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빠르게’로 대변되는 PC산업의 패러다임이 변화하고 있다.
인텔은 지난 8월말 2.8㎓ CPU를 출시했지만 4개월이 지난 현재에도 이 CPU를 탑재한 PC는 소비자의 외면으로 아직도 출시되지 않고 있다. 지난달 출시한 3.06㎓ CPU도 마찬가지 상황이다.
LG경제연구원의 나준호 연구원은 “이전에는 고성능 CPU와 새 운용체계(OS)의 출시가 소비자의 구매를 유발하고 이를 바탕으로 다시 더 빠른 CPU와 새 OS의 개발을 유도하는 선순환구조가 효과를 발휘했지만 성능과잉시대에 접어들면서 이러한 공식은 무의미해졌다”며 “이제 소비자는 더 빠른 PC보다는 PC의 새로운 기능확장, 폼 팩터 등에 관심을 갖기 시작했다”고 밝혔다.
◇무너지는 무어의 법칙=PC산업을 지배해온 무어의 법칙도 이제는 더 이상 유효하지 않다. 업계에 따르면 인텔은 내년 4분기께나 현재 최신 제품보다 10% 정도 빨라진 3.4㎓ 제품을 출시할 예정이다. 인텔은 그동안 해마다 30∼40%의 CPU 성능향상을 통해 ‘18개월마다 CPU 성능이 두 배씩 향상된다’는 무어의 법칙을 준수해왔으나 내년에는 이러한 공식이 무너지게 되는 셈이다.
하이퍼스레딩 기술은 현재 출시한 3.06㎓ CPU보다 20% 정도 성능이 낮은 2.4㎓ 제품부터 다시 적용되며 새로운 노트북PC CPU인 배니어스의 초기 제품은 모바일 펜티엄4의 최신 CPU 클록보다 30% 낮은 1.3㎓부터 시작된다.
비록 CPU 클록이 전체 성능을 결정짓는 것은 아니지만 CPU 클록이 처음으로 뒷걸음 치는 모습을 보인다는 점에서 PC업계의 새로운 패러다임을 반영하는 모습으로 풀이된다.
인텔과 함께 PC산업의 양대 견인차인 마이크로소프트도 기존 OS의 개선보다는 소비자의 수요를 유발할 수 있는 새로운 플랫폼을 내놓는 데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마이크로소프트는 윈도XP 프로 태블릿PC 에디션, 윈도XP 미디어센터 에디션을 연말에 출시한 데 이어 내년초에는 스마트디스플레이라는 새로운 플랫폼을 지원하는 OS를 선보인다. 각 OS는 ‘필기인식’ ‘PC의 AV기능 접목’ ‘분산컴퓨팅’ 등 기존 PC와는 다른 새로운 조류를 반영했다.
◇수동적인 모습에서 능동적인 모습으로=국내 PC업체들은 이러한 새로운 조류를 적극 수용하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더이상 고성능 CPU와 OS로는 타 업체와의 차별화는 물론 소비자 구매를 이끌지 못하자 AV PC, 새로운 플랫폼을 선보이면서 PC 수요를 확대할 계획이다.
삼성전자는 PC에 AV 기능을 접목한 미디어센터를 출시했으며 삼보컴퓨터·LGIBM 등도 곧 이러한 개념의 AV PC를 출시할 예정이다. 또 PC의 디자인적인 측면을 크게 강화한 슬림PC를 지속적으로 출시, 소비자를 유혹하고 있다. 삼성전자는 내년초 태블릿PC를, 삼보컴퓨터와 LG전자는 내년 상반기 무선 신클라이언트인 스마트디스플레이를 선보일 예정이다.
PC업계 한 관계자는 “이전과 같은 고성능 PC, 가격경쟁으로는 소비자의 관심을 불러올 수 없을 뿐더러 수익도, 미래도 담보할 수 없는 상황이 됐다”며 “소비자의 구매를 다시 유도할 새로운 성장동력이 절실히 요구되는 시점”이라고 밝혔다.
<유형준기자 hjyoo@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