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체인식표준기구의 설립을 둘러싸고 정보통신부와 산업자원부의 대립이 극렬하게 전개되고 있다.
이에 따라 오는 10일부터 미국 올랜도에서 열리는 생체인식기술표준 국제회의에서 우리나라의 의견이 제대로 반영되지 못할 수도 있다는 우려를 낳고 있다.
정통부와 산자부 사이에 일고 있는 대립의 핵심은 생체인식 분야의 산·학·연 관계자로 이뤄지는 생체인식기술 전문위원회에 대한 주도권 때문이다. 현행법에 준해야 한다는 산자부와 지난해 양 부처 장관이 합의한 업무분담의 원칙에 따라야 한다는 정통부의 입장에 팽팽히 맞서고 있다.
산자부 관계자는 “산업발전법에 따르면 국제표준에 관련된 사항은 산자부 기술표준원의 업무로 정해져 있으며 만일 정통부 전문위원회에 관할 권한을 넘겨주더라도 법적으로 문제가 있어서 불가능한 상황”이라며 “4일 전문위원회를 열어 표준에 관련된 현안 논의를 시작할 방침”이라고 못박았다.
이에 대해 정통부 관계자는 “지난해 양 부처의 장관이 만나 국제표준이라 하더라도 IT와 관련된 분야의 경우 정통부가 주도적으로 맡는다고 합의했으며 기존 국제 표준도 마찬가지 원칙에 따라 영역을 구분했다”며 “새로 만들어지는 표준이라고 해서 합의의 예외일 수는 없다”고 반박했다.
정통부와 산자부가 샅바싸움을 하는 이유는 누가 전문위원회를 주도하느냐에 따라 향후 성장잠재력이 큰 생체인식산업 및 관련 정책을 관할할 수 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생체인식기술 전문위원회는 국제 생체인식표준기구인 ‘바이오메트릭스테크놀로지(ISO/IEC JTC1 SC37)’의 국내기구로 생체인식 관련 국제표준을 만들어나가는 과정에서 우리나라의 입장을 대변하는 역할을 담당한다.
양 부처의 대립으로 나타나는 가장 큰 문제는 자칫 당면한 생체인식 표준 과제가 뒤로 미뤄질 수도 있다는 것이다.
생체인식기술표준 국제회의에 참석하기로 예정된 한 관계자는 “양 부처의 입장이 나름대로의 설득력을 갖고 있지만 전문위원회 제안을 받은 사람의 대부분이 정통부가 만든 생체인식포럼에 속해 있어 곤란한 상황”이라며 “명확한 업무조정이 이뤄지지 않으면서 아직 미국에서 발표할 국내 표준에 관한 입장도 정리하지 못했다”고 어려움을 밝혔다. 이 관계자는 또 “생체인식기술 표준은 프라이버시와 직결된 문제로 국제표준이 외국기술 일변도로 정해진다면 향후 많은 불이익이 예상되기 때문에 부처간 업무조정이 시급하다”고 덧붙였다.
<장동준기자 djjang@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