다면 디지털 음악서비스는 소비자들의 높은 관심을 끌었다. 작년 7월 소송에서 패해 결국 폐쇄됐지만 디지털 음악서비스 업체인 ‘냅스터(Napster)’는 99년 당시 대학생인 숀 패닝이 30명의 친구들에게 음악 프로그램을 배포한 데서부터 서비스가 시작됐는데 인기가 폭발해 불과 며칠 사이에 가입자가 1만0000명에서 1만5000명으로 급증했다.
또 이후 급성장해 작년 2월에는 8000만명이 등록을 했고 27억9000만 파일이 거래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일본에도 냅스터와 비슷한 MMO라는 디지털 음악서비스가 있었는데 이도 역시 패소해 지난 4월 폐쇄됐다. 한편 주요 음악라벨들의 인가나 지원을 받은 뮤직넷·프레스플레이·랩소디 같은 디지털 음악서비스 업체들은 지재권 음악파일의 복제, 배포를 방지하는 관리장치를 설치함으로써 소비자들로부터 비인가 서비스 업체만큼의 인기를 얻지 못하고 있다.
<정리=이규태기자 ktlee@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