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혼2면/편지/신랑에게

 결혼기사 2면/편지/신랑에게

 

 남은 이 나그네 길을 신랑과 함께 걸어갈 수 있게 된 것을 감사히 여기는 지금의 마음을 잃지않고 살아가길 진심으로 소망하는 신부가 사랑과 존경과 신뢰를 신랑에게 보내면서 이 글을 씁니다.

 

 2002년 1월 1일의 강원도 영월은 강과 산과 길 모두가 하얀 눈으로 덮혀 있었어. 동행한 사람들이 아직 잠들어 있는 이른 아침, 난 그 순백의 자연 앞에서 신년에 주신 구속에 관한 말씀을 떠올리며 나를 새롭게 하신 하나님께서 내게 그 눈만큼이나 하얀 웨딩드레스를 입게 해주실 거라는 소망이 생겼었어요. 그제서야 비로소... ^^

 우리 처음 사귀기 시작하면서 서로의 ‘표현 코드’가 너무 달라 혼자서 속 끓일 때도 많았지만 결국 나의 기질을 넘어선 이해와 기다림을 배울 수 있었죠. 이는 순전히 올해 첫날 가졌던 묵상의 시간이 남달랐기 때문에 가능했을 겁니다.

 우리 연애할 때, 늘 중립의 입장에서 나를 보려 하던 오빠를 보며 “사랑하면 편을 들어줘야 하는 게 아니냐”고 내편이 아닌 것 같다고 엄청 투덜댔었죠.

 근데 말예요, 언젠가부터 바로 그 사람이 나를 자신의 정한 틀 안에 맞추려 하기보다는, 내가 가진 소중한 달란트를 발견하고 그것을 귀하게 쓸 줄 아는 법을 알아가기를 더 원하는 인격적 존재로 나를 바라보는 이며, 그런 그가 내 남편이 된다는 사실이 내게 얼마나 큰 선물인지 깨닫게 됐어요.

  물론 지금은 그런 오빠를 만나게 하신 하나님께 진심으로 감사해요. 나 또한 오빠의 성공을 진심으로 기뻐하고, 우리에게 부여한 많은 가능성들을 겸손하게 추구하며, 오빠를 세워가는 것을 큰 자랑으로 여기는 그런 삶을 살게 되길 기도해요.

 오빠가 그럴 것처럼….

 어떤 시인은 결혼은 홀로 선 두 사람이 만나 한 방향을 바라보고 서는 것이라고 했죠.하지만 아직도 홀로서기가 서툰 난 결혼을 통해서 비로소 두 사람이 하나님이 빚고 싶어하셨던 온전한 인격의 사람이 돼가는 것이라는 말씀을 가슴에 담고, 늘 나와 우리를 겸허하게 돌아보아 다시 빚어지는 기쁨을 누리며 지내는 부부가 되길 소망해요.

 그리하여 먼 훗날 그렇게 조심스럽게 빚어진 우리 두 사람의 사랑이 시내가 되고 강을 이뤄, 많은 사람들이 우리에게 와서 쉼과 기쁨을 얻고 가길 기도해요. 더불어 이런 모든 계획가운데 함께하실 하나님께 늘 감사하는 우리가 되요.

 마지막으로, 오빠와 함께 결혼이라는 긴 여행을 떠나게 되어 난 너무 행복해요. 사랑해요∼

  - 결혼을 열흘 앞두고 예비신부 은숙이가.